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병'이 오는 4·13 총선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신당(국민의당) 창당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노회찬(59)전 정의당 의원, 이준석(30)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등 여야 간 각축전이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진표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는 새누리당 부대변인 출신 이종은 당협위원장 뿐이다. <더팩트>는 총선을 약 90여일 앞둔 지난 12~13일 노원병 주민들의 민심을 살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노원병=신진환·서민지 기자] '또다시 야권의 승리냐, 여권의 일방적 압승이냐.'
12~13일 찾은 노원병 민심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노원병은 전통적 야권 강세 지역이다. 서민과 저소득층이 살고 있으며, 17~19대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성향 후보의 득표율은 항상 50%를 넘었다.
하지만 야권의 승리를 단정할 수 없다. 노원병은 지난 2004년 분구된 후 17대 열린우리당 임채정(45.2%), 18대 한나라당 홍정욱(43.1%), 19대 진보정의당 노회찬(57%)·안철수(60.5%, 재보선) 무소속 의원을 선택했다. 한 번은 여당에게 승리를 내줬다.
민심은 '대진표'에 따라 갈렸다. 변수는 노회찬 전 의원의 출마 여부다.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비대위원 간 '맞대결'이냐, 아니면 노 전 의원을 포함한 '삼자대결'이냐에 따라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아직은 야권 주목…'인지도 VS 지역일꾼'
노원병에서 만난 주민들은 현 시점에선 상대적으로 야권 후보인 안 의원과 노 전 의원에게 관심을 보였다. 현역 의원인 안 의원과 전임인 노 전 의원 모두 지역주민들에게 친숙한 얼굴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누가 더 지역일꾼이냐'에 방점을 뒀다.
아파트 인근에서 7년째 정육점을 꾸려온 정 모(50대 후반) 씨는 "노회찬, 안철수의 대결이라고 보면, 안철수 쪽이 유리할 것 같다. 노 전 의원은 굳이 따지자면 '좌파'로 많이 치우친 이미지가 강해서 중도 쪽을 바라보는 안 의원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정의당은 아직 통합진보당의 이미지가 진하게 남아있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정 씨와 반대로 포장마차에서 채소 가게를 하는 정 모(60대) 씨는 노 전 의원에게 한 표를 던졌다. "10평대에 거주하는 '완전 서민'이 워낙 많아서 우리의 마음을 귀 기울이고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안 의원과 비교했을 때 노 전 의원이 그런 점에서 더 친근하다"고 미소 지었다.
신 모(43·약사) 씨는 "안 의원을 2년간 지켜본 결과 실질적으로 노원구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국회의원은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를 보고 뽑는 건데, 안 의원은 주소만 이쪽에 있지 마음의 거리는 멀다"라고 주장했다.
만약 두 사람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야권 표 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노회찬-이준석' 삼자대결일 경우, 이 전 비대위원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안철수-이준석' 양자 대결일 경우, 오차범위 안에서의 박빙 승부가 예상됐다.
한 모(48세·여) 씨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을까. 안철수, 노회찬 둘 다 나오면 고민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이준석' 양자 대결일 경우는 어떨까. 이 모(59·여, 김밥집 운영) 씨는 "이준석 씨는 초선인 데다 여기는 호남사람이 많이 살아서 새누리당을 잘 안 뽑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면서 "지역 일꾼으로선 노회찬 씨가 훨씬 나은데 아무래도 현역 의원인데다 유명 인사라 주변에서 안철수 씨를 많이 밀더라"라고 말했다.
◆ 세대간 표심 엇갈려…'교육·주거 문제' 개선 요구
세대간 표심은 엇갈렸다. 20대 젊은 층 일부는 이 전 비대위원의 손을 들어줬다. 주택가 인근에서 만난 이 모(20대·여) 씨는 "이준석을 지지한다. '썰전'을 보니 아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이 전 비대위원 JTBC '썰전·학교다녀오겠습니다', TV조선 '강적들',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했다.
김 모(20대) 씨는 "이준석은 썰전에 나와서 친숙한 인물이다. 안철수를 좋아하지만 이준석이 나온다면 고민될 것 같다"고 밝혔고, 성 모(20대) 씨도 "이준석이 똑똑하고 친근한 이미지라 정치를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3040세대는 당보다 '인물과 공약'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노원구는 주거단지의 활성화로 교육열이 높다. 중2 딸 때문에 영원학원에 다닌다는 한 모(40대 초반) 씨는 "아무래도 엄마들은 똑똑한 안 의원이나 하버드대 출신 이 전 비대위원에게 관심이 간다"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방법을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주거 단지에서 만난 30대 주부 장 모 씨도 "누가 나오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보육에 관한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의사, 서울대 교수, 프로그래머, 벤처 사업가 등을 두루 거쳤으며, 18대 당선자 홍정욱 전 의원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스탠퍼드 로스쿨 법무 박사 과정을 거쳐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반면 50대 이상의 중년층에선 보수성향의 정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30년째 노원병에 거주한 박 모(70대) 씨는 "1980년대 휘날렸던 홍성우 씨도 그렇고 옷 벗었던 홍정욱 씨도 좋았다. 이준석이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새누리당을 뽑아야지"라면서도 "낙후된 주거문제나 열악한 복지 문제 개선 등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한데 계속 일할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을 뽑을 순 없어. 노원에 뼈를 묻는 사람을 뽑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야권 성향이 강하지만 세대간 투표율과 부동층의 표심, 그리고 공약 등에 승패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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