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은 29일을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국회 특검이 시작되기 전 피의자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고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마저도 거부했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도, 특검도 받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박 대통령은 또다시 그 약속을 저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국정농단 중심에 박 대통령이 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까지 받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은 할 말을 잃었다. 전국적으로 190만 명이 광장에 나와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의 이런 모습에 더 분노한다. 국민의 목소리조차 듣지 않고, 들었으면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검찰의 수사는 받겠다더니 받지 않는 '안하무인' 대통령에 더욱더 분노하고 있다.
검찰이 최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안종범 전 비서관, 차은택 감독 등을 구속기소하며 작성한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공범이거나 사실상 주범으로 적시했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위치에서 일개 사기꾼들이나 하는 범죄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의 4%만이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지지하고 있다. 나머지 국민에게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게 된 것이다.
국민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광장으로 나와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 교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할 수나 있을까. 이게 바로 박 대통령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 때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여야 할 모습은 무엇인가.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결단 외에 다른 것은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상황에 억울해한다거나 분노할 수도 있다. '어쩌다 최순실과 엮여' 본인이 사면초가에 빠졌을까 화내며 자신의 '삶이 왜 이리 불행할까' 자괴감에 빠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의 국민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의 자괴감은 더욱더 크다. 어쩌다 우린 이런 대통령을 가졌을까 후회막심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그나마 남아있는 측근들의 보호막에 숨어있어서는 안 된다. 언제까지 돌파구를 위해 청와대와 대통령이라는 장막에 가려진 채 버티려 하는가. 숨는다고 숨을 수도 없고, 가린다고 가려지지도 않는다. 조금만 버티면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여전히 그러리라 판단한다면 오판이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지지해준 지지자와 국민에게 부끄러운 민낯을 보일 수 있는 용기다. 질소 가득한 과자처럼 겉만 화려한 포장지로 가려져 있던 정치인 박근혜의 민낯을 스스로 보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서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