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가면 쓰고 걷기'만으로 과연 세상은 달라질까?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백남기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서울광장에서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학생 참가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함께 걸으며 같은 목소리를 낸다는 자체가 너무 벅차요."

목멘 소리와 잔뜩 상기된 표정, 두눈엔 눈물이 고였다.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임 모(27·여) 씨는 추운 날씨 탓에 손이 새빨갛게 얼었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 대열에 참여했다. 그가 쓴 웃는 표정의 가면이 유독 눈에 띄었다.

임 씨 말대로 정말 끊임없는 긴 행렬이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백남기대책위)는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서울광장에서 5만 명이 모인 가운데 '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시작하기 3~4시간 전부터 집회 참가자들은 시청 앞 광장부터 조계사까지 가득 메웠다.

먼저 모인 사람들은 집회 대열에 참가하기 전 '복면금지법'에 저항하는 취지로 가면을 사서 나눠 쓰고 거리로 나섰다. 저마다 자신이 외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가면을 썼다. 종교계에선 '산타' 복장과 복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선 '국정화반대'가 적힌 닭 모양 가면, 쌀수입 반대를 외치는 단체에선 초록색 '풀 모양' 가면으로 시대를 풍자했다. '평화지킴이'로 나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당 소속 35명 의원들은 파란색 목도리에 '평화' 배지를 달고 참가했다.

서울광장에서 대학로 방향으로 행진하는 시위 참가자들./이새롬 기자

국회의원, 학생, 노조, 시민단체,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모두 함께 4시 15분부터 6시 40분께까지 '서울광장→무교로→모전교(청계남로 이용)→광교→보신각R→종로2,3,4가→종로5가→서울대병원(후문)' 방향으로 3.5km 구간을 행진했다. 이들은 폴리스라인 안으로 질서정연하게 이동했다.

폭력과 욕설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했던 이날 집회는 우려와 달리 '가면' 쓰고 '꽃'을 들며 줄지어 '행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6시간 동안 한목소리로 ▲지난 14일 열렸던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9) 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백남기를 살려내라"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며 "강신명 경찰청장 사퇴하라!"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을 강하게 비판하며 "노동개악 박살내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며 "국정화 저지하자" 등을 외쳤다.

행진의 목적지인 서울대학병원에 집결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어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하지만 경찰이 준비한 경찰관기동대·의경부대 225개 중대 2만여 명, 살수차 18대는 시위가 끝날 때까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평화지킴이'를 자처해 종착지인 대학로까지 행진대열에 참여했던 문 대표는 행진 직후 "우리는 이렇게 얼마든지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도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집회에서 시민이 하는 이야기, 노동자와 농민의 절규와 애타는 호소에 귀를 기울이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주최 측은 이날 "오는 19일 대규모 전국 동시다발 제3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제1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마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법치를 부정하고 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면서 '불법시위'를 비판했다.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는 박 대통령이 주장한 '평화 시위'로 끝이 났다.

요즘 내가 밥을 사면, 네가 커피를 사는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세상살이 기본 원칙이다. '주거니 받거니' 원칙에 따라 이제 박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차례다. '제3차 민중총궐기 대회'도 앞서 임 씨가 말한 '함께 걸으며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는 평화적 집회가 되길 바라본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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