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시사' 반기문, "나이·체력 문제 안 돼"...정치권 '술렁'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후 역할 발언이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퇴임 후 역할" 발언이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여야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권은 반 총장의 발언을 환영하는 반면, 야권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 총장은 25일 오후 제주공항으로 입국한 뒤 첫 일정으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관훈포럼 초청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반 총장은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며 사실상 내년 대선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국가나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가 국가 통합에 나서야 한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쟁, 계파 지역분열을 누군가가 없애야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한다는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솔선수범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런 발언에 같은 충청 출신이면서 관훈포럼에 참석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지 않냐"며 "지금은 나라가 어렵다"고 반 총장의 대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관훈포럼에 참석한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반 총장의 경험과 능력을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쓰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야권은 반 총장의 발언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고, 여권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더팩트DB

반 총장은 특히 자신을 향한 대망론에 관해 "저 자신은 개인적으로 '제가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게 살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어디까지나 유엔 사무총장"이라면서 "제가 돌아오면 국민으로서의 역할은 더 생각해보겠지만, 지금 현재는 제가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들에게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사실상 대선 출마 시사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인지 단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엔 사무총장을 임기 중에 정치적 논란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나라의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며 "국민으로서 피선거권이 있다면 누구든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 총장은 외교관으로서 의례적인 표현을 사용했지만, 대권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면서 "향후 그분의 행보나 정치권의 동향은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올해 72세인 반 총장은 일각의 '대선 출마를 하기엔 나이가 많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체력, 나이 등은 별문제가 안 된다"는 여유를 보였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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