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연구소일까, 외곽조직일까.'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의 '싱크탱크'에 대한 궁금증이다. 25일 퇴임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을 창립하고 '제2의 정치'를 시작한다.
정 의장의 싱크탱크는 ▲외교·통일 ▲교육 ▲ 노동 ▲경제 ▲복지 분야 등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책 과제를 선정해 연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창립 회원은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등 정계 및 학계 등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의 싱크탱크는 표면적으로 보면 연구소 성격을 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외곽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 의장도 퇴임 회견에서 "정파를 뛰어넘어서는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 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며 독자 정치 세력화 행보를 공식화했다.
정 의장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싱크탱크는 '포럼', '연대', '연구소' 등의 이름으로 각 분야 발전방안 제시를 표방하며 저마다 정치와의 연관을 차단하지만, 일부는 지지세력을 결집하며 사조직으로 활용됐다.
최근 '새판 짜기'를 강조하며 정 의장과 제4당 창당설에 휩싸인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동아시아미래재단'이나,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창립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 등도 외곽조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당장 정계복귀가 임박한 손 전 고문은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을 기점으로 등판할 것이란 관측이며,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한 후 요직엔 '내일' 멤버가 다수 포진했다.
안 대표의 '내일' 처럼 싱크탱크는 대개 선거 국면과 맞물려 경쟁적으로 결성된다.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선거용 사조직'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만 해도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관련 단체는 '국민희망포럼'(2만3000명), 정책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200명) 등이 여럿 등장했다.
또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인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보좌진 그룹 등이 참여한 싱크탱크 '담쟁이포럼'(400명)이 출범했다.
20대 대선이 1년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권의 '이합집산'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