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촌놈' 이정현과 '무대' 김무성의 인사법

최근 새누리당 이정현(왼쪽) 신임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의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인사를 하는 방법에서도 대조를 보여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이 (왼쪽) 대표와 김 전 대표가 각각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는 모습./더팩트DB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자칭 '곡성 촌놈' 이정현(57, 3선) 신임 새누리당 대표와 타칭 '무대' 김무성(64, 6선) 전 대표는 '인사(人事) 스타일'도 달랐다.

최근 여의도엔 두 사람의 별칭 만큼 대조적인 리더십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일 선출된 이정현 대표는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란 타이틀을 거머쥐고 '이정현표 리더십' 구축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당시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야당의 텃밭인 호남에 여당 깃발을 꽂았고, 지난 4·13 총선에서도 수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8·9 전당대회에서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의 사령탑까지 꿰찼다.

세 번의 선거에서 이 대표의 전략은 '서번트(섬김) 리더십'이었다. 재보궐과 총선 때 후줄근한 동네 아저씨같은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혼자 지역을 누볐고, 전대 역시 배낭을 메고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며 지역민들을 만나는 등 기존 선거 방식과 차별화를 꾀했다. 당권 경쟁에선 스스로를 "집권 여당의 대표머슴 후보"라고도 했다.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국회에서 호남 선배인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해 깎듯이 예우를 갖춰 대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당 대표로 선출된 다음 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는 국민대표 머슴으로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했고, 대외적 이미지도 '낮은 자세'를 이어갔다. 10일 야당 대표인 김종인(76, 5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11일 박지원(74, 4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예방한 이 대표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고, 두 손을 공손히 모았으며 입을 크게 벌려 활짝 웃었다.

물론 김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이 선수로나 나이로 선배이기에 예우를 갖춘 측면도 있지만, 집권 여당 대표로서 '폴더 인사'를 한 것은 눈길을 끌었다. 외형상 체구가 크고, 강한 카리스마로 '무성 대장'이란 별칭을 얻은 김 전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허리를 숙인 적이 거의 없다. 가벼운 목례나 악수를 한다. 6선의 정치 공력때문인지, 성격인지, 큰 키 탓인지 사람을 대할 땐 내려다보면서 가만히 응시하며, 엷은 미소만 띌 뿐 정치적 상황에선 잘 웃지 않는다.

지난 2014년 7·30 재보궐 선거 당시 후보들을 등에 업는 어부바 리더십 중인 김무성 전 대표./새누리당 누리집

두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만으로도 평가가 엇갈린다.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에 비해 외모나 행동 등의 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반응도 있는 반면, 의도적인 이미지 메이킹이란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주목할 점은 '보스형'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김 전 대표도 지난 2014년 7월, 당 대표 선출 직후 이 대표와 같은 맥락의 전략을 폈다. 이른바 '어부바 스킨십'으로 재보궐선거 후보들을 등에 업고 '국민을 업어드리겠다(섬기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선거 직후 회의 석상에서 호남에서 승리한 이 대표를 업어주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계파 갈등으로 참패했고, 이후 직을 내려놓았다.

그날의 '어부바 퍼포먼스'가 예견이라도 한걸까. 비박(비박근혜) 좌장 격인 김 전 대표의 바통은 친박(친박근혜)계 이 대표가 이어받았다. 대권을 염두에 둔 김 전 대표로선 내년 대선을 관리할 이 대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최근 덥수룩한 수염에 밀짚모자를 쓴 촌부의 차림으로 이 대표가 그랬듯 배낭을 메고 민생투어를 했다.

자전거 유세로 2014년 7·30 재보궐과 지난 총선 당시 선거 역사를 다시 쓴 이정현(왼쪽) 대표와 지난 1일부터 민생 투어를 떠난 김무성 전 대표./이정현·김무성 SNS

어찌 됐든, '변화와 도전'을 전면에 내세운 이 대표는 김 전 대표 등 이전 지도부 체제와 달리 당 운영 방식도 자신만의 구상을 시도하고 있다. 정책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위원회를 전면 비공개하고, 본인이 직접 브리핑 하는 등 당내 체질 개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다만 이를 두고도 '잡음 최소화냐, 아니면 언로 제한이냐'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정치권은 '이정현發' 새 바람이 신선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의 '서번트' 리더십의 '섬김' 대상이 오랜 복심으로서 대통령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그의 시도가 당의 수장으로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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