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따뜻한 보수'의 아이콘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86일 만에 친정 새누리당에 복당하게 됐다.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대위원회 회의를 열어 유 의원을 포함한 탈당파 의원 7명을 일괄 복당시키기로 결정했다. 당의 통합과 화합을 이루라는 총선 민의를 받들고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인 유 의원은 지난해부터 험로를 걷는다. 그는 당시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또 지난해 6월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이 맞지 않을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과 합의해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는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해왔던 청와대 눈밖에 벗어나는 계기가 됐고, 그는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다.
이로 인해 친박계에서는 당시 원내대표였던 유 의원에게 사퇴를 종용하며 몰아세웠고,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역설하며 결국 직을 내려놓는다.
친박계와 대립각은 지난 4·13 총선에서도 이어진다. 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의 집중 견제로 무공천 위기에 내몰렸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일부에서 그의 '정체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새누리당 공관위는 번번이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결정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뤘다. 관망하던 유 의원은 지난 3월 23일 20대 총선 공식 후보등록일 하루 전까지 자신의 공천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자 탈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대구 동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19일 입당 원서를 제출하면서 복당을 신청한다. 탈당한 지 27일 만이다. 그러나 복당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 계파 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비박계에서는 유 의원을 포함해 일괄 복당을 주장했고, 친박계에서는 선별적으로 복당시켜야 한다고 맞서 복당 문제를 놓고 꼬인 실타래는 풀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오매불망 '새누리당'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달 31일 성균관대에서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지금 새누리당 복당을 신청해 놓은 상태이고 복당 신청할 때 그때 마음과 그대로 똑같다. 복당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마침내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무소속 탈당파 의원 7명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유 의원은 친정에 복당하게 됐다.
유 의원은 16일 복당이 결정된 뒤 보도자료에서 "국민이 원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수의 개혁과 당의 화합을 위해 당원으로서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저의 오랜 집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서 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고 보수의 체질 개선을 과제로 제시했던 유 의원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에 격분했다. 이날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일부 비대위원들이 비밀리에 작정하고 쿠데타 하듯 복당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고, 김희옥 위원장은 17일 넉 달 만에 열리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또 김 위원장은 사퇴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복당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