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정 의장과 '번개 회동'서 "국회가 총리 추천해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10시 30분 국회를 전격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하기 위해 우윤근(왼쪽) 국회 사무총장의 안내를 받으며 로텐더홀로 들어서고 있다./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8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병준 신임 총리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정 의장과 13분 여 간 회동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정상화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만나러 왔다. 고견을 부탁드린다"면서 이같이 요청했다.

또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여전히 어렵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해 경제를 살리고 서민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모아 국회가 적극 나서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후 10여 분간 이어진 비공개 회동은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밝혔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정 의장은 "국회의 정당이 거국내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 문제는 의장단 보다는 정당이 중심이다. 하지만 국가 위기인만큼 정당의 책임있는 분들과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 나가겠다"면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공감하면서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국회=배정한 기자

또한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의 제안에 "총리 권한을 명확히 해 줘야 한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또 거부해서 반발하게 하면 안 된다.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당 간에 싸울 수 있고 청와대와 국회가 갈등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러면 국민을 볼 면목 없지 않겠나. 힘들더라도 국민과 국회의 의견을 수용해달라"면서 "총리 후보는 국민의 납득과 동의가 제일 중요하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인물을 찾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어쨌든 박 대통령의 말을 정당에 잘 전달하고, 사심없이 잘 협의하겠다. 마음을 비우고 국민과 국가만 생각한다면 해법 나올 것이다.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날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이 전격 회동하는 것과 관련해 "일방적"이라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변인은 "이 모임은 정확히 말하면 국회의장과 대통령의 만남이다. 영수회담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것이다. 다만 정 의장이 의장을 만나는 것보다 여야 영수회담이 먼저 아닌가 라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 애초 여야 대표, 국회의장이 같이 만나는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긴급 회동을 갖고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비롯해 박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내용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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