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청년정치③] '스물한 살' 손솔 흙수저당 대표 "왜 정치하냐고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한흥빌딩 당사에서 만난 손솔 흙수저당 대표는 20대의 정치 참여가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닌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이덕인 기자

결국 '청년팔이'였나. 20대 총선에서도 '청년 마케팅'은 홍수를 이뤘다. 당마다 갖은 공약을 쏟아냈고, 기득권 정당은 청년 후보를 앞다퉈 내세웠다. 하지만 청년들은 말한다. "진짜 청년 정치는 없다"고 말이다. 실제 20대 총선에서 2030유권자는 1500만 명으로 전체(4210만 명)의 35.7%를 차지했으나, 당선자 중 20대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없고, 30대에서 3명만 국회에 입성했다. 2030세대를 대변할 청년 정치인은 사실상 없다. 청년들이 '헬조선(열정페이, 취업난, 삼포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이 한국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의 원인으로 '헬정치'를 지목하는 이유다. 그래도 희망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더팩트>는 '헬로? 청년정치'를 기획해 청년 정치의 현주소와 '내일'을 들여다 본다.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청년 정치의 장벽 ▲청년 공약 길거리 투표 ▲ 20대 청년 정당대표 도전기 ▲ 2030 '깨톡' 토론 ▲ 전문가에 듣는다 주제로 싣는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왜, 정치에 뛰어들었냐고요?"

만 스물한 살의 손솔 흙수저당 대표가 되묻는다. 기성세대는 청년의 정치 참여를 말하면서도, '직접 정치'에 나선 자신을 특이하게 바라보는 게 '모순'이라는 것이다. 손 대표는 '청년 정치의 일상화'를 희망한다.

손 대표는 흙수저당과 노동당 및 농민당 등 3개 연합 정당인 '민중연합당'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피선거권(25세 이상)이 없는 정당 대표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지난 2월 27일 창당한 민중연합당은 원외 정당으로서 창당 한 달 만에 지난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로 56명을 출마시켰고, 이 가운데 청년 후보만 19명을 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한흥빌딩 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20대 총선에 참여한 20대 정치인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에 참여한 소감 또한 남다를 것 같았다. 기대와 좌절, 그리고 희망. 그 가운데서 느낀 것은 무엇일까. 젊은 정당 대표는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둥글둥글한 얼굴과 단정한 단발머리, 검정 블라우스와 정장 바지를 입고 구두를 신었다. 당의 얼굴로서 예의를 갖춘 옷차림이다. 조곤조곤 자신의 소신도 풀어놓는다. 목소리는 조용하고 진지하지만, 소녀처럼 웃음도 많다. 그 역시 불안한 시대를 사는 '청년의 얼굴' 그대로다.

"옷차림이 정말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 제가 정당 대표로서 활동해야 하는데 옷이 없는 거예요. 대학생이라 맨투맨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만 신고 다니다가 정장 차림을 해야 하니까요. 입던 대로 청년답게 입고 싶지만 제가 또 급진적으로 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더라고요(웃음)."

◆ "서울서 자취하는 평범한 스물한 살 대학생이에요"

자신을 서울서 자취하는 평범한 스물한 살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손솔 대표.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돌직구'를 던졌다.

"본인은 흙수저인가요?"

"아…." 잠깐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는 침착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최연소 당 대표를 하고 있고, 지난해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했었고,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이에요. 부모님은 고향(전남 영광)에서 소를 키우는 평범한 분들이고요. 주거비용은 부모님이 다 해주시고, 대학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요. 저희 부모님은' 대학까지는 책임진다'는 마인드가 있어서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시는데 학교를 졸업하면 어떡할지 고민이 많죠"라고 말했다.

손 대표를 '직접 정치'로 이끈 것은 지난해 이대 총학생회장을 맡으면서다. 등록금과 대학 구조조정 문제 등 학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15일간 '단식투쟁'에 나섰다.

"학내 6개 요구안을 걸고 단식투쟁을 하는데, 9일째였나. 대학 총장이 '교육부 지침으로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을 했어요. '정부·정치가 대학의 과 하나를 폐지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는구나'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총학생회장을 마친 그는 '이번 총선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올 초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정당이 없다"며 정치세력화를 그들에게 제안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일 2030세대 106명의 발기인이 '흙수저당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총학생회장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지역 대학총학생회장 출신이거나 지역 청년회, 청년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총선 직전 청년 당원은 1300명까지 늘었다.

"발기인 106명 중엔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며 이순신 동상에 올랐던 청년, 소녀상 지킴이 등 청년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 많아요. 이들이 모여 1300명의 당원이 되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정당이 등록되기 전엔 온라인당원 모집을 할 수 없어서 당원 가입 종이를 일일이 들고 다니면서 당원을 모집했죠. '이런 당이 있으면 해보고 싶다'며 가입한 친구들은 편의점 알바를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등 일상을 살아가는 청년들이에요."

◆ "등록금 3번 낼 돈으로 출마, 장벽 매우 높아요"

손 대표가 청년 세대 간 싸움에 고립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손 대표에게 '흙수저당'을 둘러싼 세간의 편견과 논란에 관해서 물었다. 총선 출마 후보 1명당 정당 기탁금은 1500만 원이며, 총선 과정에서 일부 흙수저당의 한 후보는 재산 9000만 원으로 '금수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흙수저여서라기보다 2015년에 '흙수저'란 말이 나온 것 자체에 의미를 뒀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고생해라' 이런 말만 듣던 청년들이 이전엔 '아, 그래 맞아'라고 했지만, 2015년을 겪으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무슨 말이냐, 병원 가야지'라고 인식했어요"라며 "또한 이 나라가 '헬조선'이고 '탈조선'을 꿈꾸고, '나는 금수저와 다른 흙수저란 계급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다만 경계해야 할 점은 금수저에 대한 권한보다 흙수저들끼리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죠. 세대 싸움에 고립되면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기탁금인 경우, 농민당 당원분들이 '청년들이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데 기탁금은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특별당비를 내면서 도와줬어요. 무엇보다 제가 제일 감동했던 것은 청년들이 십시일반으로 청년 후보 19명의 기탁금을 마련하는 데 팔을 걷어붙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청년 기탁금' 얘기는 자연스레 청년들의 '정치 진입 장벽 문제'로 흘렀다. 손 대표는 "청년들이 기성 정치에 진입하기에 제도적으로 장벽이 매우 높아요"라고 단언했다. "저희 당 청년 후보들이 후보자 서류를 준비하는 데 열 몇 가지를 제출해야 하고 청년들이 잘 겪어보지 못한 재산과 범죄 이력 등을 검증받아야 하는 등 절차적 어려움을 겪었어요"라며 "정당 기탁금 1500만 원도 대학 등록금을 3번 정도 낼 돈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손 대표.

19대 국회의 청년 정치에 대한 평가도 날카로웠다.

"19대에서 9명의 청년 의원이 있었지만, 20대에서 공천을 받은 사람이 없다는 게 지금 정치의 현실이에요. 평균 연령 55.5세의 역대 최고령 국회는 결국, 청년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엔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없는 것으로 알아요. 거의 계류 중이죠. 다만, 법안 하나 내는 것도 여러 사람이 동의를 해줘야 하는데 소수의 청년 의원들이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봐요.'

그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선거제도 개혁'을 꼽았다. "국회의원이 지역까지 다 커버해야 하는 소선거구제 하에서 청년 비례제도를 만들어도 다음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하잖아요. 특히 소선거구제는 많은 사표를 낳죠. 이번에 선거를 진행하면서 20~30세대들이 '새누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양당제 하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찍을 수밖에 없어요. 본인의 가치가 녹색당이나 민중연합당과 비슷해도 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 새누리당은 막아야 하니까 전략 투표를 한 거죠"라고 평가했다.

그래설까. 손 대표는 헌법재판소에 '25세 피선거권 제한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제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도 이번 총선에서 20대 초반의 유권자가 약 300만 명 정도 됐는데, 선거를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스웨덴 같은 경우 20대가 적정 비율로 국회의원을 할 수 있도록 할당제가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하는 논의도 던지고 싶어요"라며 "1987년도 6월 항쟁으로 만든 제도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란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할 때죠. 그걸 할 수 있는 건 청년들밖에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 "청년들과 '썸타는' 정당을 만들고 싶어요"

손솔 대표가 청년들과 함께 직접 정치를 즐겁고 유쾌한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희망하며 미소 짓고 있다.

연합 정당인 민중연합당 안에는 흙수저당의 2030세대와 노동당의 4050세대, 농민당의 60대가 공존한다. 젊은 정당 대표로서 나이 많은 선배 대표들이 '꼰대'로 느껴지진 않을까.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없다"며 웃었다.

"'썸타고 싶은 정당이 나왔습니다'란 흙수저당 문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농민당 대표께서 '손 대표, 썸이 뭔가?'라고 제게 물었어요. '음, 썸은 말이죠~대표님, 연애하기 전에 뭐가 있다는 겁니다'라고 멋쩍게 설명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었어요(웃음). 사실 노동당과 농민당 당원분들이 40대 이상 선배님이시잖아요. 그래서 꼰대라는 말에 민감해 하세요. '나는 꼰대가 안되려 노력하고 있다'를 온몸으로 보여주시려고 노력하세요. 그래서 늘 즐겁고 재밌어요."

스물한 살, 손 대표는 '청춘'이다. 그는 더 많은 청년과 함께 '직접 정치'를 즐겁고 유쾌한 방식으로 하고 싶다고 바랐다.

"'저도 국회의원이 되겠다'란 생각은 지금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그 결론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하죠. 제가 꿈꾸는 것은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정치'라는 것을 모든 청년이 깨닫고, 그게 어렵게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쉽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싶어요. 무엇보다 '20대 초반인데 정치에 뛰어든 이유가 뭐예요?'란 그런 질문이 안 나오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사진=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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