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57·동작구갑·3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겐 재미있는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갓(GOD)병헌’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다.
갓병헌은 게임 유저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가 한국 e스포츠 부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게임 유저들이 감동해 불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별명에서 '갓'은 영어 'GOD'으로 ‘신 병헌’ ‘전병헌은 신’ 등으로 풀이된다.
그는 1987년 29세 때 김대중 대선 캠프 홍보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늘 유쾌한 것 같지만, 사실 그의 정치는 ‘돌직구형’이다. 오죽하면 고 김대중 대통은 그에게 “자네는 아이디어가 많고 머리 회전이 빨라 과속할 수 있으니 세 번만 더 생각하고 움직이라”고 충고했을까. 전 의원의 성격을 파악한 DJ의 충고이다.
DJ를 통해 정치에 입문했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가를 꿈꿨다. 그가 정치하기로 마음먹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정치에 대한 꿈을 가졌던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남북이 갈라져 늘 전쟁의 불안 속에 있는 나라에서, 모두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그런 일을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정치의 꿈을 갖게 됐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꿈을 바꾸지 않았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한 것 또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고, 정치를 위해서는 경제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경제학도 복수전공 했을 정도다. 철저하게 준비된 정치인이다.
정치를 꿈꿨던 청년 병헌은 김대중 총재의 눈에 띄었고 부름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평민당에 입당, 최연소 편집국장으로 임명되며 당직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DJ의 곁에서 청와대, 그리고 여러 당직을 거쳤다. 경험을 쌓은 그가 국회의원 배지를 단 건 2004년 17대 국회다. 여의도 국회에 입성한 그는 그간 준비했던 것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물고기가 바다를 만난 셈이다. 초선 의원 시절 법안소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가보훈기본법안을 만드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이 되길 잘했다는 보람도 찾았다.
“내가 발의한 법이 실제로 적용돼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칭찬과 격려를 주실 때 느끼는 보람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못할 정도로 소중한 기억이다. 정책위의장 시절 SSM 제한법을 만들어 동네 자영업자와 재래시장 보호의 기본환경을 만들어 낸 것에서도 큰 보람을 느꼈다. 특히 보편적 복지 담론화를 이끌어 3+1 보편적 복지 논쟁을 정치권에서 최초로 제시하고 선도한 것에 자부심이 있다.”
전 의원에게 ‘정치인’이란 옷은 말 그대로 맞춤옷이었다. 그래서일까 동작구갑 주민들은 그에게 지금까지 세 번의 기회를 주었다.
정치인 전병헌은 평소 관심사였던 e스포츠 게임장에 모습을 드러내려 젊은 층에게 이름을 알렸다. 이 같은 관심은 그를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역임하게 했고, 젊은 층과의 소통을 더욱더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효과는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폭발의 근원은 정치인이 보인 관심, 협회장 직에 이름만 올리고 말 것이라는 편견을 과감하게 깼기 때문이다.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맡았던 약 1년 10개월 정도의 기간 또한 내게 남은 정말로 소중한 기억이다. 젊은 층들과 함께 소통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e스포츠 팬 여러분들께서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 준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때 얻은 별명이 ‘갓병헌’이다. 그가 이런 별명을 얻은 데는 젊은 층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을 낮춘 코스프레도 한몫했다. e스포츠에서는 정치인 전병헌은 없고 ‘갓병헌’만 있을 뿐이다.
“e스포츠 팬 여러분들이 붙여주신 ‘갓병헌’이라는 별명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이다. 일을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팬들과의 소통을 잘했다는 의미로 e스포츠 팬 여러분의 주신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 것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멀리 보고 실천하며 국민에게 필요한 정치를 하자는 게 그의 정치이다.
“정치를 통해 잃은 것은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정치를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기에 지금까지의 정치인생에 후회도 없고, 그러다 보니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없다. 하루하루가 늘 감사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좌우명이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자’이다. 늘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보며, 작은 것에 천착하지 않고 큰 그림을 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세웠던 철학은 ‘정치는 실천이다’라는 것이었다. 슬로건으로만 끝나는 정치, 정치를 위한 정치적 싸움은 용납될 수 없다. 과거 군사독재를 향한 정치적 싸움은 정당했더라도 군사독재가 끝난 지금은, 거리투쟁의 정치로는 결코 명분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 의원은 “정치의 패러다임은 이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변화는 우리 신체에 비타민이 꼭 필요하듯 정치도 비타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코스프레를 하고 송곳 같은 돌직구를 날리며 속 시원한 정치를 하는 이유다.
“‘비타민 복지’ ‘비타민 정치’를 해야 한다. 비타민은 늘 말해왔듯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도 늘 비타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 비타민처럼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런 각오를 늘 되새기고 있다.
정당은 누가 얼마나 많이 국민에게 편의와 혜택을 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쟁이 아닌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한다.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짜증 나게 하는 정치가 아니라, 보다 많은 편의를 제공하는 ‘생활 중심형 정치’로 변신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