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이철영·신진환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11시 20분께 25일간 은거했던 조계사를 자진 퇴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집행하고 남대문 경찰서로 호송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께 25일간 머물렀던 조계사 관음전을 도법 스님과 함께 나왔다. 한 위원장은 관음전을 나온 직후 대웅전으로 이동해 삼배한 후 도법 스님과 함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면담하기 위해 불교역사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자승 스님은 한 위원장의 조계사 퇴건 전날 오후 5시 경찰에 “내일 정오까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 경찰과 민주노총 모두 행동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체포 영장 집행을 10일 정오로 미뤘다. 이후 민주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한 위원장의 거취 등을 논의한 결과, 자진 퇴거를 결정했다.
한 위원장은 자승 스님과의 면담을 마치고 신도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의 만든 인간 띠를 지나 생명평화법당에서 약 20분간 기자회견 했다.
한 위원장은 “저는 다시 머리띠를 동여맸다. 다시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도탄에 빠진 국민을 구하는 길이 민주노총의 길이기 때문”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스님을 만나 뵙고 왔다. 그동안 종단에서는 많은 불편과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부처님 품에 돌아온 2000만 노동자들의 아픔을 품어주셨다”고 감사를 나타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잠시 현장을 떠나지만 노동 개악을 막아내는 총파업 투쟁 끝까지 하겠다”면서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는 걸 어찌 우리가 모르겠습니까? 이 시대에 가장 큰 죄는 1, 2차 총궐기를 통해서 서울로, 서울로 진격한 못 살겠다 아우성친 노동자, 농민, 서민, 빈민, 청년 학생들의 목소리였다”고 주장했다.
또 “저는 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진출두 한다. 저에게 도로교통법과 집시법, 시위와 관련된 온갖 소요죄까지 검토하는 이 정권에 누가 옳은지 가서 따져 물을 것이다. 정권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구속이 되는 것도 피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위원장은 조계사 화쟁위원회 소속 도법 스님과 함께 일주문을 통해 퇴거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퇴거한 직후 체포 영장을 집행하고 남대문경찰서로 호송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16일 조계사에 은거한 이후 25일 만이다.
경찰은 한 위원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호송,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구속영장 신청은 이르면 11일 오후 정도에 이뤄질 예상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를 포함, 올해만 총 9건의 불법 집회·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8차례에 걸친 출석요구에 불응, 6월 23일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한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이 1차 민중총궐기를 기획·주도한 것으로 보고 한 위원장의 소요죄 부분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모든 역량과 분노를 모아 16일 노동 개악 저지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