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프랑크푸르트(독일)=이철영·이효균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북서쪽 슈미텐에 있는 비덱 타우누스 호텔에서 급하게 떠난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60) 씨와 정유라(20) 씨가 여전히 프랑크푸르트 인근에서 측근들의 조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받는 최 씨 모녀는 자신들을 향한 파문이 확산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사법기관에서도 최 씨 모녀의 행방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국내 논란을 의식해 독일 비덱 호텔을 정리한 것은 물론, 약 1km 떨어진 주택에서도 급히 떠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진이 19일부터 21일(현지 시각)까지 확인한 결과, 최 씨 모녀 측근들은 여전히 최씨 모녀 거주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 취재진이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주택을 확인한 것은 20일 늦은 저녁이다. 이들이 머문 단독 주택은 2층으로 건물 정면에선 1층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따라서 건물 정면에서는 이들의 기거 여부를 파악하기 매우 곤란하다.
"평소 낮에는 모습을 잘 볼 수가 없다. 다만, 많은 사람과 개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이웃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할 정도로 이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채 살아왔다.
취재진이 이 주택에서 확인한 최 씨 모녀의 측근은 총 6명이다. 이들은 시선을 의식한 듯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움직이며 이 집을 떠난 최 씨 모녀를 인근에서 돕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명 중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은 4명이었으며 남녀 각각 1명은 항상 도보로 이동했다.
이들은 21일 오전 집을 나와 승합차, SUV 차량을 이용해 함께 이동했다. 한 남성은 그보다 앞서 도보로 먼저 집을 빠져나왔다. 국내에서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황급히 잠적'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였지만, 이들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집 주변과 재활용쓰레기통에는 한국 관련 제품 박스와 많은 개들의 밥그릇 등이 있었다. 정 씨가 평소 10마리 가까이 개를 키운다고 알려진 것을 볼 때 이곳에서 기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재활용쓰레기통에는 항공 수화물표 등 최 씨 모녀와 관련한 것들이 있었다.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거주한 주택의 이웃들은 물론 비덱 타우누스 호텔 인근 주민들도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의 존재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 이 지역에 동양인이 없고 승마를 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 대부분은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사는 단독 주택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또, 취재진은 20일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비덱 호텔을 비운 시기도 호텔 바로 윗집 주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주민은 "5일전(15일) 갑자기 모든 사람이 떠났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바람같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취재진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정도로 이들이 갑자기 자리를 떠난 이유를 궁금해했다.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주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동양인이 드문 지역이라는 점도 있지만, 승마를 한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취재진과 만난 한 부부는 "한국인 여성이 승마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으로 들었다. 많은 사람이 호텔에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이 비덱 호텔을 비우고 주택에서도 황급히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프랑크푸르트를 기점으로 인근에서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 모녀와 측근들은 중앙일보 등을 통해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 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등을 통해 수백억 원의 돈을 모은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