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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경남 사천=오경희·서민지 기자] "개성공단 때문에 민심이 많이 어수선하지?"
강기갑(62, 17·18대)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100% 자연식"이라고 소개한 밥상에 둘러앉았다. 강 전 대표는 3년 2개월 동안 공들여 온 '농사'에 대해 한참 설명하다가 갑작스레 개성공단 폐쇄 이야기를 꺼냈다.
강 전 대표는 인터뷰 도중 '정치 현안'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줄곧 '농사'와 비유해 에둘러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이야기가 나오자 "너무 막가파로 해버렸던데. 내가 봐서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아니면 이건 그야말로 20~30년대 막가파 수준"이라면서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햇볕정책을 '퍼주기'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개성에 북한의 3개 사단이 있었는데, 그게 우리나라의 이마 자리다. (김 전 대통령께선) '남한의 이마에 북한의 전략 기지가 있는데 이런 군 시설을 다 철수시키고 여기에 개성공단이라는 산업 기지를 만들었다는 건 북한이 남한을 전쟁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포기시킨 것과 같은 의미기 때문에 대단한 일'이라고 개성공단에 큰 의미부여를 하셨다"고 회상했다.
강 전 대표도 '개성공단'과 관련해 일가견이 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대표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했고, 개성공단 폐쇄 위기에 4박 5일간 방북 결정을 내렸을 만큼 대북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는 경험에 비춘 경제 이야기를 곁들였다.
"경제가 침체된 이 상황에서 우리는 동북아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도 대단히 심각한데 유라시아 쪽으로 가면, 천연자원이고 지하자원들 이런 것들을 중국이 3분의 1 가격으로 계속 퍼가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 배관을 바다 밑으로 넣을 수도 없고 공중으로 나를 수도 없고 결국은 북한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북한과 협력 관계만 잘 유지돼서 평양-몽골-유라시아 쪽으로 철로를 놓고 경제교류를 하면 일단 통일은 안 될 수 없는 거고, 그 실마리를 마련하는 건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면서 결국 개성공단 문제를 '정쟁'으로 몰고 가는 정치권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사전협의 없이 그랬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국민이 그런 걸 제대로 판단하고 사고하도록 해야 하는데 다 정치 논리, 정쟁 대상으로 다 만들어 버렸다. 특히 집권여당에서 그러니까 국민은 '또 봐라, 저것들 정치 싸움한다'고 하면서 깊이 생각 안 하려고 하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남북 관계, 색깔론을 프레임으로 걸어버리고 너무나 교활한 행동 아니겠나. 개성공단 문제는 정쟁 대상이 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근데 왜 야권은 항상 보수진영의 이슈 몰이에 휘둘릴까요. 먼저 끌고 가면 될 텐데'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 전 대표는 한참을 숟가락만 바라봤다. 그의 모습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버린 야권에 대한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우리가 덕을 쌓아가려면 숱한 노력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말 냄새가 온 몸에 배듯이 세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덕도 잃으려면 한순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그만큼 덕 쌓기가 힘든 것이다. 국민에게 그런 신뢰를 구축해 있다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국민이 알아듣지만, 실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정쟁 대상으로 국민들 인식 속에 박혀버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전혀 올바른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도 안 하고 그런 식이 돼버리거든."
결국 그가 찾은 해답은 "국민 인식 구조를 바로 앉히기 위해서는 좀 길게, 정말 진실한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 '진정성'이 진보 정당이 벌어놓은 딱 하나의 자산이었는데 패권성 때문에 완전히 다 망쳐버렸다. 또다시 국민들 앞에 그런 신뢰를 받으려면 피나는 노력과 인내와 열정을 받쳐야 하는데 참 까마득한 것"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갑갑한 마음을 털어 놓으면서도 진보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강 전 대표는 '진보'를 여러 차례 어두컴컴한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에 비유했다. "그래도 위기가 진화를 불러온다는 진리가 있듯이 진보에 대한 갈구가 있다면, 국민들 마음속에 바람이 정말 커진다면 그동안 싹 다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했던 진보의 역사가 나중에 주춧돌이 탁탁탁 돼 줄지도 모른다. 희망을 늘 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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