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주간政談] 박지원 대표연설 때 與 의원이 '덜덜' 떤 이유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왼쪽부터)는 5일~7일 차례로 20대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각 당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국회=임영무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은 여야 3당 대표들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3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안보정당을 부각하기 위해 군부대도 경쟁하듯 방문했습니다. 또, 시작 전부터 여야가 증인을 놓고 정쟁을 벌였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 회의 청문회)도 이틀간 진행됐습니다. 야권의 잠룡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권 출마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의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코너를 진행합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이철영·임영무·오경희·신진환·서민지 기자가 참석했고, 명재곤 부국장과 박종권 편집위원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TF주간 정담(政談)]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가십 모음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5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시작으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6일)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7일)가 차례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과거 볼 수 있던 야유와 고성이 많이 줄었는데요, 국회 안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정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3당 대표들은 또 일선 군부대를 앞다퉈 찾았습니다. 안보를 점검하고 추석 전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군부대 방문이었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또, 여야가 증인을 놓고 다퉜던 서별관 회의 청문회가 열렸지만, 핵심 증인들이 모두 불참해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야권의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잠룡들은 일찌감치 내년 대권 출마를 알렸습니다. 3당 대표들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띄었던 현장으로 들어가볼까요?

◆ 3당 대표 연설, 누가 잘했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국회 개혁과 함께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청와대를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은 이 대표의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배정한 기자

-여야 3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주로 어떤 내용이었나요. 차이가 좀 있었나요?

-댓글로 민심을 살폈다고 밝힌 이 대표는 정치 개혁에 방점을 뒀습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국해(國害)의원'이라고 한다고 비판한 그는 '70년 총정리 국민위원회(가칭)'를 구성하자고 정치 대혁명을 제안했습니다. 또, 여당 대표 처음으로 과거 보수당이 호남을 차별했다며 사과했습니다. 지역주의 타파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추 대표는 "민생경제로 집권정당이 되겠다"며 민생을 부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제안하거나 법인세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와 세수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입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국회 비준을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검찰과 사법개혁을 위해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군요. 3당 대표의 연설에 대해 어떠한 평가가 나옵니까?

-굳이 세 명의 연설을 비교하자면, 이 대표에게 최하점을 준 것 같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란 점을 고려해도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민감한 국정 현안을 모두 피하고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다운 연설이었다는 거죠. 야권에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설이 그립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추 대표는 대표연설에서 민생경제로 집권정당이 되겠다며 민생을 부각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추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국회=배정한 기자

-다음은 추 대표인데요. 연설력 자체는 연습을 많이 한 흔적이 돋보였습니다. 추 대표는 글의 흐름을 아주 잠깐 확인한 것 외엔 거의 원고랑 똑같이 암기해서 의원들을 사방으로 확인하며 연설한 것이 특징입니다. 원고와 대조했을 때 숫자 단위까지 정확하더라고요. 다만, 연설 내용이 민생 경제에 8할을 두면서, 야당 대표로서 정부를 견제할 현안들은 크게 언급하지 않아 같은 야권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에 반해 박 위원장은 각종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 '사이다 같다'는 평가와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평가가 엇갈렸습니다.

-덧붙이자면, 이 대표의 연설은 내부에서도 지적이 나왔습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 대표의 연설에 대해 "듣는 내가 다 민망했다"고 했습니다. 민감한 현안을 모두 피하고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어떠한 메시지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야당의 비판과 일맥상통합니다.

-또, 한 기자는 이 대표의 연설을 보더니 "스피치 학원 좀 다닌 것 같다"며 웃었습니다. 또박또박 끊어 읽으며 강조할 부분은 단호하게 말하고 조금은 과장돼 보이는 몸짓이 그 이유라고 하더군요. 추 대표나 박 위원장의 연설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 정도로 무난했다는 정도입니다.

◆ '추석 민심을 잡아라'…정치권, 앞다퉈 軍 방문

이정현(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안보태세 점검과 장병 격려를 위해 일선 군부대를 방문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잇따른 군부대 방문을 향해 보여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병희·남윤호 기자

-대표 연설에 이어 여야 대표가 나란히 군부대를 방문했죠? 안보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보라는데요, 어떻습니까?

-여야의 군부대 방문 일정이 나오면서 '아, 추석이구나' 싶었습니다. 과거에도 정치권은 추석 민심을 겨냥해 '안보'를 살핀다는 취지로 군부대를 방문하는 게 필수 코스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먼저 일정을 잡았다며 경쟁하는 촌극도 있었죠.

-네. 박 위원장은 이번 병영체험에 거절당했고, 대신 장군 출신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이 보좌관만 동행해 1박 2일 일정으로 병영체험을 떠났습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8일 "저와 김 의원, 취재진이 병영체험을 하겠다고 국방부에 요구했는데 거절당했다"면서 "새누리당 대표는 하루 전날 신청해도 병영체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취재진도 동행시켰다"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정말 화가 났었던 것일까요. 박 위원장은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지난 5일 본회의장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마주쳤는데 "불합리하다"고 성토했습니다.

-이 대표는 본인이 근무했던 부대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대표는 주로 어떤 (신체 조건의) 젊은이들이 배치받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한 장교가 "상중하 가운데 중간급 애들이 배치받는다"고 말했는데, 이 대표가 좀 충격을 받았답니다. 이유는 본인이 근무했던 곳이라 뛰어난 청년이 올 것으로 나름 착각(?)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 부사관은 조용히 "이 대표가 와서 평소보다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 서별관회의 청문회, '하나 마나?'

여야가 증인을 놓고 대립했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이틀간(8~9일) 국회에서 열렸지만, 핵심증인 불출석과 핵심 자료 미제출 등으로 맹탕 청문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서민지 기자

-국회에서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이틀간(8~9일) 진행됐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가 열리긴 열렸는데요, 예상보다 주목도가 떨어졌네요.

-서별관회의 청문회는 현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말 그대로 '맹탕 허탕'이었습니다. 취재진의 관심도 컸기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아 협소한 공간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일부 보좌진은 의석 사이 좁은 공간에 쪼그려 앉아서 회의 내용을 손수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어렵사리 연 청문회인 만큼 야당 의원들도 '파행' 강수를 두진 않았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답답함이 묻어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이 가장 이목을 끌었는데요.

-"청문회는 불러서 듣는 것인데 지금 우리 경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주요 청문회에 핵심 인사가 빠진 깃털 청문회, 핵심 자료가 빠진 먹통 청문회"라며 "(최경환 의원, 안종범 청와대 정책수석) 핵심 증인을 빼내는데 모든 심혈을 기울인 집권여당을 보면 정말 실망이 크고, 야당 역시 야권 공조 8개항을 희생해가면서 연 서별관청문회를 이렇게밖에 못하느냐"는 취지로 여야 모두 비판했습니다.

-심 대표는 직접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박 위원장을 '디스'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추가경정예산안과 연계한 서별관 청문회를 마치 여야 성과의 협치로 말하는 '대표'도 있는데 이게 무슨 협치냐"며 국민 기대에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또,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의혹을 풀 열쇠인 핵심 자료들을 정부 측에 요청했지만, 법상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 법정관리 사태를 묻는 송영길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한진 측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참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말했는데, 이 심정이 이날 야당의 심정이었습니다.

-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최·종·택 트리오'가 빠지면서 전혀 흥행이 안 되는 바람에 물밑으로 가라앉았는데요. 의미가 있는 청문회지만, 사실상 책임질 사람 즉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청문회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더라고요. 국민의당은 김성식 정책위의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각 국민의당 위원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셀프 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 야권 잠룡들, 고개를 들어 대선을 보다?

더민주 잠룡으로 분류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이 잇따라 내년 대선 출마를 알려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더팩트DB

-이번 주에는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핵심 인물들이 출마를 시사했죠.

-대선 시즌이 시작됐음을 실감하는 계절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잇따라 대권 출마를 시사했습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모두 지자체장들입니다. 야권의 한 의원은 이들의 출마와 관련해 "진짜 후보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하더군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대권 출마는 결국, 차차기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게 맞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네. 일부 후보들은 내년 대권을 당장 노리기보다 차차기를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안희정 지사가 그런 경우죠. 포스트 문재인이라고 할까요. 이들의 대선 출마 선언 시점은 아무래도 지난 8·27 전당대회 이후로 줄을 이었습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가 새 지도부를 장악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해졌기 때문이죠. 그러나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문재인 대세론'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희석하기 위한 출마 선언일 수도 있다는 해석입니다. 여권과 비교하면 후보군이 많아 교통정리가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건입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일찌감치 출마를 공식화하고 '세 결집'에 한창입니다. 지난주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을 비공개로 만났고, 이번 주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습니다. 또, 김한길 전 의원도 찾아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글쎄요, 뜻대로 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의도에 이런 풍문이 나돌더군요. 후보가 많으면 이슈가 비례해 생산되고 자연스럽게 이목이 야권으로 쏠린다는 '설'입니다. 현재 여당에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드가 있는데요,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위 내지 근소한 차이로 문 전 대표에 이은 2위입니다. 정권 교체가 가장 최우선 과제인 야당으로서는 확실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무당(無堂)'과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넓은 후보군을 형성, 확실한 지지 선언으로 대선후보를 밀겠다는 의도라는 것입니다.

◆ 與, '야유 자제령'…참자니 '부글부글?'

지난 7일 제20대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청앞에서 첫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정중앙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좌우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민주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위원장이 자리했다./임영무 기자

-기사에는 담지 못 했던 에피소드는 없나요.

-박 위원장이 지난 7일 대표연설에서 새누리당을 불편하게 하는 말들을 많이 했는데요. 이정현 대표가 야당의 연설이 있기 전에 '야유와 고성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해서인지 이날도 잠잠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강성 발언으로 유명한 새누리당 모 최고위원을 눈여겨봤습니다. 책상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모니터를 응시하더라고요. 근데 순간 다리에 눈길이 갔어요. 다리를 심하게 '덜덜덜' 떨고 있더라고요. 테이블 아래로 그의 분노가 느껴졌습니다.(웃음)

-같은 날 20대 국회의원의 단체 촬영이 있었습니다. 본회의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이 국회 본관 계단으로 몰려들었는데요. 국회의장과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각 상임위원장 등 지정석을 제외한 나머지는 선착순입니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 모두가 중앙을 상당히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의원들이 중앙에만 쏠리자 진행요원들은 측면으로 유도했는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MB 최측근이면서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 6일 중도를 표방하는 '늘푸른한국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를 열었습니다. 빈자리가 없을 만큼 1000여 명의 발기인이 참석하고 왁자지껄한 잔칫집 분위기였지만, 화한은 2개뿐이었습니다. 국회 헌정회 등에서 보낸 것인데요. 이를 지켜본 한 참석자는 "이 전 의원의 끈이 이렇게 짧아졌나"하고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여야가 앞다퉈 안보태세 점검에 나섰지만, 공교롭게도 며칠 만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습니다. 정치인들의 군부대 방문과 북한 핵실험을 보면서 '안보'라는 것이 꼭 군부대 방문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진정한 안보는 위협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군부대 가서 장병들 불편하게 하고 체험 인증샷 남기는 것을 보고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까요. 다음 주가 추석인데 안전하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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