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민생 실종' 여야 정치권, 한가위만 같아라!

20대 국회가 지난 6일로 개원 100일을 맞았지만 여야 정쟁은 계속되고 있다. 올 추석 밥상에는 정치를 향한 지적이 홍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체 촬영하는 20대 여야 국회의원.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지난주 고향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추석 명절에 친구들과 모이기로 했는데 언제 내려오냐는 것이 전화의 이유였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학창 시절 그렇게 몰려다니던 친구들과도 명절이나 장례식장이 아니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뜸해진 지 오래다.

아마도 직장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나마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으니 이렇게라도 고향에서 오랜 친구를 만날 수 있다. 한때는 만나기만 하면 옛 추억을 꺼내기 바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화의 주제가 정치와 먹고사는 문제로 바뀌었다.

아파트값이 얼마고 물가 대비 급여는 오르지 않는다고 불만을 늘어놓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정치에 있다고 입을 모으기 일쑤다. 정치에 '정(政)'자도 꺼낼 줄 모르던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 입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오고 저마다 우리 정치의 문제가 뭐라는 등 전문가가 다 됐다. 친구들의 이런 모습이 놀라우면서도 정치에 관심도 없던 녀석들이 오죽하면 정치 이야기를 꺼낼까를 생각해 본다.

정치가 문제인 것에 동의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추석 밥상에도 정치가 반찬으로 오를 것이 뻔하다. 정부의 문제점과 여야 정치권의 싸움질, 그리고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어야 한다는 것들이 대화의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니 이 문제 또한 추석 밥상에 '특식'으로 오를 것이다.

20대 국회는 협치를 내걸었지만, 협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1일 20대 정기 국회 개회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본회의장 나가는 모습. /이새롬 기자

올 추석 밥상에 오를 정치 이야기가 밝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여름을 꺼내며 "전기요금 얼마나 나왔어"라고 먼저 물으며 누진제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 문제가 뜨겁던 한여름만 해도 여야를 막론하고 누진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현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이런 정치권의 모습에 국민은 실망한다. 근시안적이고 발끝만 보는 정치권의 말치레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디 그뿐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내년 대권 도전 가능성, 여야 대권 잠룡들에 관한 개인적 평가 등 다양한 내용이 밥상에 오를 채비를 마친 상태다.

그런데 좋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주제가 딱히 없다. 그야말로 서로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정치만 놓고 보면 추석 밥상이 그리 즐거울 것 없어 보인다. 정치가 국민을 즐겁게 하지 못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정치권이다. 여는 야를, 야는 여를 탓하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새 발의 피다.

여당의 이정현 대표는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을 위한 정치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공정을 내걸었다. 하지만 각 당 대표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보내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분명 여야 대표들은 추석 명절이 시작되는 오늘(13일) 오후 서울역과 용산역 그리고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귀향 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으레 해왔던 나름의 정치서비스다. 아마도 이번 추석 인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갑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 대선이 있으니 추석 민심에 기대고 싶은 이유에서다.

추석이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말한다.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누구나 이날만큼은 배불리 먹고 즐거운 날을 보냈다 해서 '한가위만 같아라'고 한 것이다. 즉 '한가위만 같아라'는 것은 서민들의 일종의 소망 표현이다.

정치권도 추석이면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여야의 정쟁도 잠시 멈추고 어떻게든 민심을 얻기 위해 민생 안으로 들어가려 노력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형식적이나마 명절에야 볼 수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좀 알았으면 한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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