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여야 잠룡들, 일제히 '충북행'…반기문 대망론 견제?

여야 잠룡들이 일제히 충북행 열차를 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충청대망론이 확산된 직후인 만큼 이들의 충청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여야 잠룡들이 일제히 '충북행' 열차를 타고 있다. 지난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한 이후 '충청대망론'이 확산된 직후인 만큼 이들의 '충청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충청은 반 총장이 나고 자란 곳으로 '반기문 대망론'의 근거지로 지목된다. 반 총장은 지난달 25일부터 6일간 방한에서 충청권 맹주 격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충청권 대권 후보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때문에 여야 잠룡들이 반 총장의 파급력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앞다퉈 충청에 들른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10시 청주시 사천동 천주교 청주교구에 도착해 30여분 간 장봉훈 주교와 30여 분간 환담했다. 문 전 대표가 지난달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7주기 추모식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전·현직 대표가 같은 날 잇따라 충청도를 찾았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10시 청주시 사천동 천주교 청주교구에 도착해 30여분 간 장봉훈 주교와 환담했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괴산 성불산휴양림에서 열리는 더민주 당직자 워크숍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번 충청 방문이 '반기문 대망론'을 의식한 행보란 해석을 일축했다. 그는 "특별한 의미는 안 두셨으면 좋겠다"면서 "요즘 지역에 많이 다니면서 지역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시민들과 만나고 있고, 오늘도 미리 짜인 일정대로 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자제했다. 특히 반 총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지난 1일 괴산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에서 충청과 대구·경북이 연합하면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하며 다녀갔다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금곡리 진접선 지하철 공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이새롬 기자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 전 대표는 이날 괴산 성불산 자연휴양림에서 열린 충북도당 핵심당직자 워크숍에서 '반 총장이 충청의 맹주격인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나고, TK(대구·경북) 일정을 소화하며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들을 만난 것'에 대해 "충청과 대구·경북이 연합하면 대권을 잡을 수 있는 것처럼 하며 다녀갔다"면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반 총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김 대표는 "충청권 선거가 중요하다. 충북에서 이기는 정당이 꼭 집권한다. 내년에 우리가 집권당이 되려면 표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충북 충남 모두 굉장히 선전했는데, 충청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집권하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내부 결속을 다질 것을 강조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 2일 충청행 대열에 동참했다./남윤호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2일 충청행 대열에 동참했다. 새누리당 총선 참패 이후 '책임'을 명분으로 한동안 잠행을 이어갔던 김 전 대표는 이날 충청에서 정치 행보 재개 의지를 보였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제42주기 열반대재 추모사에서 "모든 일에 임할 때 무심으로 대하라는 대조사님의 가르침을 잘 실천했는데도 총선에서 패하고 말았다"면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심상청정 처처연화개'(一心常淸淨 處處蓮華 開·한마음으로 늘 깨끗이 하면 곳곳마다 연꽃이 핀다)라는 상월원각 대조사의 법어를 인용하며 "비록 선거에는 졌지만 대조사님의 가르침이 진리인 만큼 계속 따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빠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수습을 위해 예고했던 3~4일 충청행을 잠정 연기했다./이새롬 기자

한편 최근 발빠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예고했던 3~4일 충청행을 잠정 연기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사회적 파장이 커진 만큼 사고 수습에 집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 시장은 3일 오전 충북도교육청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소통·혁신·협치로 바꿔가는 서울교육'을 주제로 1시간 20분동안 강연을 하고, 지난 총선 때 충북 증평·진천·음성선거구에서 낙선한 임해종 후보 등 낙선자 5명과 오찬을 하는 등 이틀동안 8개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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