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당發 '핵무장론' 급부상…정쟁 불씨되나

북한이 9일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 핵무장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이정현(가운데) 새누리당 대표가 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포병부대에서 K-9 자주포를 둘러보는 모습./문병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새누리당 내에서 '우리나라가 핵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 이른바 '핵무장론'이 확산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후 안보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자위권 차원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여야가 또다시 안보 문제로 대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당 내 핵무장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는 원유철 의원이다. 5선 중진의 원 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자 곧바로 성명을 내고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을 보유하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북핵 해결을 위한 새누리당 의원 모임' 긴급간담회에서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핵 도발 억제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원 의원이 포함된 일명 '핵 포럼'에는 23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핵무장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뒤 "북한의 무모한 도발 시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핵무장 문제를) 과감하게 테이블 위에 얹어야 한다"며 핵무장론 공론화를 시사했다.

아울러 친박계의 실세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 역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의 핵을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핵이 필요할 것이 아니겠냐?'라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 여론을 환기시키고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냐"며 핵무장론에 힘을 실었다.

'여권 잠룡'들도 핵무장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핵에 대처하는 길은 오직 핵뿐"이라며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든, 우리 스스로가 핵무장을 추진하든 해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핵확산금지조약과 관계없는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협상 등을 단서로 달았지만, "핵 추진 잠수함 도입,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미국의 전략 핵무기 배치 등 북핵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결을 같이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선언에 위배된다며 반발했다./문병희 기자

여권의 '핵무장론'에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고 우리나라의 안보 위기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핵무장은 자구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핵확산에 대한 역행과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없고,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할 명분을 잃는다는 이유에서다.

윤관석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독자적 핵무기 개발은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은 핵무장론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섣부른 핵무장론은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할 명분도 잃게 된다"고 핵무장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으로 국내 여권에서 시작한 핵무장론이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해 SLBM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빈번히 강행하고 있어 우리나라 안보 문제와 대응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안보 정당'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만큼 핵무장론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또 다른 정쟁 화두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안보 문제는 국민의 관심이 많은 핵심 의제"라며 "최근 핵실험이라는 북한의 강력한 도발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된 만큼 여야가 핵무장을 놓고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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