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비하인드] '해병' 강석호 "30년 전에는 날아다녔는데~"

강석호(61,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3선) 새누리당 의원은 8·9 전당대회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할 정도로 강직하고, 의리를 지킬 줄 알며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해병대 복무 당시의 강 의원. /강석호 의원실 제공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기업을 했으면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30년 전에는 펄펄 날았는데…."

강석호(61, 경북 영양군·영덕군·봉화군·울진군, 3선) 새누리당 의원이 정치하면서 혹시나 후회하는 것이 있냐고 묻자 웃으며 한 말이다. 그는 기업인에서 시의원, 도의원, 광역의원을 거쳐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 그리고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해 내리 3선을 했다.

그의 정치 경력만 25년이다. 그런 그가 최근 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흐트러진 당을 수습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만들고 싶어서다. 지난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 의원. 그의 의원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붉은색 해병대 깃발과 태극기였다.

강 의원은 해병대 출신이다. 그는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351기 강석호라고 적힌 해병대 깃발을 웃으며 자랑했다. 그는 고향이 포항이니까, 보이는 게 해병대니까. 타군을 간다고 생각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국회=이덕인 기자

강 의원은 해병대 출신이다. 그는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 351기 강석호'라고 적힌 해병대 깃발을 웃으며 자랑했다. 육군, 공군, 해군, 의경 등 다른 군도 아닌 힘들기로 소문난 해병대에 갔을까.

"고향이 포항이니까, 보이는 게 해병대니까. 타군을 간다고 생각도 안 해봤다. 들리는 것도 해병대였고, 친구들도 다 해병대로 갔다. 그래서 저도 자원입대했다. 포병으로 전역했고, 국회 해병대 모임에도 꼭 참석한다."

해병 하면 강인함과 동료애와 함께 엄청난 주량이 떠오른다. 강 의원 역시 엄청난 주량을 자랑할 것 같았다.

"젊은 시절엔 많이 마셨다. 주량은 모르겠고(웃음). 그냥 먹을 만큼 먹었다. 지금도 술은 소주 2~3병 마신다. 그런데 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술은 자기 양에 맞춰서 마셔야 한다. 대부분의 술자리는 1차에서 끝내고, 2차를 하지 않는다."

강 의원이 초선 의원 시절 받은 해병대 기념우표를 꺼내 자랑하듯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이덕인 기자

철저한 자기관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술을 더 많이 마시고 즐겨도 되지만, 그는 항상 다음 날을 위해 절제한다고 한다. 또, 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이다. 해병대 출신임을 고려할 때 체력은 타고났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반드시 운동한다. 정치도 체력전이라는 신념에서다.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한다. 헬스도 하고 5~6km 걷고 뛰고. 조찬이 있는 날만 운동을 못 한다. 그런데 해병대하고 건강하고 관련 없는 것 같다. 우리 해병대 선배들 보면 손을 덜덜덜 떨고 그런다(웃음). 젊었을 때 술 많이 마시고 건강관리를 안 해서 그런다."

강 의원은 포항시 시의원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거친 국회의원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해왔다 할 수 있다. 그는 시의원 이전 기업인(삼일그룹 고 강신호 회장 아들)으로 살았다. 그는 기업을 했으면 경제적으로 더 풍족해졌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누구나가 그렇듯 그 역시 "30년 전에는 펄펄 날았는데"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인생의 진로를 바꾸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중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강 의원이 인터뷰 중 기업인, 기초의원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그는 기업을 했으면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기업을 했으면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지방의원은 얽매이는 게 별로 없는데 국회의원은 얽매이는 게 많다. 주 중에는 국회에 있어야 한다. 국회에 없으면 장차관 등과 대화를 할 수가 없고, 그러면 지역 예산을 가져가기도 힘들어진다.

기업적으로는 제가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국회의원이라는 이 자리가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고 또,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명감이 있다. 지역주민을 위하는 정치가 또 대한민국을 위하는 정치니까."

그는 시의원을 시작하면서부터 아니 기초의원을 거치며 스스로 정치의 목표를 정했다고 한다. 그가 정한 정치 목표는 '국민을 섬기는 정치'이다. 국민을 섬긴다는 것이 말은 쉬워도 사실 만족의 척도는 제각각이다. 강 의원은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위해서는 국민의 정치 관심이 밑바탕이어야 한다고 했다.

강 의원은 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그는 주말이면 지역에 내려가 산에 오르며 지역민들의 민원을 청취한다. /강석호 의원실 제공

"기초의원부터 지금까지 주민을 섬기는 생활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국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정치인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주민들에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정치인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관심을 좀 가져달라는 부탁이다.

그래서 매주 주말에는 지역에 내려가 주민들을 만난다. 산에도 가고 동네에서 미팅도 한다. 그리고 주말에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내려가는 건 서울에 있어 봐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하."

강 의원도 어느덧 정치에 입문한 지 25년이다. 그가 이루고자 하는 정치적 목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싱거우면서도 솔직했다.

"정치적으로 개인적 목표는 없다. 언젠가는 그만두겠지만,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는 동안은 국민에 봉사하는 생활정치를 멋지게 하고 떠날 것이다. 뭐든지 아쉬움이 있을 때 떠나야 한다.

강석호가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지역에서 떠난다는데 주민들이 "그래 속 시원하다. 잘 가라"하면 정치 못 한 거고, 지역민들이 "그래 너 잘했다. 그래도 한번 더해라"라고 붙잡는 시늉이라도 하면 정치 잘한 거다. 저는 원 없이 서비스하는 정치를 하고 마감하고 싶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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