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실효성 있게 법을 개정해서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만큼은 할 수 없게 하겠다.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내용이다. 오너들이 엄청 싫어하겠죠?"
채이배(42,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의원이 해맑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시쳇말로 '웃으면서 때리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 채 의원도 그렇게 보였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만큼은 할 수 없게 하겠다면서 웃는 모습이 그렇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으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다. 채 의원은 회계 전문가이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즉, 재벌 개혁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이런 그가 국회에 들어왔으니 대기업으로서는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채 의원은 20대 국회 개원 전부터 주목받았다. 바로 그의 20년간의 시민운동 이력 때문이다. <더팩트>는 14일 오후 채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만났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채 의원의 의정활동 계획과 국내 대기업 문제와 개선 방향 등을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는 재벌들 안 좋은 것들의 '집약체'"
채 의원은 급히 재킷을 입었다. 인터뷰 사진을 의식한 듯하다. 초선 비례대표로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지만, 그는 이미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거기다 그 관심도 긍정적이며 기대감이다.
그는 앞서 언급했듯 재벌 개혁과 공정성장 등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활동해 왔다. 대기업 재벌들이 그의 국회 입성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 의원의 관심사는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이다. 이런 이유로 관련 법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채 의원은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라며 "롯데는 최근에 일감 몰아주기로 문제가 있었고, 삼성도 예전에 에버랜드, 현대는 글로비스, SK는 CNC 등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게 합병하면서 뒤죽박죽이 됐다. 일감몰아주기란 것들이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안 좋은 것의 '집약체'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가까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시민운동을 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 따라서 준비하는 법안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채 의원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방식과 문제점을 세 가지로 보았다.
채 의원은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형태는 A가 개인회사를 하나 차려서 개인들이 돈을 버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하던 일을 가져가서 중소기업을 배제 시킨다. 아니면 A는 책상만 놓고 중소기업에 하청 주고 통행세만 받아 챙긴다. 결국, 중소기업들을 경쟁에서 배제하고 하청 기업화 시켜서 불공정한 거래를 만들어 돈을 챙기는 것이다. 이게 결국엔 중소기업의 문제를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세금 없이 편법으로 부의 대물림을 하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의 문제는 또 일감을 주는 회사 차원에서는 회사의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이런 측면에서 안 좋은 것을 다 가지고 있어 이를 근절시키기 위한 법안을 제대로 만들 것이다. 이미 법안들이 있는데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효성 있게 법을 개정해서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만큼은 할 수 없게 하겠다. 가장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내용이다. 오너들이 엄청 싫어할 것"이라며 웃었다.
◆법인세 인상? 실효세율 올리는 접근 필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채 의원의 말처럼 대기업 오너들은 달가울 리 없다. 또,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논의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도 기업들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이미 몇 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인세 25% 정상화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채 의원은 법인세 문제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그가 법인세 인상에 신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법인세 인상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었다.
채 의원은 "지난 대선 때부터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뭐냐면, 돈을 쓸 곳이 명확해야 한다. 하지만 부족해서 재원 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있어야 한다"면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세출 구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굉장히 낭비되는 예산들이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첫째는 세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세출 구조를 개선해서 일정부분 재원 마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바로 명목세율을 올리기보다는 실효세율을 올리기 위한 접근, 세액공제 감면에 대한 축소"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나 그 대부분의 세액공제 감면이 대기업들에 이뤄지고 있다. 그런 부분은 축소해서 대기업의 실효세율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렇게 해서도 재원이 많이 부족하다면 세율을 올리거나, 세율 구간을 새로 만들거나 그런 것들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인세 인상이든 뭐든 단계적으로 밟아 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짜고짜 바로 세율을 올리자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띠었다.
채 의원은 "세율을 올리자는 분들은 '쓸데가 있다. 올려만 주면 여기저기 쓸데가 있다고 한다'는 데 저는 정말 그게 꼭 필요해서 써야만 하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무턱대고 복지만 마냥 늘려갈 수도 없다. 한정된 재원 내에서 그런 것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야당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과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소득세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다. 채 의원은 "소득공제에서 세약 공제로 해서 연말정산 논란이 있었다. 소득세의 면세점이 굉장히 높아졌다. 소득근로자의 48% 정도가 면세자"라며 "이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세금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중위소득 이상은 더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 거 아니냐. 또, 최고세율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더 부담해야 하고. 그런 접근을 해야 한다. 소득세에 대한 세액공제 감면이 손질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돈 풀게 할 정책 만들어 압박해야
야권에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것이 '사내유보금'이다. 약 700조 원이 대기업 사내유보금으로 묶여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인세를 올려야 기업이 돈을 풀고,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채 의원은 사내유보금을 획일적인 잣대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개념이 좀 명확해야 한다. 사내유보라는 개념은 명확하게 있다. 최종적인 당기순이익이 나오면 거기서 배당으로 사회 유출을 하고 사내에 남아있는 게 사내유보다. 사내유보금이라는 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채 의원은 "왜냐하면 이게 현금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사내유보를 했고, 투자하거나 사용을 하면 그 부분이 장부상에는 이익잉여금이라고 남지만 그게 현금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1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00조 원이라고 하는데 이거는 단순한 이익잉여금의 합산이다. 현금이 아니다"고 사내유보금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사내유보로 현금 100조 원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 돈은 내가 벌어서 쌓아놓은 돈일 수도 있지만, 빌려서 쌓아놓은 돈일 수도 있고 사용해야 하는 운영자금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을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기업들이 이익을 많이 챙겼고 분배를 많이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선 비판받고 개선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채 의원은 "저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것은 동감한다"면서 "이를 개선하겠다고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최경환 부총리 시절에 만들었는데 실효성이 없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대기업들이 돈을 풀게 하는 방안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정책화해서 압박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법으로 하지 않으면 절대 안 한다"라며 "아이러니한 게 기업 개개인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판단하는데, 사회경제적으로는 가장 갈등을 유발하고 비효율을 만들어 낸다"며 지적했다.
채 의원은 "사회가 이렇게 불안정해지면 대기업들도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알면서도 나 때는 못하겠다는 것인 것 같다"고 웃었다.
☞<하> 편에 계속
<사진=임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