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논란이 된 새누리당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천개입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혀 이목이 쏠린다. 야당은 선관위의 이런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문상부 선관위 상임위원은 24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정치관계법 개정 방안에 대한 주제로 대담에서 '친박'(친 박근혜) 핵심 인사들의 4·13 총선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파문과 관련 "언론에 공개된 녹취내용만으로는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선거법에는 당내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하거나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다"며 "원칙적으로 정당의 경선은 정당의 자율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관위가 바로 조사권을 행사할 것이 아니라 해당 정당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이번 녹취록 파문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놓자 더불어민주당은 "권력 눈치를 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 친박 실세들의 공천개입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런데 선관위에게는 이같이 명명백백한 사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녹취록보다 더 분명한 증거가 어디에 있는가? 얼마나 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야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말인지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차라리 선관위는 조사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누가 보아도 권력을 의식한 소극적 태도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통탄했다.
그는 또 "선거법 위반을 감시하고 방지해야 할 선관위가 이미 행해진 불법조차 조사하지 않겠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선관위가 자신의 직분을 포기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쌓은 공정선거의 기틀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임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선관위는 권력 눈치 보기 그만하고 즉각 친박 공천 개입 사건을 조사해 사법당국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내 비박계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정병국·김용태 의원 등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녹취록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다시 밝혔다.
정 의원은 "친박 핵심 분들의 공천 개입과 녹취록 파동으로 새누리당의 대들보마저 썩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며 "당 내부는 추악한 음모론까지 제기되며 진흙탕이 됐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은 폐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의 5선 의원으로서 저부터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히면서도, 녹취록 파문에 관한 조사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의원도 같은 날 녹취록 파문과 관련해 "이 말을 하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며 "밀실, 계파 공천의 폐해를 전면 차단해 국민공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입법 및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 국고보조금, 책임당원 당비로 구성되는 당 예산도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녹취록이 공개됐을 당시 비박계 의원들은 하나같이 '선거법 위반' '검찰 수사' '수사 의뢰' 등 강경한 발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비박계는 서청원 의원의 8·9 전대 당 대표 불출마 선언 이후 공세를 멈췄지만, 다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