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민정수석, 돌연 사의 '왜?'
[더팩트ㅣ오경희 기자] '법무장관 민정수석, 돌연 사의.'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을 보좌하는 양대 '사정(司正)라인'이 동시에 사표를 냈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김현웅(57·사법연수원 16기) 법무장관과 검찰을 통제하는 최재경(54·17기)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1일 박 대통령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동시 사의 표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처한 박 대통령에게 치명타일 수밖에 없다. 특별검사 수사와 탄핵 정국에서 추가 이탈과 함께 공직사회 전반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은 왜, 현 시점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을까. 두 사람이 '사정라인 붕괴'란 핵폭탄을 투하한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도의적 책임'이다. 김현웅 법무장관은 이날(23)일 "지금으로선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밝혔고, 최재경 민정수석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사정을 총괄하며 대통령을 올바르게 보필해야 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이 도의적 책임 때문에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면엔 다른 '진짜 이유'가 있다는 추측이 여럿 제기되고 있다. 일단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와의 갈등설이다. 'TV조선'은 "박 대통령과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관측도 있다. 유영하 변호사가 박 대통령의 신임을 업고 검찰 수사에 강경 대응하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일각에선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두고 평생 몸담았던 검찰 조직과 청와대가 대립하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영하 변호사의 검찰 반박문 중 '사상누각' '상상과 추측' 같은 표현은 최 수석에게서 나왔을 리 없다" 며 "평생 몸담았던 검찰 조직과 청와대가 대립하는 모습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라고 'TV조선'은 밝혔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사의가 '박근혜 정부 붕괴'의 시그널이란 관측도 있다. 최재경 민정수석은 "청와대가 '불타는 수레'라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 게 역으로 내부 붕괴에 대한 단서라는 것이다. 두 사람의 사의 표명 이후 대통령 퇴진과 내각 총사퇴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까지 이어질 경우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의 도미노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오히려 '국면 전환용'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정부 신임을 얻던 장관 퇴진으로 인해 대통령 강제 수사를 요구하는 기세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무너지는 소리인가? 반격의 준비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일단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표수리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수리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표를 수리할 경우 후임이 마땅하지 않은 데다 촛불 민심과 검찰수사에 버텨왔던 내부 시스템이 허물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오는 29일까지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검찰의 통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미 검찰 수사 거부방침을 밝힌 만큼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