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신공항’이라는 명분과 프레임을 내걸고 후폭풍 차단과 레임덕 방지에 안간 힘을 쏟고 있는 지금, 왜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걸까. ‘원칙 없는 정치’와 ‘선거용 정치’에 신물이 나서, 그래서 역설적으로 물음표가 떠올랐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정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이 국민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김해공항의 확장이 영남권(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공약파기 논란에 대해 ‘김해 신공항 건설은 공약의 실천’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 측은 “김해공항 확장은 사실상 신공항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김해공항 신공항이 되는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현 정권의 표밭인 대구와 부산지역의 반발여론을 무마하는 데에 애면글면하고 있다. 새누리당측도 “김해공항 확장보다는 ‘김해 신공항’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며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에 김해공항 확장(김해 신공항)예비 타당성 조사에 착수한다. 내년에 공항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1년 착공~2026년 개항을 목표로 약 4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통상 1년여 걸리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6개월 내외로 단축하겠다는 속도전 의지도 관측된다.
신공항 논란으로 현 정권 텃밭격인 영남권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계심과 불안감이 반영되는 대목으로 보여진다. ‘김해 신공항’ 프레임을 통해 ‘공약 실천’의 우호적 여론을 조기에 형성하는 게 정부로서는 절실하다. 신공항 논쟁은 보수정권 지지자 간 '삭발'까지 감행한 지난 10여년간의 ‘대척점’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신공항 후유증은 거칠게 남아 있다.
‘김해 신공항’프레임이 의도대로 작동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 스스로 오랫동안 김해공항 확장은 불가능 하다고 해놓고 확장이 최선이라고 하니 부산 대구 주민들은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고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해 신공항’이 아니다. ‘김해공항 신활주로’사업이다”며 박 대통령의 국민사과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대승적 수용을 바라지만 김해 신공항론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게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다.
‘원칙 없는 정치, 선거용 정치’가 자초한 결과이기에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보수층 일각에서도 김해 신공항론을 물타기용으로 평가한다. 물론 경제성등을 감안할 때 김해공항 확장이 가덕도나 밀양의 신공항 건설보다 효율적이라는 정부측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들의 분노다.
지난 2011년 ‘경제성이 없다’며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형태로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공약을 통해 신공항을 정치판에 다시 꺼내놨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중이다”며 신공항 표심을 자극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가덕도 미유치시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해 지금 혼쭐이 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신공항 이슈에서는 갈라섰다. ‘부산 표’를 의식한 문재인 전 대표와 ‘대구 표’를 잡으려는 김부겸 의원도 부딪혔다. 신공항 발표 후에는 더민주 부산지역 일부 의원이 ‘불만과 의혹’을 제기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모두가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표를 의식한 선거공약 때문에 발생한 사안이라 생각한다. 지금 김해 공항 확장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국민들을 상대로 약속을 (또)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남아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다시는 지역간 갈등고조를 유발하는 약속이나 선거공약은 지양할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같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신공항 관련 주장만큼은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는 간디가 꼽은 ‘나라를 망치는 7가지 사회악’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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