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대선 출마 시사' 반기문...여 '불 지피고' 야 '김 빼고'

차기 대선의 핵으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방한했다. 반 총장은 이날 귀국한 뒤 26~27일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을 제외하고 5박 6일 동안 서울, 경기 일산, 경북 안동과 경주, 제주를 순방하는 광폭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정치권이 차기 '대선의 핵'으로 급부상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사실상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여야 정치권은 반 총장 방한 전부터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반 총장은 25일 오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과 제주 롯데호텔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 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치러질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대선에 출마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직접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발언은 아니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로 볼 수 있다는 정계 안팎의 분석이다.

반 총장의 사실상 대선 출마 발언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인다. 어쩌면 여당은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 시사 발언을 유도하기 위해 '대망론' 불 지피기를 했다면 야권은 '대망론' 김 빼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반 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발언은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더팩트>는 술렁이는 정치권에서 나온 반 총장에 대한 말들을 모아봤다. 반 총장은 이날 귀국한 뒤 26~27일 일본을 방문하는 일정을 제외하고 5박 6일 동안 서울, 경기 일산, 경북 안동과 경주, 제주를 순방하는 '광폭 행보'를 펼칠 예정이다.

◆ 與, '반기문 모시기' 분위기…일각에선 '신중론' 제기

마땅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반기문 모시기의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사진은 정진석(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임영무 기자

새누리당은 차기 대권주자에 대해 부심하며 '반기문 모시기'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출신인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 후보로 당연히 나서야 한다"며 "외교를 잘하고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UN사무총장을 10년 경험하고 세계 정상국들과 좋은 인맥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반 총장이 국제적 경영과 감각을 갖추고 통일을 대하는 대통령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충청 출신의 정우택 의원은 같은 날 KBS 라디오에서 반 총장이 대권후보로 결심한다면 여권과 야권후보 중 어느 쪽에 가능성이 높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여권 후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야권에서는 많은 유력 주자가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다는 점과 들어오기를 기대했던 점이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은 지난 16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또 "당원들 목소리 중에 반 총장을 꼭 모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여당 내에서 반 총장을 대권주자로 옹립하자는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 정치가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더 검증을 거쳐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 野, 반 총장 '집중견제' 한목소리

대표적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권 잠룡을 보유한 더민주는 반 총장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임영무 기자

대표적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권 잠룡'을 보유한 더민주는 반 총장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략통'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반 총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새누리 친박(친박근혜) 대통령 후보로 내정돼 있다"며 "당권(킹메이커)-최경환, 대통령-반기문 구도인데, 지난 미국 방문 시 박 대통령이 반 총장에게 권유했을 거라는 추측이 있고 믿음도 전파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반 총장 귀국은 내년 5월쯤으로 예측된다. 임기 종료 후 바로 귀국하면 정치 작업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대선 출마 질문에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다 보면 지지율만 까먹으니 밖에서 머물며 신비주의 스탠스를 취하고 안에서는 대망론의 불을 지핀다는 시나리오"라고 언급했다.

4선 고지에 오른 송영길(인천 계양을)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25일 "반 총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반 총장 개인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를 총괄하던 유엔 사무총장이 특정 국가의 대통령을 목적으로 사무총장을 활용하면 누가 그를 공정한 사무총장으로 보겠느냐"고 압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기에 유엔 결의문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대망론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사무총장으로서 여러 국가의 비밀 정보를 많이 알게 되는데 특정 국가 공직자가 되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기에 그 직책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결의문이지 않겠나. 존중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꼬는 발언을 했다./배정한 기자

국민의당도 더민주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4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도 보면 반기문 총장은 대통령에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고 안 나올 수 있는 것도 반이다. 저희 민주당에 문을 두드린 것도 반이고 새누리당에 두드린 것도 반이기 때문에 모든 게 반반"이라며 "그래서 반기문 총장이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2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반기문 대망론과 관련해 "검증을 견딜 수 없고 (대선에) 나서면 100% 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장벽을 돌파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스스로 의지를 보여야 하고 어떤 정치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며 "외부에 있는 사람을 영입해서 대통령이 별안간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생기지 않는다고 본다"고 확신했다.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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