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병기, “비밀주의에 숨은 정보기관은 무능해진다”

김병기(오른쪽 위)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이 26일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한다. 김 처장은 26일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에 앞서 “비밀주의의 뒤에 숨는 정보기관은 반드시 무능해지며, 민주주의로 훈련되지 않은 정보기관은 ‘주관적 애국심’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김병기 전 국가정보원 인사처장은 26일 더불어민주당에 전격 입당에 앞서 “비밀주의의 뒤에 숨는 정보기관은 반드시 무능해지며, 민주주의로 훈련되지 않은 정보기관은 ‘주관적 애국심’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입당할 김병기 처장에 대해 1987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들어간 이후, 초임 2년간 타 부서에서 근무했던 것을 제외하면, 20여 년간 국정원 인사처에서 보임·승진·채용·자료관리 등 인사와 관련한 모든 분야를 섭렵한 국정원 인사업무의 최고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김병기 전 처장은 입당의 변에서 “국정원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혁신하면 신뢰받는 조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와 이론을 정립하고 있다”면서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에 걸맞은 유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길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병기 전 처장의 입당인사 전문이다.

1987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에 임용된 후 다른 분야에서 잠시 근무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20년간 줄곧 인사파트에서 일해왔습니다.

보임, 승진, 채용, 인사자료관리 등 인사와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근무하였는데 국정원을 정예조직으로 만들어 조국에 이바지한다는 뿌듯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생 당적을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충직한 공직자로 살아온 저의 판단은, 이제 정치를 통해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진 지식이 당과 국민을 위해 소중히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선진화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정보기관의 탈권력·탈정치화가 크게 진전되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입사했고, 기존 직원들도 국정원 정상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사업무를 하며 직원들을 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하여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힘을 쏟았습니다.

당시에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내심 계속 보완 발전시킨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근간’을 훼손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원세훈 전 원장이 부임하고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아 10년에 걸쳐 발전시킨 인사제도가 간단하게 폐기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참담한 사건들이 거듭되면서,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실망을 넘어 조롱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유착된 특정 소수 세력이 조직을 자기 사유물인양 농단하는 것을 보면서 저 역시 깊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국정원이 생산하는 모든 정보는 단 한사람, 오직 대통령의 판단을 위해 만들어집니다.

그러기에, 국정원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위에 충성해야 합니다.

국정원이 특정한 정권의 전유물이 되는 순간, 정보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흥신소’로 전락하게 됩니다.

저는 국정원의 개혁의 목표가 무엇인지 묻곤 합니다.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개혁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답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본말이 전도된 목표라고 봅니다.

국정원 개혁의 이유는 단 하나 ‘더 유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비밀주의의 뒤에 숨는 정보기관은 반드시 무능해집니다.

민주주의로 훈련되지 않은 정보기관은 ‘주관적 애국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나만 옳다는 잘못된 편견에 권력의 힘이 실리는 것을 국민이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 국민의 민주의식에 걸맞은 유능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저는 20년간 정보기관의 인사와 조직효율성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국가와 국정원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혁신하면 신뢰받는 정부와 조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와 이론을 정립하고 있습니다.

저의 미력한 경륜을 높이 사 함께 일해보자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표님의 제안에 감사히 응합니다.

국민을 위해, 조국을 위해, 희망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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