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서 계속
[더팩트ㅣ부산 사상구=이철영 기자] 사람들은 손수조(32)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을 가리켜 ‘박근혜 키즈’라고 한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위한 지지연설 등 당선을 위해 한 몸을 바쳤다. 이후 인수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이런 경력으로 손 위원장에게는 늘 ‘박근혜 키즈’라는 프레임이 붙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은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 중이다. 이를 두고 볼썽사납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 위원장도 ‘진박’ 마케팅엔 부정적이다.
하지만 손 위원장에겐 ‘진박’보다 절대 덜하지 않은 ‘박근혜 키즈’ 프레임이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좋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을 경우 손 위원장에게 ‘박근혜 키즈’는 결국 선거에서 독이다. 손 위원장도 이걸 모를 리 없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카페에서 손 위원장을 만나 ‘박근혜 키즈’ 프레임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더불어 손 위원장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이어가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롤모델은 여전히 ‘박근혜’
4월 13일 20대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친박', '진박', '비박' 등 계파 간 공천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대 총선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마케팅이 당선 보증수표인냥 활활 타오른다.
너도나도 ‘박근혜’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손 위원장은 ‘박근혜 키즈’라는 수식이 늘 따라다니고 있어 굳이 박근혜 마케팅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부담이 더 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키즈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솔직히 인정했다.
손 위원장은 “박 대통령은 내 롤모델이다. 지금도 그렇다. 상호 신뢰에는 말의 무게가 있어야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그렇다. 난 늘 박 대통령을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어 “물론 박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제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는 거짓으로라도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이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전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또 누구는 박 대통령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난 거짓말로 정치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정치는 누군가를 적절히 이용하기도 하고 또 버리기도 한다. 선거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손 위원장도 그럴 수 있다. 손 위원장을 항상 따라다니는 ‘박근혜 키즈’ 프레임은 부산, 보수성향으로 볼 때 분명 득이면 득이지 손해는 아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국정에 문제가 있다면 상황은 다르다. 손 위원장의 출마 지역구가 부산 사상구라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지난 19대 총선에서 그를 선택한 민심을 무시할 수는 없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 매체에서 조사한 ‘손수조 위원장 vs 배재정 의원’ 가상대결 결과는 1.8%포인트 차의 초박빙이었다. 손 후보 31.4%, 배 후보 29.6%로 오차범위(±4.0%) 이내였다. 손 위원장에게 ‘박근혜 키즈’ 프레임은 프리미엄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손 위원장도 여기에 공감했다.
◆손수조와 이준석은 ‘행운아’
20대에 정치 입문은 절대 쉽지 않다. 거기다 27세 나이에 당의 전략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만큼 어렵다. 그런데도 손 위원장을 그 바늘구멍을 통과한 바 있다. 당시 모두가 놀랐다. 상대는 또 어땠나. 현 야당 대표이면서 당시 대권 주자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손 위원장은 이후 낙선이라는 쓴잔을 마셨지만, 결코 같은 또래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을 만난 것에 대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랑 준석(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이는 행운아다. 사실 정치라는 직업에 젊은이들의 진입이 어려운데 우리는 운이 좋아 진입했다”면서 “정치에 입문한다 해도 자리를 잡고 일어나기는 더 힘들다. 저는 당장 경선도 해야 한다. 기득권과의 싸움은 정말 힘들다. 정치하는 인재들이 돈과 조직에 먹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정치를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특히 젊은 정치인 양성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 정치 문화는 ‘헬조선’이고 ‘흙수저’와 다를 게 없다고 보았다.
그는 “정치신인 양성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신인이라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당에서 영입하거나 인맥을 통해 입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본의 마스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 일본 최고의 '차세대 정치엘리트 양성소')이나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와 같은 전문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정치를 통해 국가와 사회에 대해 헌신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주고 싶다. 당에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 위원장은 정치인이지만, 사실 돈이 별로 없다. 그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3400만 원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선거자금 사정은 나아졌는지 궁금했다. 손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4일 결혼, 같은 해 12월 1일 출산했다. "육아에는 참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살짝 웃는다.
그는 “지난 선거보다 금액이 좀 늘었지만, 난 여전히 돈이 많지 않다. 그리고 난 비정규직이다. 지난 4년은 열정 페이의 기간이었다. 원외는 후원금도 못 받는다. 진짜 어려웠다. 하지만 난 4년을 견뎌왔다”면서 “어쨌든 정치라는 곳엔 돈이 들어가는 곳이다. 이런 탓에 청년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정치에도 다양한 사람과 청년이 들어가서 소통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듣다 보니 그는 분명 30대 초반의 대한민국 청춘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댁이었고, 여전히 벼랑 끝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고 있다. 지금의 선택이 후회스럽지는 않을까.
손 위원장은 “난 정치를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내 길이이다 생각하며 즐겁게 일한다. 정치의 생생한 날것의 그 느낌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만약 신당에서 손 위원장에게 영입 제안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그는 "저는 의리파가 되고 싶다. 그리고 저는 이번에 꼭 이길 것으로 생각한다. 원외에서 한 번 더 하고 싶지 않다. 이기는 선거를 하고 싶고, 원내에 들어가 꼭 일하고 싶다."
▶[관련기사] [TF인터뷰] '박근혜 키즈' 손수조의 '야망', “금수저 나와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