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구=신진환 기자] "새누리당? 정치하는 것들은 다 사기꾼이야."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일대에서 대구시민을 만나 민심을 듣는 내내 고민이 깊었다. 기사로 쓸 수 없는 욕설에 '돌직구' 화법을 구사하는 시민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여성 유권자들은 "정치인들 다 똑같아요" "정치에 관심 없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일부 시민은 노골적으로 정치인들을 맹비난하면서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무엇이 이토록 그들을 분노하게 했을까.
"내 나이가 조금 있으면 70살이요. 수십 년 동안 정치가 달라진 게 없어. 서로 물고 뜯고, 자기 살겠다고 이리 붙었다가 저리 붙는 모습들 말이야. 그러면서 무슨 국민을 들먹거려. 뻔뻔한 건지 멍청한 건지…. 우리나라 정치인들 섬에 한데 모아서 자기들끼리 국민하고 국회의원 하라고 해"라며 김모(68)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속어와 욕설을 빼고 순화한 그의 말이다. 이러한 험악한 말투는 김 씨의 거친 성격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시민들 상당수가 격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만난 대구시민들은 한결같이 '의리'를 강조했다. 무뚝뚝하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의리를 저버리면 무서울 정도로 감정이 없던 사람보다 더 싫어한다고 입을 모았다.
새누리당에게 격노한 시민에게 이유를 물었다. 정모(52) 씨는 "새누리당이 대구에 해준 게 뭐가 있나. 서로 계파 싸움하고 재벌이나 상류층만 잘 살게 하지 않았나. 말로만 서민을 위해서 일하겠다 하는데, 대구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동안 대구는 새누리당에게 다 차려진 밥상이었다. 무조건 '1번' 찍어주는 대구 시민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흉흉한 민심 때문인지 대구의 선거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선거운동에 돌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도심은 조용했다.
시민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들은 "그 나물에 그 밥" "정치인들은 다 똑같아" 등이다. 쌓였던 감정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바뀐 듯했다.
새누리당 모 후보 관계자는 "대구 시민들이 과거에는 반갑게 맞이해주고 응원해주기도 했다. 이번 총선은 전과 같지 않고 싸늘하다. 한번은 '똑바로 하라'고 화를 내신 분도 있었다. 이런 민심을 우리 측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정치에 등 돌린 대구 시민의 반응에 입맛이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