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명재곤 기자]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오는 9월까지 '세월호’가 육상거치가 잘 이뤄질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지난 1일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는 기상악화등으로 3개월여 지연됐지만 선체인양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복잡하다는 세월호 뱃머리 들기 작업이 얼추 마무리됐다. 향후 플로팅 도크와 선체를 접목시키는 과정을 거쳐 세월호는 맹골수로를 빠져 나온다.
정부는 '9월까지는' 세월호를 육지로 끌어 올리겠다, 끌어 올릴수 있다고 나름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대로라면 넉넉잡고 두달 뒤인 10월에는 세월호 참사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바짝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시대의 트라우마이다. 때문에 단 하나의 진실이라도 찾고, 그를 통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누구나 소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홉 명의 실종자를 수습할 수 있기를 모든 국민이 바란다
그런데 세월호 구석 구석을 살피면서 참사 원인을 근본적으로 짚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활동 기간 등 그 지위가 쟁점화되는 다소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돼 적지않게 당황스럽다.
세월호가 다시 정국의 한 복판에 들어섰다. 특조위 활동 기간 만료시점에 대한 법 해석 차이로 세월호는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흔들리고 있다. 진상을 밝히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으면 특조위 조사 기간을 보장(연장)하는 게 일반 상식으로는 당연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만은 않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말 감추고 싶은 게 있는 걸까"하고 의혹을 품는다.
세월호특별법은 특조위 활동기간을 '그 구성을 마친 날'로 부터 1년이며 6개월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그 구성을 마친 날'이 언제인지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여야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날짜 계산을 제각각 한다. 입법과정의 허술함이 탈이었다.
정부는 특조위 활동기간의 시작이 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1월1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올해 6월로 특조위 기간이 끝났다며 예산지원을 7월부터 틀어막았다.
반면 야당은 특조위가 실질적 활동에 들어간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시행령 제정일(2015년5월11일), 특조위 사무처 구성일(2015년7월27일), 특조위 활동 예산 의결일(2015년8월4일)등을 '구성을 마친 날'로 본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특조위 강제종료 철회'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특조위와 동조 농성에 합류한 더불어민주당,시민단체들은 예산결의일을 기준일로 삼고 내년 2월3일까지가 공식 활동조사기간이라고 주장한다.
특조위 농성에 대한 여당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밝혀낸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특조위 기간을 연장시켜줄 만한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당은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기존의 세월호 특조위가 아닌 국회차원의 다른 조사체를 꾸려서 세월호 진실작업을 수행하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등 야3당은 8월 국회에서 세월호특별법을 원포인트로 개정,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합의할 만큼 세월호 이슈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조위 연장안이 관철될때 까지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며 여소야대의 지형을 십분 활용해 여당으로부터 다수당의 횡포라는 묘한(?) 반박도 산다.
검찰개혁특위, 사드대책특위 구성과 더불어 세월호특조위 기한 연장은 국민적 공감대가 분명한 문제인 만큼 여당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경정예산 심의와 연계할 수도 있다는 게 야3당의 공조태세다.
"(야당이)손을 내밀었는데 (여당이)손을 내밀어야지, 발목을 내놓으니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비유적 요구처럼, '협치(協治)'를 위해서는 4·13 총선 민심을 존중해 여당이 몇 개의 손을 잡아야만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권이 세월호 쟁점에 다시 매달리는 이유는 많겠다. 그 중 하나로 여의도안팎에서는 내년 대선의 핫 이슈로 세월호가 부상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따라 유리한 지형을 확보하기 위한 대치국면으로 계산들 한다.
예정대로 '9월까지'인양되면 국민적 관심은 세월호로 재차 쏠리고, '진실 규명'은 정치권의 최대 현안으로 작동할 소지가 크다. 여권이 특조위 활동 일몰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거나, 야권이 원포인트 법개정추진까지 몰아부치 것은 대선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어느정도 이해가능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민생투어의 첫 방문지로 팽목항을 찾아 '이 시대 최고의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서'라고 예전과 전혀 딴판의 심경을 피력해 일각의 빈축을 감수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에 대해 여야가 어떤 결과를 도출할는지 두고봐야겠지만 한편으로는 세월호가 대선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걸 못마땅해 하는 침묵의 시민들도 적지 않다.
권위적인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담벼락을 향해 말을 했지만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광장에서 외칠수 있어야 한다. 밝혀야 할 진실은 주머니 속 송곳처럼 드러나게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에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며 진실규명을 위한 사회적 울림이 컸다. 당시의 참담함과 분노, 무기력함을 풀고 떨치고 벗어날수 있는 지혜를 '잘난'정치인들이 한번쯤은 보여줬으면 한다.
감출 것이 없다면 특조위 활동연장은 여당을 위해서도 낫다. 누구 말 처럼 '다시는 이 땅에 없어야 할 비극이자 아품'을 치유하는 진실규명작업에 "예산이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는 행위는 상식적인 국민을 무시하는 작태다.
야 3당이 세월호 특조위 활동연장등 8개 합의사항을 발표하던 3일 점심께 광화문 이순신 동상 바로 앞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간이 분수대에서 폭염을 씻는 물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바로 그 앞에는 세월호 특조위 단식농성 천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