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우위에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를 막론한 파상 공세를 받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내세운 경제 브랜드인 '국민성장론'을 두고 수차례 공방전이 벌어진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여당이 '송민순 회고록'을 이유로 문 전 대표의 안보론을 문제 삼으며 공방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제와 안보는 국정의 핵심으로 대선 주자라면 누구나 시험대에 오르기 마련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만큼 문 전 대표가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그가 어떻게 난관을 돌파해 나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 '송민순 회고록' 논란 돌발변수…文 '정면돌파'?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발간했다. 회고록에 지난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했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여권의 거센 공격이 시작됐다.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 전 대표와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경로를 통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해보자고 제안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당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고, 문 전 대표에게 '책임론'을 제기,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등 본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외통위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은 14일 "북한 정권의 눈치보기가 극에 달한 사례"라고 말했고, 하태경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머릿속에선 북한이 상국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여권의 대선주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15일 "만약 지금 대통령이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 지금도 또 북한 정권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것인가"라면서 "문 전 대표의 대북관과 인권에 대한 생각을 묻는다"고 비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5일 "문 전 대표가 당시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면서 "공개적으로 하면 남북 공식 대화이고, 국민 모르게 했으면 내통이지 뭐냐. 공식 대화를 통해서도 할 수 있는데, 뭣 때문에 국민 모르게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는 일단 '정면 대응'을 택했다. 최대한 정교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당 차원에서 논란을 해소하고, 자신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려는 모양새다.
그는 이 대표의 '내통' 발언에 "대단한 모욕이다. 당 대표란 분이 금도도 없이"라면서 "내통이라면 새누리당이 전문 아닌가. 앞으로 비난하면서 등 뒤로 뒷거래, 북풍, 총풍, 선거만 다가오면 북풍과 색깔론에 매달릴 뿐 남북관계에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단순한 찬반 결정을 넘어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게 배워라"라고 일축했다.
◆ 불붙은 '국민성장론' 공격…'반문' 모여라
문 전 대표에겐 뛰어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있다. 그는 다른 대권 후보들보다 먼저 '경제 담론'을 밝혔다. 지난 6일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심포지엄에서 '경제교체'를 통한 '국민성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국민성장론'은 시험대에 올랐다.
'경제민주화 전도사'이자 '킹메이커'를 자임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데 언어유희로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된다"면서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을 비판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로서 '혁신성장론'을 자신의 경제 담론으로 내세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문 전 대표가 '4대 기업 경제연구소장'과 회동한 직후에도 많은 공격이 들어왔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 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야당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해체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만남 자체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박영선 더민주 의원도 "참여 정부가 삼성경제연구소와 손잡고 집권 후반 재벌 개혁 타이밍을 놓쳐 결국, 정권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또 그 길을 반복하시겠다는 거냐"면서 정면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그동안 장밋빛 성장론이 참 많지 않았나. 성장도 중요하지만 99 대 1의 불평등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복지를 확대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 주자인 문 전 대표는 야권의 다른 후보군의 견제 대상이다. 당 안에선 '반문' 인사들이, 당 밖에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 공세를 퍼붓는다. 일찌감치 '경제·안보' 시험대에 오른 문 전 대표가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고 내년 대선까지 이어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