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광주=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이 13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해단식을 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해단식 인사말에서 "어제 우리는 호남의 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다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며 "이젠 국민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생활상에 한 가지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자리에 남성 두 명이 기념촬영을 하는 더민주 당선자들을 향해 '갑의 횡포에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실 더민주 국회의원님 안 계세요. 을의 눈물을 닦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어 보였다. 워크숍 해단식 직후 화순군산림조합장이라고 소개한 조모 씨는 갑자기 정세균 의원과 면담을 요구하며 그의 앞에 섰다.
조 씨는 정 의원에게 "을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국회의장 출마하실 분이니까"라고 말했고, 정 의원은 "당연하지요"라고 답했다. 그러다 분위기가 다소 거칠어졌다. 조 씨는 워크숍 공식 행사 전인 오후 2시 전께 정 의원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시도했고 연결됐음에도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문자메시지를 남겼고 이날 아침까지도 전화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화순이면 특별한 곳이다. 백신연구소를 산자부 장관을 할 때 유치한 곳이고, 당연히 화순군이 아닌 다른 군이라도 저를 만나고자 한다면 만나드린다"면서 "매사 합리적으로 하셔야지요.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가 어제(12일 광주에)와서 워크숍을 밤까지 하고. 워크숍 때 문자 하나 보내놓고…아이참. 보좌관을 통해서 나한테 전달이 안됐다니까요"라고 다소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언쟁이 길어졌다. 조 씨는 "밤새 기다렸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라고 말하자, 정 의원은 "버스가 출발해야 하지 않느냐. 제가 다음에 내려오면 (말을 듣겠다). 저한테 명함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좀처럼 생각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조 씨도 "민심을 들어달라. 뒤차로 가면 안 되느냐"고 읍소했다. 정 의원은 "그게 갑질이다. 너는 내 명령을 따르라고 하는 게 맞는 말이냐"고 응수했다. 조 씨는 "갑질이 아니라 하소연이다. 다음이라고 하지 말고, 보좌관이라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정 의원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그는 "그렇게 급하면 (서울에) 올라오면 안 되느냐. 그게 갑질이다. 말씀하시는 톤도 갑질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직자들의 만류로 정 의원은 자리에서 벗어났다. 조 씨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고 취재진에게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산림조합은 산림조합특별법에 의해 국가에서 만든 기관"이라며 "산림녹화를 군과 같이하고 있는데, 사업을 하나도 안 준다. 나무 한 그루를 못 심고 있다. 적자조합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발길을 돌렸다.
단체 활동하는 워크숍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연락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정 의원의 말이 이해가 됐다. 또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기 위해 연락했음에도 불발돼 직접 현장을 찾은 조 씨의 처지도 수긍이 됐다. 하지만 6선 고지에 오른 정 의원은 어찌됐든 호남 민심을 듣겠다고 결의한 당선자 중 한명이다. 조 씨의 주장이 다소 일방적이었을지언정 사과와 경청이 먼저였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갑질'이라고 표현한 자체는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더민주가 광주로 워크숍 장소로 택한 이유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기념하고 4·13 총선에서 호남 민심이 보여준 질타를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의미에서 였다. 그리곤 호남 민심의 회초리를 제대로 맞고 다시 거듭나겠다고 했다. 모든 당선자가 과연 호남 민심이 보여준 질타를 반성하고 성찰했는지 개운치 않은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