[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하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설실장이 7일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끝내 시인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방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과 관련한 질문에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여러 증거가 나오자 결국, 말을 바꿨다.
김 전 실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대통령의 머리 손질 의혹 등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외부인인 박 대통령의 미용사를 언급하면서 "대통령 비서실 표준분류 계약서를 입수했는데, 임명자가 김 전 실장이다. 그런데도 모르느냐"고 되묻자, 김 전 실장은 "전혀 모른다. 알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이 90분 동안 머리를 손질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대통령 관저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밝혔다. 미용사의 청와대 출입시간에 대해서도 자신은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실장은 여러 의원으로부터 "최순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고 일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2006년 독일 방문 때 김 전 실장이 동행했는데, 그때 정윤회-최순실 당시 부부가 같이 갔다"고 지적하자 "본 적도 없고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실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순실을 모른다는 제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떻게 모르냐고 해서 제가 답답하다"며 "제가 안다면 통화라도 하고 통신이라도 있지 않겠느냐. 그런 일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조위원들은 이런 김 전 실장의 불성실한 태도에 난감해하거나 허탈한 듯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 의원은 김 전 실장을 질타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인도 모른다고 할 사람"이라며 "왕실장이라는 별명 대신 오리발실장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겠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이날 늦은 오후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정윤회 문건 보고서'에 정윤회의 처로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한나라당 후보검증 영상을 제시하자 김 전 실장은 "나이가 들어서"라고 자신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며 최 씨의 이름을 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최 씨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이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세월호 인양, 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라고 기록된 데 대해 부인하자,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김 전 실장은 죽어서 천당에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의 '모르쇠' 전략을 두고 검찰과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면서 김 전 실장이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오전 불출석했던 최 씨의 조카 장시회 씨가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장 씨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엔 대부분 부인하면서도 신상과 괸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답했다.
장 씨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이었던 2005년 5월 최순득 씨의 집에 머물렀다는 질문에 "모른다"고 했다. 또, 어머니 최순득 씨가 박 대통령에게 김치를 담가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김치장사를 한 적은 없다"고 이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본인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망치고 있는걸 모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장 씨는 또, 항간에 알려진 개명과 관련해 "몸이 좋지 않아서"라며 '그래서 몸은 나아졌느냐'는 물음에 "몸은 나아지지 않았고 연예인을 따라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최 씨 측근 고영태 씨는 "최순실이 대통령 연설문을 고쳤고, 김종 전 차관을 수행비서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고 씨는 "최 씨는 비타민 주사를 자주 맞았고, 공황장애는 없다" "최 씨는 태블릿PC를 사용할 줄 모른다" "통일 될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고 씨는 최 씨가 박 대통령보다 권력서열이 높다는 세간의 시각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혔다.
국조특위는 이들을 포함해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최순실 조카 장시호, 최순실 언니 최순득,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 가운데 장시호 씨만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동행명령장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들은 오는 19일 최 씨와 우 전 수석 등 불출석 증인을 불러 5차 청문회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그간 불출석했던 증인 전원에 대해 재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