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정치 결산<하>] 여야, '해킹·역사' 전쟁…'文-安 싸움' 활활

7월엔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이 정치권의 블랙홀로 떠올랐다. 7월 19일 용인 동부경찰서는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 모(45) 씨의 유서를 공개했다./문병희 기자

굿바이, 을미년(乙未年·2015년)! 올 한해도 여의도 정가는 바람 잘 날 없었다.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 '성완종 리스트'부터 다시 한번 정부와 국회의 무능을 보여준 '메르스 사태', 정부여당과 야당 간 전쟁을 촉발한 '국회법 개정과 국정원 해킹의혹,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최근의 '안철수 탈당' 사태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2016년·丙申年)을 일주일 앞두고 <더팩트>는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정치권 '핫이슈'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올해 하반기 역시 여야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무더운 7월, 국회는 '국정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진실 게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가 정보기관이 외국 해킹팀의 기술을 구입해 민간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훔쳐봤다'는 의혹은 사실이라면 충격 그 자체였다. 사건의 키를 쥔 국정원 직원은 의문만 남긴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진실은 무엇일까?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월 16일 오전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을 시연하고 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악성코드 감염검사를 실시했다. 해킹된 후대전화를 들고 있는 안철수(맨 오른쪽) 국정원 불법사찰의혹조사위원회(가칭) 위원장의 얼굴이 모니터에 잡히고 있다./국회=서민지 기자

⑥ '미완'으로 남은 '국정원 해킹 의혹'=의혹의 발단은 지난 7월 13일 국정원이 이탈리아 정보기술기업 '해킹팀'에 카카오톡 해킹 기술 등 진전 상황 등을 문의한 내용의 내부자료가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여야는 '국가 안보냐, 민간인 사찰이냐'를 두고 '진실게임'을 벌였다. 논란이 과열되자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은 맞지만 대북 및 해외 정보전을 위한 기술 분석과 연구개발용으로 도입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달 18일 해킹프로그램 구매 운용을 담당한 임 모 과장은 갑작스레 자살했다. 한층 증폭된 의혹을 풀어가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의원을 필두로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를 발족했고 진실규명에 나섰다. 해킹프로그램 시연, '해킹팀' 유출자료 400GB 분석 및 결과 등을 공개하며 국정원을 압박했다.

여야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을,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경찰청과 소방당국을 대상으로 수차례 갑론을박을 이어갔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10월 21일 오전 국정원 본청을 방문해 현장 검증을 하고 오후에는 국방부에서 국방정보본부를 감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현재까지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 9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당 대표 회의실 벽보에는 노동개혁으로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이라는 문구가 씌여 있다./문병희 기자

⑦ 연내 처리 가능할까, '노동개혁'=올 한해 박근혜 정부의 국무회의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하루가 멀다 하고 빠짐없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노동개혁'이다.

연초부터 노사정은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합의에 진통을 겪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4월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당분간 노사정 대화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고,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책임'을 명분으로 청와대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후 정부여당은 수차례 "청년 고용절벽을 막기 위한 노사정 대화 재개"를 당부했고, 지난 8월 대화 결렬을 선언한 지 4개월 만에 극적으로 노사정위는 재가동 됐다. 한 달여간의 진통을 겪던 노사정위는 9월 13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동개혁 5법'은 국회 입법 통과에서 다시 한번 난항을 겪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연내 통과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기간제법과 관련해선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보다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파견근로자보호법과 관련해서는 '파견 허용 업무 확대 여부' 등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야당의 반대로 '노동개혁 5법' 통과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무산되자, 박 대통령은 23일 "만약 국회의 비협조로 노동개혁이 좌초된다면 역사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노동개혁 5법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에 반대하며 국정화 철회를 외치고 있다./임영무 기자

⑧ 정부여당 '강행', 역사교과서 국정화=국회는 10~11월 치열한 '역사 전쟁'을 치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역사교육을 비판했고, 이를 올해 9월 '2017년 중고교 역사교과서와 한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고 구체화했다. 10월부터 여당 의원들은 연이어 검인정 역사교과서 내용과 집필진에 대해 '좌편향'이라 '작심 비판'했고, 정부는 같은 달 5일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TF팀을 구성해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여당은 '추진 강행'에 나서자 야당은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야당은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번 국정화 논란의 본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행 검·인정 체계에서 좌편향 되고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교육부는 10월 12일 교과서 집필진을 직접 구성해 내용 감수 및 발행까지 맡아 제작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하고 국정 한국사 교과서 발행 계획을 공식화했다. 확정고시까지는 22일은 숨 가빴다. 야당은 '국정화 서명운동'으로 장외 투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사회전반에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길거리 운동이 확산됐다. 대학가 전반에서는 대자보가 붙는가하면 교수들의 집필 거부가 잇따르기도 했다.

야당의 반대에도 정부는 11월 3일 국정화 확정고시를 공식 발표했고 야당은 "정부의 역사교과서 고시방안은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는 그 자체로 독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안장식이 열린 11월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고 김 전 대통령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⑨ '巨山' 김영삼, 영원히 잠들다=민주화의 거목, 거산(巨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1월 22일 새벽 향년 88세로 서거했다.

유족과 정부는 5일간의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국 민주화 양대산맥이었던 YS는 '통합과 화합'이라는 유훈을 남겼다. 정치권도 모처럼 만에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닷새간 약 3만7400명의 조문객 행렬이 이어졌다. 악연의 골이 깊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총재, 전두환 전 대통령 등도 명복을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빈소는 '진짜 아들' 차남 현철 씨와 '정치적 아들'을 자처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켰다.

서설(瑞雪)이 흩날리는 26일 최연소·최다선 YS는 마지막으로 국회에 등원했다. 이후 반평생을 함께한 동작구 상도동 사저와 생전 소원으로 꼽았던 '김영삼기념도서관' 앞을 지나 서울국립현충원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2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⑩ 문재인과 '결별'…안철수 탈당=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월 8일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를 선출해 체제정비에 나섰지만 내내 주류(친노무현)·비주류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문 대표는 당내 위기 때마다 안 의원에게 혁신위원장, '김상곤 혁신안', 재신임, '문안박 연대' 등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안 의원은 '10대 혁신안' '혁신전당대회' 등의 역제안을 하며 거절해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안 의원에 이어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 등 비주류계 의원의 추가 탈당이 이어졌고, 이에 문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 없다"면서 '정국 돌파'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비쳤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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