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여야 잠룡들이 일제히 '충북행' 열차를 타고 있다. 지난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충청대망론'이 확산된 직후인 만큼 이들의 '충청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충청은 반 총장이 나고 자란 곳으로 '반기문 대망론'의 근거지로 지목된다.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부터 6일간 방한에서 충청권 맹주 격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충청권 대권 후보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때문에 여야 잠룡들이 반 총장의 파급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앞다퉈 충청에 들른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전·현직 대표가 같은 날 잇따라 충청도를 찾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10시 청주시 사천동 천주교 청주교구에 도착해 30여분 간 장봉훈 주교와 환담했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괴산 성불산휴양림에서 열리는 더민주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충청 방문이 '반기문 대망론'을 의식한 행보란 해석을 일축했다. 그는 "특별한 의미는 안 두셨으면 좋겠다"면서 "요즘 지역에 많이 다니면서 지역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고, 오늘도 미리 짜인 일정대로 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자제했다. 특히 반 총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 전 대표는 이날 괴산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에서 '반 총장이 충청의 맹주격인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TK(대구·경북) 일정을 소화하며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을 만난 것'에 대해 "충청과 대구·경북이 연합하면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하며 다녀갔다"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반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김 대표는 "충청권 선거가 중요하다. 충북에서 이기는 정당이 꼭 집권한다. 내년에 우리가 집권당이 되려면 표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충북 충남 모두 굉장히 선전했는데, 충청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집권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질 것을 강조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2일 충청행 대열에 동참했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 이후 '책임'을 명분으로 한동안 잠행을 이어갔던 김 전 대표는 이날 충청에서 정치 행보 재개 의지를 보였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제42주기 열반대재 추모사에서 "모든 일에 임할 때 무심으로 대하라는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했는데도 총선에서 패하고 말았다"면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심상청정 처처연화개'(一心常淸淨 處處蓮華 開·한마음으로 늘 깨끗이 하면 곳곳마다 연꽃이 핀다)라는 상월원각 대조사의 법어를 인용하며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대조사님의 가르침이 진리인 만큼 계속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발빠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고했던 3~4일 충청행을 잠정 연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사회적 파장이 커진 만큼 사고 수습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시장은 3일 오전 충북도교육청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소통·혁신·협치로 바꿔가는 서울교육'을 주제로 1시간 20분동안 강연을 하고, 지난 총선 때 충북 증평·진천·음성선거구에서 낙선한 임해종 후보 등 낙선자 5명과 오찬을 하는 등 이틀동안 8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