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선거로고송 <상>] '평균 280만 원+α', 최고 인기곡은?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 로고송 시장이 들썩인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위)와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유세 장면./더팩트DB

오는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 로고송' 시장이 들썩인다. 정치권은 '승리곡'을 '찜'하고자 발빠른 행보에 나섰고, 업계도 '대목' 맞이에 한창이다. 로고송은 친숙한 멜로디로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알리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확성기 사용이 가능해진 1995년 지방선거 이후 '잘 만든 로고송 하나가 국회의원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더팩트>는 '선거 로고송'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4월 13일 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선거에서 로고송은 후보자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노래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선거 로고송 시장 규모는 주력 업체가 10곳 내외이며, 실제로 (규모를) 어림짐작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 22일 만난 제작업체 관계자인 A 씨는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수백 개의 업체가 평소 녹음스튜디오를 차리고 광고음악 등을 하다 선거철이면 로고송 제작을 한다"고 말했다.

◆ 선거철 반짝 특수, '부르는 게 값'

로고송 비용산출 기준은 크게 '저작권료+인격권료+제작비'다.

저작권료는 국회의원인 경우 50만 원이다. 대다수 작사·작곡가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을 신탁해놓고 있는데, 협회 징수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200만 원, 국회의원 후보 50만 원, 기초의원 후보 12만5000원 등이다.

인격권료는 쉽게 말해 선거용으로 곡의 가사를 바꾸려면 저작권료와 별도로 작사·작곡가에게 개별적으로 지불하는 돈이다. 무료에서 평균 100~150만 원 선이며, '대박'난 곡은 '부르는 게 값'이다.

선거 로고송을 만들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징수 규정에 따라 50만 원을 저작권료로 지불해야 한다./한국음악저작권협회 누리집 갈무리

B 씨는 "업계에서 대개 인격권료는 100~150만 원 정도로 보지만, 지난해 모 작사가인 경우 1000만 원을 인격권료로 달라고 한 적도 있고, 작사·작곡가가 마음"이라고 귀띔했다.

여기에 스튜디오 사용료를 포함한 제작비가 들어간다. 평균 80만 원(부가세 포함) 정도 수준이며, 업체 별로 조금씩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총선에 출마한 한 후보가 노래 1곡을 선거로고송으로 사용하려면 평균 280만 원(50만 원+150만 원+80만 원)이 드는 셈이다. 인격권료와 제작비, 그리고 곡 수에 따라 가격은 더 오른다. 보통 후보 한 명 당 2~3곡을 준비한다.

당선된 후보들은 로고송 제작비용을 선거 보전금에 포함시켜서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떨어진 후보들은 나중에 재활용하지 않는 한 저작권료와 제작비를 날리게 된다.

◆ 예비후보들, '백세인생, 갖고싶다' 전해라~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선거로고송으로 유행할 인기곡은 가수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이라고 입을 모았다./MBC 방송 화면 갈무리

선거 로고송은 3월 31일부터 틀 수 있지만 벌써부터 업체마다 제작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제작 과정은 후보가 곡을 의뢰하면 작사·작곡가와 인격권료를 정해 지불한 뒤 개작동의서를 받아 저작권협회의 승인을 얻으면 제작에 들어간다. 선거철엔 하루 만에 완성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선거 로고송으로 유행할 인기곡은 가수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이라고 입을 모았다. 트로트인 이 곡은 '~라고 전해라'라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온라인 상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록밴드 출신으로 음원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조성욱 대표는 "실제 백세인생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다. 올해 최고 인기곡은 아마도 이 곡이 될 것 같다. 이 밖에도 지난해 총선부터 인기를 끈 '내 나이가 어때서' 등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을 많이 찾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새누리당은 지난해 12월 17일 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총선 로고송으로 '백세인생'을 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5억 원'이란 조건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세인생'을 작사·작곡한 작곡가 김종완 씨는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독점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생각없이 내놓은 액수이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아직 '백세인생'의 인격권료 수준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제작업체를 운영하는 록밴드 출신 조성욱 대표가 녹음 스튜디오에서 선거 로고송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 시내 지역구 예비후보 사무실 관계자 D 씨는 "아무래도 상대 후보랑 곡이 겹쳐도 인기곡을 로고송으로 해야 후보를 알리는 데 효과가 크다 보니 백세인생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로고송을 선정하는 제1 기준은 '인지도'다. 친숙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골라야 당의 이름이나 후보 이름을 넣어도 거부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인기가 높은 노래는 '백세 인생' 외에도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등과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와 박상철의 '무조건', 이정현의 '바꿔' 등은 꾸준한 인기곡이다.

ar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