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철새'들의 전성시대, 4·13 총선

최근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정당 갈아타기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국회 전경./문병희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봄'이 온다. 오는 24일이면 '봄의 여왕'인 벚꽃이 제주에서부터 개화하고, 4월이면 가을에 날아온 겨울 철새들이 번식지를 찾아 떠난다. 그래서인가. 4·13 총선을 맞아 '정치 철새'들도 물 만났다.

철새는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조류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소신을 내팽개친 채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겨다니며 당적(黨籍)을 바꾸는 정치인들을 '철새'라고 일컫는 이유다.

'정치 철새'들은 선거 때 활개를 친다. 금배지를 사수하고자 공천에서 탈락하면 당을 갈아타거나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 선거 이전에 공천 가능성을 저울질해 전략상 당적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제3당인 국민의당 출현과 공천 잡음으로 철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조건이다.

가장 최근엔 '정치 9단'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한 '5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 탄생'을 눈앞에 둔 김 대표는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였다.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 김 대표는 강하게 발끈하며 '사퇴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 상임대표의 탈당 이후 더 민주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 대표는 당초 "자리를 약속받고 온 게 아니"라며 비례설 및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20일 대표 권한인 남성 몫 '비례2번'에 본인을 전략공천했다. 1981년 1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로만 4선을 달성했다.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만 5선 달성을 눈앞에 뒀다. 김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야권으로 오기 전 김 대표는 2012년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고, 박 대통령 대선 경선 캠프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을 지적하며 등을 돌렸다.

'탈박(脫朴)' 진영 의원도 공천에서 탈락하자 새누리당 탈당 후 '더 민주'로 옮겼다.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고 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냈다. 당적을 옮긴 후 진 의원은 "쓰라린 보복을 안겨줬다"면서 청와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전 의원은 새누리당의 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으로 3선 의원을 역임한 경제전문가다. 김 대표의 대항마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경태(3선, 부산 사하을) 의원은 일찌감치 더 민주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적했다. 반문(반문재인) 대표 인사로 당내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자 지난 1월 21일 새누리호에 승선했다. 여당의 텃밭인 PK(부산·경남) 지역에서 12년간 수성한 조 의원이기에 새누리당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새누리당은 보은이라도 하듯 지난달 27일 1차 공천 발표에서 조 의원을 단수 후보로 추천했다. 즉, 전략공천했다.

조경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은 1차 공천 발표에서 조 의원을 일찌감치 단수 추천으로 전략공천했다./임영무 기자

정호준, 부좌현, 전정희 의원은 더 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뒤 국민의당에 합류했고, 이 밖의 여야 낙천자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 중이다. '연대' 조짐도 감지된다. 또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고 공천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한 신기남 더 민주 의원은 탈당 후 원외 민주당에 들어갔다.

본디 철새는 '비열한 삶'을 살지 않는다.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수만리 하늘 길을 날아가다가 때로는 목숨까지 잃는 등 자연의 섭리에 따라 치열한 날갯짓을 한다. 신념과 소신을 밥먹듯 저버리며 '금배지'에 목숨을 건 '정치 철새'들의 대명사가 된 게 억울할 일이다.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의 크기는 지름 1.6cm, 무게는 6g이다. 하지만 실제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5천만 국민들의 삶'을 짊어지는 사람이 금배지의 주인이어야 한다. '참(眞)새'여야 한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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