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순천=이철영·신진환 기자] "신발이 찢어질 정도로 걸어 댕김서 시민들헌티 다시 듣고 다시 태어났다. 순천이 어디로 가야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낭께(나니까)."
노관규(55)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쩌렁쩌렁한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 9일 오후. 4·13 총선에서 전남 순천에 출마한 노 예비후보의 선거 캠프는 마치 사진 갤러리 같았다. 노 예비후보는 "지역민들과 만난 사진들이다. 순천 구석구석을 돌면서 시민의 삶과 목소리를 가슴에 새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천을 '세계자연문화유산도시'로 탈바꿈하겠다고 했다. 순천의 자연환경을 복원해 세계 속의 순천을 이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선진국 독일의 작은 도시인 프라이부르크를 본보기로 삼았다. 공약을 위한 공약이 아닌 생태수도 순천의 탄탄한 미래를 위해 멀리 내다봤다는 그다. 노 예비후보는 자신을 향한 지역 민심에 겸손해 했다. <더팩트> 취재진과 마주 앉은 노 예비후보는 20대 총선은 본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1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순천의 청사진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희망의 사다리가 되고 싶다
'고졸신화'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노 예비후보는 의지와 노력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인물이다.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고등학교를 어렵게 졸업했고 구로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주경야독으로 세무사공무원에 이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또, 시쳇말로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검사로도 활약했다.
그러다 2000년 2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검사복을 벗고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2006년 7월 민선 4기 순천시장으로 당선됐으며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시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지난 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동안 노 후보는 순천시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분연히 노력했다고 한다.
-얼마 전 공천면접을 보았다. 분위기는 괜찮았나.
더 민주 예비후보 5명 중에 제가 지지도가 제일 높다. 저는 오랜 시간 준비를 해와서 정책에 대한 소신과 경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안심번호라는 제도가 처음이라 상당히 낯설다. 현재는 다른 후보들도 자신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언제나 면접은 떨리는 것 같다. 저도 그렇고 다른 후보들도 긴장했다.
-노 예비후보는 순천에서 지자체장을 두 번이나 했다. 또 지지율도 가장 높다. 면접에서 주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다.
같이 면접을 본 예비후보 중에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저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는 제도와 관련한 장벽이 너무 많다. 아닌 말로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사람이 있나. 없다. 그런데도 금수저, 흙수저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고향 역시 선택할 수 없다. 이 외에도 다른 장벽들이 많기 때문에 제도적 장벽을 걷어내는데 노력해야 하고, 스스로 장벽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장본인이다. 희망의 사다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경선을 통과해야 본선도 가능하다. 그런데 노 예비후보의 경우 시장 중도 사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아직 있는 것 같다. 어떤가.
물론 있다. 김선동 전 의원이 국회에 최루탄 던진 10일 뒤에 (시장직) 사표를 쓰고 나왔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이 최루탄을 던지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추진이) 꽉 막혀버렸다. 정원박람회는 제가 60% 이상 조성해놓고 물러났다. 단순히 박람회에 관광객 몇 명을 모으려고 한 게 아니다. 2400억 원의 예산이 들었는데, 관광객이 온들 돈이 얼마나 되겠나. 꽉 막히는 구조가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비난을 각오하고 (19대 총선에) 나온 거다. 당시 저는 박람회 공사가 한창이었던 터라 정부 예산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고,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기타 연관 시설과 박람회 후 생태수도 순천의 그림 완성이 걱정됐다. 그래서 시장직을 중도 사퇴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2011년 11월 당시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트려 파문이 일은 바 있다)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 같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
온 시내를 구석구석 다니고 계층과 관계없이 얘기를 나눴다.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다. 순천시장을 두 번 하면서 공부했던 것과 낙선 이후 일상을 힘겹게 사는 분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또 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나이와 경험이 익어든 단계라고 본다.
-같은 당 후보들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해야 하지만, 문제는 본선이 아닐까 싶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도 만만치 않다.
좋은 차가 길을 잘 찾는 것은 아니다. 자주 가본 사람이어야 한다. 순천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가장 잘 아는게 바로 저다. 밑도 끝도 없이 '예산 폭탄'을 말하는 후보와 다르다. 순천의 발전은 시장, 공무원들의 역할이다. 여기에 시의원, 국회의원, 도지사 등이 협의해서 지역발전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것은 관련 산업으로 풀어내야 한다. 갑작스럽게 대기업 공장을 유치한다거나 의대를 만든다거나 하는 택도 없는 소리를 하면 안 된다. 시민들을 한 번은 속일 수 있어도 두 번은 힘들다고 본다.
◆순천, 한국의 '프라이브루크'로 만들 자신 있다
-시장을 두 번 역임한 바 있다. 시정을 해본 당사자로 누구보다 순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순천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저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이라는 슬로건으로 오늘날의 순천만을 만들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획·유치를 준비한 바 있다. 순천만은 세계자유문화유산이다. 그런데 크기가 작고 그 가운데 여러 유해시설이 많다.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예전 생태로 복원해서 세계자연문화유산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생태에 관련된 산업들이 나무나 심고 꽃을 키우는 산업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종합적으로 7차 산업이다. 토탈서비스산업이 생태의 기반을 마련하겠다. 또 뷰티바이오(Beauty-bio)산업, 향 산업 등을 같이해야 한다. 그러면 순천은 선진국에서 보는 미래형 도시로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을 이끌어보지 않아서 그렇다. 지도자의 몫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생태를 기반으로 하는 선진국형 미래형 도시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있나.
독일의 프라이브루크가 롤모델(본보기)이다. 이곳은 세계의 생태수도라고 불리는 곳으로, 인구가 대략 22만 명이다. 이런 인구를 가진 프라이브루크가 서울과 자매결연을 한 도시다. 또, 독일의 슈바르츠발트라는 검은숲과 인접한 도시다. 이곳은 하루 이상 머무르며 소비군 역할을 하는 관광객이 연간 150만 명 이상이다. 소비군이란, 지역 내에서 머물며 돈을 쓰는 사람을 말한다. 게다가 생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면 태양광산업이 엄청나게 발전한다. 생태라는 것은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장점이 같이 있다.
-노 예비후보가 제시한 비전은 혼자서 이루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순천시장을 하면서 기초는 다져놨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풀어줘야 할 제도도, 만들어줘야 하는 제도도 아주 많다. 시장 혼자서 중앙정부를 설득하기는 힘들다. 다만, 저는 생태산업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제가 (순천을 이끌) 적임자다.
◆배고픈 사람도 배 아픈 사람도 없는 정치 하겠다
-순천 경제가 안 좋다고 한다. 내수 경기를 살리는 방법은 고민해 보았나.
도시 하나가 외부 충격 없이 유지되려면 70만~100만 명의 소비군이 있어야 한다. 내수 진작 방법은 외부의 소비군을 끌어오는 것이다. 순천은 연간 550만 명 정도가 관광객으로 온다. 그중 10%만 소비군 역할을 하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그런데 즐기고 싶은 놀이도 없고 먹고 싶은 음식도 없으면 사람들이 순천에 오겠나. 이것을 내다보고 순천만을 기획했다. 어디처럼?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처럼. 그러려면 이와 관련한 산업이 있어야 한다. 뷰티산업이 예다.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중국에 가면 발 마사지라도 받듯이 말이다. 그들이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군이 순천에 온다.
-소비군이 하루를 묵을 수 있을 만한 게 있어야 한다. 기반이 갖춰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
무엇이든 시간은 필요하다. 아기를 낳더라도 열달이 필요한 것처럼(웃음). 스포츠산업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겨우 정착된 게 골프다. 그런데 골프 동호회는 정작 외국으로 나간다. 레포츠 시설이 잘돼 있으면 동호회는 올 것으로 예상한다. 단, 하루 뛰고 하루를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산업은 부지만 해결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다.
-스포츠센터와 레저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거의 모든 도시가 겨울에 헤맨다. 우리나라 동계훈련을 보면 거의 남해나 일본으로 간다. 음식이 좋고가 아니라 기후 때문이다. 순천은 골프 그린(Green)이 어는 일이 10일 미만이다. 따뜻하다는 얘기다. 또 기상재해가 거의 없고 바람도 적게 부는 편이다. 땅값이 비싸더라도 투자만 하면 뽑아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스포츠레저산업은 기회비용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제시한 비전을 이루려면 결국 당선이 돼야 하는데 자신 있나.
정치는 배고픈 이를 없게 하고 배 아픈 사람도 없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배 고픈 사람을 없앤다는 이유로 서로가 경쟁하고 얽혀있다 보니 배 아픈 사람들이 많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돈 벌고 장벽을 쌓아 청년들이 도전하지 못하게끔 돼 있다. 성을 높이 쌓으면 안전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교육을 잘 받고 다양한 개성이 있는 국민을 모아 정치를 한 단계 더 올리는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면 어떡하나. 저번 더 민주 면접장에서 했던 얘기가 있다. 예전에는 (경선) 2등이나 3등이 (본선에) 나가도 (당선)됐다. 말뚝만 박아도 (당선이) 됐으니까. 지금은 1등이 아니면 안 된다. 본선에는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뽑힐 수 있게끔 제도화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순천시민은 저를 믿어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