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레이' 타는 김부겸 VS '카니발' 김문수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 수성갑에 출사표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예비후보(왼쪽, 전 의원)와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예비후보(전 경기지사)가 지난달 26일 오전 수성구 만촌3동주민센터 인근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뒤 차량에 탑승한 뒤 취재진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대구=문병희 기자

[더팩트 | 대구=오경희·신진환 기자] '차량'은 국회의원들의 '발'입니다.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위해 차를 타고 전국을 누빕니다. 차량이 곧 '작은 의원실'인 셈이죠. 취재진들은 중요 정치일정에서 '차종'과 '색상' 등을 보고 의원들의 참석 및 등장 여부를 가늠하기도 합니다. 차 주인의 성향도 읽을 수 있지요.

지난달 25~26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심 탐방 차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취재진의 차는 뭐냐고요? 저희는 준중형차를 타고 갔습니다. 보통 언론사 방송 및 취재차량이 그렇습니다. '가격 대비 연비가 괜찮아서 그런거 아닐까'라고 추측은 해봅니다. 먼저 '선후배 간' 빅매치가 펼쳐질 수성갑으로 향했습니다.

'일거양득'이라고 했던가요.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양쪽 선거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만촌3동주민센터에서 구청장이 민원을 청취키로 했고, 두 사람 모두 주민들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곳을 찾기로 돼 있었습니다.

긴장반 설렘반으로 두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미리 차를 대고 주민센터로 이동하려는 찰나,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중년의 신사가 길거리에서 홀로 명함을 나눠주며 주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뒷모습이었지만 '아, 김부겸이다!'를 내뱉은 순간, 김 전 의원이 악수를 합니다.

같은 장소 인근에서 각자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김 전 의원(왼쪽)과 김 전 지사./오경희·문병희 기자

"우짜노, 내가 지금 다음 일정을 가야해서 정신없이 바쁩니다. 이따 사무소에서 봅시다. (웃음)"

서로 인사를 하자마자 김 전 의원은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행사장 앞에서 대기하던 사진기자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순간, 더 당황한(?) 것은, 김 전 의원이 탄 차량이었습니다. 좁은 골목 입구에 갑자기 나타난 차량은 배기량 998cc의 '레이'였습니다. 게다가 그는 의원들의 '로얄석'을 마다하고 앞자리 '운전자 옆'에 동승했습니다.

알고 보니, 여권 텃밭에 야당 간판을 내걸고 '세 번째' 도전한 김 전 의원만의 선거 맞춤형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레이를 타며 지역 곳곳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김 전 의원은 <더팩트>에 "수성구 지역이 의외로 골목길이 많은데 경차는 골목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고 주차도 편리, 실용적 장점이 많다"면서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니는 데 대해선 "우린 뭐 그렇게(수행원 동원) 안 한다"고 웃었습니다.

반면 대구에 첫 도전한 김문수 전 지사의 차량은 최근 국회의원들의 '대세' 차량인 카니발이었습니다. 2015년 국회의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단일 모델 1위로는 밴 차종인 기아차의 배기량 2000cc 이상의 '카니발'이 54대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국민의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무소속 의원 등도 카니발을 타고 다닙니다.

이날 만난 김 전 지사는 "대구 경제가 심각한 문제"라며 연신 "열심히 뛰겠다"며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이외 취재진과 부랴부랴 짧은 인터뷰를 마친 김 전 지사는 카니발 '뒷자석'에 올랐습니다. 색다를 것 없는 국회의원들의 '흔한' 모습입니다.

차량에 운전석 쪽에 타는 김 전 의원(위)과 뒷자석에 탄 김 전 지사./문병희 기자

지방 의원들에 따르면, 세단에 비해 경제적인 연비와 많은 승차인원, 넉넉한 내부공간을 이동중 업무·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지방 의원들 입장에서는 세단 차량과 달리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라고 합니다.

'레이'든 '카니발'이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다만 선거는 '주민들의 마음을 누가 더 많이 사로잡느냐'의 싸움이란 점에 비춰 보면, '전략적 측면'에선 김 전 의원이 '한수' 앞선 듯했습니다. '마지막'이란 비상한 각오로 선거에 도전한, 괜한 '삼수생'은 아닌 듯했습니다. '레이'는 그를 국회로 데려다 줄까요?

'경쟁시켜주십시오, 일하고 싶습니다'를 내건 김부겸과 '김문수는 다릅니다, 대구경제를 살리겠습니다'는 김문수, 대구 주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4·13총선은 이제 2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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