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고향보다 TK 지지율 더 높아…3자 대결서도 1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어머니를 부축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 25일 방한한 뒤 5박 6일간 '광폭 행보'를 펼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중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보다도 TK(대구·경북)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아 주목된다. 반 총장이 29일 TK 지역을 방문한 것도 대선 민심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9.4%) 결과에 따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은 28.4%로 나타났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2%,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1.9%로 집계됐다. 반 총장은 문 전 대표보다 지지율에서 10%포인트 앞서며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선 셈이다.

아울러 반 총장과 문 전 대표, 안 대표가 3자 대결할 경우 반 총장은 45.7%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다.

반 총장은 지난 28일 충청 맹주 김종필 전 총리와 30분간 비공개 회동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충청 대망론을 염두한 것으로 대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김 전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반 총장과의 면담을 마친 뒤, 외출을 하기 위해 자택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번 여론조사에서 특징은 반 총장의 지지율이 고향인 충청보다 TK에서 높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기반인 TK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 45.1%로, 충청(30.6%)보다 약 15%포인트 높았다.

이에 대해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는 여권 상황상 새누리당의 대권 후보로 예상되는 반 총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TK의 민심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반 총장은 부산·경남 30%, 제주도 29.4%, 수도권인 경기·인천 28.7% 등에서 고루 지지율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반 총장은 방한 이후 고향인 충청을 찾는 대신 TK를 방문, 가장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2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터리 세계대회'를 참석한 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에 있는 서애(西厓) 류성룡 선생 고택 충효당을 찾았다.

류성룡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혼란스러운 조선 조정을 총지휘하고 전란을 극복한 뛰어난 명재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충효당을 찾는 이유도 리더십과 외교통의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대권에 출마할 명분을 쌓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권영세 안동시장, 장대진 경북도의회 의장과도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정치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 총장은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 참석을 끝으로 5박 6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이날 저녁 뉴욕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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