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선거가 언제죠?"…2030의 정치 무관심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광역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대구=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대구-부산-순천-광주-전주-세종의 20대 총선 민심을 살폈다. 이들 지역은 격전지이면서 관심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각 지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저마다 이번 총선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일부는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기대와 희망을 얘기하기도 했다.

취재진이 만난 수많은 시민 중 유독 2030세대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외면했다.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만난 20대 초반의 김모 씨는 "저의 한 표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또 투표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도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음에도 포기하겠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젊은 유권자들 역시 비슷했다. 정치는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얘기했다. 동시에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쉽게 말했다. 순천의 한 여성 유권자는 "이번 선거는 언제 해요?"라며 "한 번도 투표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투표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 입맛이 씁쓸했다. 물론 젊은층 모두가 정치를 외면하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 수준으로 깊이 있는 사견을 밝히기도 했다.

젊은층의 무관심을 후보들도 아는 것일까. 후보들은 거리 유세를 제외하고 주로 중장년층들이 모여 있는 복지관과 문화센터를 들러 표밭을 다졌다. 2030세대들이 많은 번화가나 대학가는 뒷전으로 밀렸다. 투표율이 높은 연령대를 공략하는 것은 실제 자신에게 던져질 한 표를 필요로 하는 후보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4일 오전 청계천 일대에 4·13 총선 투표 독려를 위한 설치한 홍보구조물이 설치돼 있다./이새롬 기자

고민이 깊어질 때쯤 최근 선거 투표율을 휴대전화로 검색해봤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의 투표율은 28.1%, 60대 이상은 65.5%였다.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17대 대선에서도 60대 이상의 투표율(76.6%)이 20대(46.6%)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달 31일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만난 전 공직자 조모(76) 씨는 선거에 무관심한 젊은층에 일침을 가했다. 선거는 국민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권리이고 이를 포기하면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인생 선배의 쓴소리였다.

"요즘 친구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제가 젊었을 때는 지금과 같은 민주 선거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젊은이들이 데모하고 들고 일어나기도 했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데모하라는 게 아닙니다. 지금은 세상이 변했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다만 유명하고 익숙한 후보에게만 덮어두고 찍어주는 노년층, 지역감정으로 당만 보고 찍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서민들이 갈수록 힘든 것을 무조건 정부 탓, 국회 탓할 수 없습니다. 왜냐, 우리가 뽑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정작 젊은이들은 정치가 자신과 동떨어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게 정치입니다. '알아서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산다면 우리 사회는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의미와 함께 우리나라의 법을 만드는 인물을 국회로 보내는 중요한 행사다. 만 19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지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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