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정치 9단' 박지원 한마디에 여야 '흔들흔들'

최근 여의도 정가는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이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연일 들썩인다./배정한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여의도 정가가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의원의 한마디에 연일 들썩인다. 지난달 27일 국민의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된 이후부터 박 의원은 '정치 9단' 고수답게 '치고 빠지기' 전략을 사용하며 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혼을 쏙 빼놓고 있다.

◆ 원내대표 선두…긴장·눈치 보는 '새누리·더민주'

박 의원은 지난달 26일 밤 국민의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희상 후보를 두고 오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가 자기 좀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다. 나는 당신은 안 돼. 당신은 친노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배정한 기자

박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된 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원내대표 선정이다. 때문에 새누리당과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 출마자들 상당수는 박 의원을 의식, 그와 소통할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출마자는 1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할 때는 (박 의원이) 민주당의 원내대표를 했다"고 인연을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배포한 선거 홍보물에 '박지원 원내대표를 상대할 정치역량이 필요하다. 원숙한 정치력으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고 선제적 협력을 이끌겠다'고 적기도 했다.

민병두 더민주 출마자는 지난달 2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책과 전략마인드, 또 정치에 있어서 생산성, 이런 거 볼 때 저야말로 알파고다. 정치9단을 잡는 알파고라고 생각한다"고 박 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전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박지원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를 맞상대할 적임자"라면서 "박 원내대표를 20여 년 동안 쭉 지켜봤고 장점을 충분히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민주 원내대표 후보에 '친노(친노무현)'나 '친문(친문재인)' 계가 단 한명도 없다는 점도 박 의원의 영향으로 주목된다. 현재 더민주 신임 원내대표 후보로 등록한 의원은 4선의 강창일·이상민 의원, 3선의 노웅래·민병두·우상호·우원식 의원 등 모두 6명인데, 모두 '친노·친문계'와 벗어나 있다. 그나마 친문으로 불렸던 홍영표 의원은 마지막에 후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친노·친문계'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그동안 밝혀왔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지난달 26일 밤 국민의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 문희상 의원을 두고 "오늘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가 자기 좀 도와달라고 전화가 왔다. 나는 '당신은 안 돼. 당신은 친노 아니냐'고 했다"면서 "그쪽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거절했다. '내가 안 된다면 당신은 국회의장이 안 된다. 괜히 나서지 말라'고도 말해줬다. 오늘 저녁에 아마 그 사람은 잠을 못 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국회의장직' 두고 쥐락펴락…원구성 협상력 '주목'

국민의당으로 입당한 박지원 의원이 지난 3월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임영무 기자

박 의원은 국회의장직을 두고 거듭 줄타기를 하며 '실속' 챙기기에 나섰다. 제1야당인 더민주에서 국회의장을 하는 게 맞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대통령이 요청하면 새누리당에도 기회를 줄 수 있다"며 미묘하게 화법을 바꿨다가도 여야가 발끈하자 노련하게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장직은 더민주가 맡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서 국회부의장을 하나씩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된 후인 지난달 2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실정을 솔직히 인정하면서 협력을 구하고 야당 대표들을 설득하면 우리도 한번 애국심을 발휘해서 (국회의장 선출에 있어 새누리와 협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이재경 더민주 대변인, 강창일 더민주 의원 등 더민주 측 인사들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치고 빠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쥐락펴락하는 것이 기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보여줬던 모습과 무엇이 다르냐'는 여론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김홍걸 위원장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 이재경 대변인도 "박 원내대표가 민심을 받들겠다고 말한 지 얼마 안돼 '박심(朴心)'을 등장시켜 당혹스럽다", 강창일 의원은 "박 원내대표가 사기꾼이 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회의장 선출에 대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선호하지도, 배제하지도 않는다"면서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도 않으며 국회 고유의 권한이다. 경제를 위한 국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만약 대통령이 경제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협력을 요구한다면 아직 국회의장과 관련된 논의 등이 정해진 것이 없기에 모든 가능성을 두자는 원칙을 말한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고 나섰다.

정쟁을 피하고, '일하는 국민의당' 이미지를 만들자는 명분으로 일단 한 발 물러섰지만 박 의원의 정부여당, 더민주 사이 줄타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간사 등을 두고 20대 국회 원내 구성 협상이 펼쳐지는 만큼 주도권을 잡기위해 그가 어떤 '노림수'를 쓸지 주목된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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