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방-강서갑] '1여多야' 신기남 '음모론' vs 금태섭 '변화'

지난 14일 신기남(왼쪽) 의원이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에 반발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신 의원이 징계를 받자 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인 금태섭 변호사가 강서갑 출마를 선언했다. 신 의원과 금 변호사는 강서갑을 놓고 혈투를 예고했다./이새롬·문병희 기자

[더팩트 | 강서갑=서민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옛사람' 신기남(63) 의원과 '새사람' 금태섭(48) 변호사가 서울 강서갑을 놓고 '혈투'를 예고했다.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에 휩싸인 신 의원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면서 강서갑은 4·13 총선 핫이슈로 급부상했다. 최근 강서갑에 출사표를 던진 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인 금태섭 변호사와 신 의원의 대결은 불가피해졌다.

16일 강서갑 민심이 모이는 '화곡역 사거리'와 '화곡본동시장'. 주민들은 '1여다(多)야' 구도를 혼란스러워했다. 새누리당에선 '강서갑'에 구상찬 전 의원, 김정록 의원(비례대표), 전옥현 전 국정원 1차장 등 6명의 쟁쟁한 후보자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예비후보 가운데 공천 경쟁에서 승리한 후보는 최소 3명의 야권 후보와 싸우게 돼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신 의원과 금 부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으로 김영근 서울시민대학협동조합 이사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강서갑 주민들은 야권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믿어왔던 야당이 갈라선 데 대한 회의감이 컸다. 또한 '새 인물'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다만 '분구 대상'인 강서갑은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 대한 영향을 받고 있었다. 강서갑(30만3867명, 19대 총선을 기준)의 인구는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인 20만6702명의 약 1.5배에 달하는 인구 밀집 지역으로 '강서병' 지역이 신설될 예정이다.

◆ 신기남 측 "음모론 사실" vs 금태섭 측 "변화 필요해"

화곡역 사거리에 위치한 신기남 의원 사무소와 금태섭 변호사 사무소./강서갑=서민지 기자

취재진을 만난 주민들은 신 의원의 탈당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로스쿨 아들 구제 의혹'과 탈당, 무소속이냐 제3의 길이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신 의원은 최근 아들의 로스쿨 압력 의혹으로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당원 자격정지 3개월을 처분받아 당 후보로서 총선 출마 자격이 박탈됐고, 지난 14일 '음모론'을 제기하며 탈당 및 출마 의사를 밝혔다.

본동시장에서 만둣가게를 운영하는 신 모(50대) 씨는 "아무리 '의혹'이라지만 그분(신 의원은)은 공인 아니냐. '가해자가 아! 했을 뿐인데, 피해자가 헉! 하고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런 거다. 더 있어 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신 의원 측은 "우리 더불어민주당 내부와 심지어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신 의원 아웃, 금 변호사 전략공천 관련) 소문이 돌았다. 제가 처음 듣고 말씀드렸는데 신 의원님은 도리어 '그런 일 없다. 이때쯤 그런 일은 다 오고간다'면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진짜 이럴 줄은 몰랐다'고 하셨다. 당내에서 중진 의원들 물갈이 이런 것들이 많지 않았나. 정리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하는 계기가 있어야 했던 것 같다"고 음모설을 제기했다.

화곡본동시장에서 만난 강서갑 주민들은 믿었던 야당에 대해 회의감을 토로했다./강서갑=서민지 기자

대항마로 떠오른 금 변호사에 대해선 "각자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다만 저는 (신 의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전직 검사 출신이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 어떻게 수사받는지 다 아실 텐데 앞뒤 과정을 살피지 않고 섣부르게 판단해서 단정 지어 비판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 의원님께선 출마는 자유지만 '신진들이 험지에 나가서 당을 위해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은가'라고 하셨고 이외엔 별다른 반응은 없으셨다"고 언급했다.

반면 금 변호사 측에선 신 의원 측이 주장하는 '소문'에 대해 "저희는 처음 들어 모르는 이야기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전략공천 받을 건데 뭐하러 출마선언을 먼저 했겠느냐"라면서 "강서갑이 '험지'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린 변화가 필요한 지역을 선택했다. 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강서갑은 주변 동네보다 정말 정체돼 있다. 변화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하겠느냐. 그게 강서갑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 변호사 측은 "당에서 오래도록 4, 5선 한 의원이 있는 지역은 변화가 필요 없느냐"면서 "오히려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구에서도 당 내부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광주·호남 공천문제가 왜 총선 때마다 중요하겠나. '그곳에 현역 의원들이 있는데 뭐하려고 신진들이 가냐, 아무나 해도 되는 곳인데 왜 새로운 사람이 오냐, 차라리 그럼 대구로 가서 나가야지'라는 말도 많다. 오히려 당 대표 얼굴들이 어려운 곳에 나가서 싸워야지 정치 신인들에게 험지로 나가라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 4선 터줏대감 vs 새 인물…선거구 획정 '변수'

화곡본동시장 입구. 일부 주민들은 신 의원에 대한 신뢰감을 보이며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 지역을 위해서 일을 열심히 한 분이니까 나온다면 한 번 더 믿어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강서갑=서민지 기자

결국, 관건은 50여 일 남은 총선 때까지 '누가 더 호감과 인지도를 쌓느냐'의 문제다. 일부 주민들은 강서갑에서 4선을 지낸 중진 의원이란 타이틀에 신뢰를 보냈다. 신 의원은 강서갑에서만 15, 16, 17, 19대 의원을 지낸 터줏대감인 데다 옛 민주당 시절 정동영 전 의원, 천정배(현 국민의당) 의원과 함께 정풍 운동을 펼쳐 '천신정'으로 불렸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면서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해 당 의장까지 지냈다.

화곡역 사거리에서 포장마차를 꾸리고 있는 50대 임 모 씨는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지냈고 우리 지역에서 20년을 했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 지역을 위해서 일을 열심히 한 분이니까 나온다면 한 번 더 믿어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금 변호사는 지역구에선 '정치 신인'인 만큼 신 의원에 비해 '인지도'면에서 밀리는 듯했다. 1982년부터 강서갑에 거주한 방 모(62세) 씨는 "금태섭 씨는 나이가 너무 젊다. 여기 다 생업에 바쁜 사람들인데 정치에 관심이 없으면 모른다"고 말했고, 속옷 등 잡화를 파는 이 모(40대) 씨는 "안철수(사람) 이미지가 강한데, 아직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일부 주민들은 야당에서 신선한 사람을 뽑자는 의견도 많이 있다면서 금 변호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주장했다./강서갑=서민지 기자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젊은 새 일꾼'이라는 면에선 지지를 보냈다. 방 씨는 "젊은 사람 찍어주면 좋을 것 같다. 난 아주 국회의원들만 보면 열이 받는다. 새누리당에서 완전히 땡(당)기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야당에서 신선한 사람을 뽑자는 의견도 많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금 변호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떡볶이 장사를 하는 70대 한 모 씨는 "여야 관계없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이제 그만하고, 젊은 사람들을 새롭게 뽑았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의도나 이런 것 관계없이 그저 열정적으로 해서 먹고살기 좋게 나라 경제 살리고, 자라나는 다음 세대 키워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뽑고 싶다"고 밝혔다.

강서갑에서 금 변호사는 분명 신 의원에게 인지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 변호사 측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신 의원에 대한 정치적 도의 차원에서 차분하게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금 변호사 측은 '인지도'와 관련해 "지난 15일 선거사무소를 열었고, 변호사님 출퇴근 시간 인사도 이날 시작했다. 나름의 예의도 지키려고 하다 보니 늦었다. 출마 선언한 것도 안 좋게 보시는데, 바로 열심히 선거운동하면 큰 소리 안 나오겠나. 유권자들은 요란하게 하는 것보단 차분하게 하는 것을 원하실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선거구 획정' 지연을 변수로 꼽는 주민들도 있었다. 강 모(30대) 씨는 "정치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알다가도 모르는 게 정치"라면서 "선거 직전 통합할 수도 있는 거고, 금 후보가 '강서병'으로 갈 수도 있고, 내 지역구가 어디 속하는지도 모르는데 지금 결정한다는 건 의미 없다. 더 고민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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