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의왕=배정한·문병희·신진환 기자] 갖가지 소문의 주인공인 배우 박상아(44)씨가 일당 400만원의 '황제 노역' 중인 남편 전재용(52) 씨를 면회하며 옥바라지하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박상아 씨는 5일 오후 일행 5명과 함께 조세포탈로 선고받은 벌금 38억6000만 원을 갚지 못해 서울구치소에서 노역으로 벌금을 대신하고 있는 남편 전재용 씨를 찾아 변함없는 부부애를 보였다. 박 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지난 2012년 6월 전두환(85)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8) 씨의 장녀 수현(32) 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그동안 이혼설과 배우 복귀설, 재산 은닉설 등에 휩싸였지만 구체적 해명이나 행동 없이 언론을 피해 은밀한 삶을 이어왔다.
자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과 재산 은닉 혐의 등으로 언론과 숨바꼭질하던 박 씨가 4년 만에 다시 언론사 카메라에 모습을 드러낸 곳은 서울구치소였다. 지난 1일 남편 재용 씨가 서울구치소 노역장에 강제 유치됐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재용 씨와 결혼하기 위해 연예계 활동을 정리하고 2003년 미국으로 건너가 비밀리에 결혼했다. 당시 재용 씨의 전 부인 최 모 씨는 이혼을 해주지 않은 상태였다. 어렵게 화촉을 밝힌 부부의 파란만장한 결혼생활은 또 다시 남편 재용 씨가 2년 8개월의 노역장 신세가 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박 씨는 이날 오후 2시께 남편 재용 씨를 면회하기 위해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그는 카키색 티셔츠와 짙은 회색 바지, 비 내리는 날씨를 고려한 듯 장화를 신고 일행 5명과 함께 구치소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3년 재용 씨의 비자금 연루설로 미국으로 출국하며 연예계를 사실상 은퇴했지만, 겉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박 씨도 세월을 거스르진 못한 듯 눈가의 주름과 흰 머리가 눈에 띄었다.
박 씨는 주변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일행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등 비교적 다른 이들의 눈길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연예계를 떠난 지 13년이 지났고,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로 박 씨를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오후 2시께 구치소로 들어간 박 씨는 약 1시간 20분 뒤인 3시 20분께 일행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구치소 출입문 앞에서 3분여 동안 일행과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그는 <더팩트> 취재진이 다가가 신분을 밝히자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취재진은 '남편의 면회를 온 것이냐'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닫은 채 홀로 황급히 자신의 차량인 제네시스 차에 올라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은 취재를 가로막기도 했다.
박 씨가 찾은 서울구치소는 재소자별 면회가능 횟수가 제한된다. 미결수는 1일 1회 면회가 가능하지만, 재판이 확정된 기결수는 급수에 따라 4급 월 4회, 3급 월 5회, 2급 월 6회할 수 있다. 노역은 월 5회 면회가 가능하다. 재용 씨의 경우는 노역 유치를 받아 월 5회 면회가 가능한 경우다.
노역 중인 재용 씨는 부동산 사업을 하며, 서울 이태원의 고급 빌라 펜트하우스에 살았다. 사업으로 성공했던 재용 씨의 수난이 시작된 건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된 2013년부터다. 재용 씨는 전 씨 일가가 은닉한 재산 추징이 가능해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박 씨의 삶도 이때부터 달라졌다. 그동안 국내와 미국에 상당한 재산을 보유한 부부의 재산이 환수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 씨의 재산도 국고로 환수됐다. 지난해 3월 미 법무부는 전 씨 일가의 122만 달러(약 13억4000만 원) 몰수를 끝으로 미국 내 재판을 종결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알렸다. 당시 미 법무부가 몰수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은 차남 재용 씨 소유의 주택 매각 대금과 부인 박 씨의 미국 내 투자금으로 알려졌다.
미 법무부는 2014년 2월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소송을 제기해 재용 씨의 캘리포니아 주 뉴포트비치 소재 주택을 매각한 대금 잔여분인 72만6000달러 몰수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낸 바 있다. 이어 같은 해 9월 초에는 펜실베이니아주 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박 씨의 투자금 50만 달러(약 5억7000만 원)에 대한 몰수 영장도 받아냈다.
전 씨는 2005년 경기 오산시 양산동의 땅 28필지(445억 원 상당)를 팔면서 120억 원 규모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 27억 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지난해 8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 등을 확정받았다. 함께 기소된 외삼촌 이창석(65) 씨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 원 등을 확정받았다. 형법에 따르면 벌금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벌금을 내지 않으면 500일 이상의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씨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 씨와 함께 지난 1일 노역장에 강제 유치됐다.
전 씨는 구치소 노역장에서 약 2년 8개월(965일) 동안 수감되는데, 벌금 미납분을 하루 환형(換刑) 액수로 환산하면 400만 원에 달한다. 통상 노역 일당인 5만~10만 원보다 80배나 많아 이른바 '황제 노역'이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씨는 2년 4개월(857일) 노역장에서 지내야 한다. 노역장 유치 사범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경우 통상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청소 등 환경정비 활동을 하게 된다.
한편 전 씨와 박 씨는 2007년 결혼식을 올렸으며, 슬하에 2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또 2013년 7월 자녀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