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취임 100일' 이종걸 "답답했던 100일…더 분발하겠다"

답답했던 지난 100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지난 100일을 돌아보며, ‘큰 정치의 시대’를 위해 새로운 100일에는 용기를 가지고 더 분발하겠다고 밝혔다./임영무 기자

"오직 대통령만 있어 답답해…목소리 내도록 하겠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0일은 솔직히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지난 100일을 돌아보며, ‘큰 정치의 시대’를 위해 새로운 100일에는 용기를 가지고 더 분발하겠다. 19대 국회의 밀린 숙제를 다 마친다는 심정으로 민생정치의 최전선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오직 대통령만 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흡수돼 삼권분립이 아니라 일권전횡을 만들었다. 깊은 좌절감과 무기력함 때문에 협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마음"이라면서 "삼권분립정신에 맞는 역할과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전문이다,

취임 100일입니다. 잘 해보려는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솔직히 답답한 상황입니다. 100일 간담회를 대부분 한다고 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대공황 탈출을 위한 100일 작전을 준비하고 시작해서, 100일은 루즈벨트 대통령으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국회가 무너졌습니다. 의회정치가 무너졌습니다. 의회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습니다. 유승민 사태를 보면서 의회주의 나무가 뿌리 채 뽑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여당이 사라졌습니다. 국회는 반쪽이 되었습니다. 협상해야 할 상대가 보이지 않습니다. 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화도 없고 협상도 없습니다. 오직 대통령만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흡수돼 삼권분립이 아니라 일권전횡을 만들었습니다. 깊은 좌절감과 무기력함 때문에 협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마음입니다.

이제 의회주의가 나가야 할 방향이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당내 이견을 넘어 국회의장 중재까지 수용하면서 국회법 개정안 통과를 관철시켰습니다. 삼권분립을 실현하기 위한 국회의 목소리를 담아냈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법은 좌절되었습니다. 이제 국회는 더 이상 ‘통법부’라는 오명을 쓴 지난 날의 국회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박근혜 국회법’을 우리가 냈습니다. 헌법정신에도 맞습니다. 삼권분립정신에 맞는 역할과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독선과 불통의 대통령을 넘어서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완전한 국민 참정권 실현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참정권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국민 주권주의’와도 거리가 있습니다. 이러한 절반의 참정권 시대, ‘참정권 0.5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지역주의와 국민의 참정권 절반이 사표로 사라지는 현 선거제도를 뛰어넘는 ‘참정권 1.0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제 소신이기도 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연동형) 도입이 필요합니다. 여·야는 유불리를 떠나 국회의원 정수 300명 이내에서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의 삶은 고단합니다. 국정원 선거개입과 해킹사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1100조원의 가계부채, 전월세난, 청년실업 등으로 국민의 삶은 지쳤습니다.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산적인 민생국회를 만드는데 주력했습니다.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상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받게 했습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이 감염병의 효율적 치료와 방지를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군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해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명 태완이법으로 아동살인 등 아동대상 강력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폐지했습니다. 택시운송사업발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안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메르스에 정부가 속수무책일 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한 정보취합 등 메르스 재난대책본부를 발족해 메르스 종식에 기여했습니다. 현장을 방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메르스 피해 병의원 보상지원을 정부추경안 1,000억원보다 1500억을 증액하였고, 공공의료체계 개선 및 민생 및 안전예산 등 정부추경안보다 845억원을 증액해 총 2,345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공무원 연금개혁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경제민주화 시즌 1의 미진한 성과를 반성합니다. ‘민생 제일주의’를 위해 ‘경제민주화 시즌 2’를 열겠습니다. 그동안 경제민주화 관련 토론회를 2번 열었습니다. 재벌개혁특위도 구성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재벌개혁 논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경제민주화 시즌 2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고 기업과 노조가 공존하는 새로운 성장경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 경제시스템을 구체적인 중소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시키겠습니다. 중소기업 니즈에 의한 R&D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추진입법, 청년 일자리를 위한 대학ㆍ중소기업ㆍ정부 연계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중소기업 성장경제를 만들겠습니다.

주택문제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 조정을 위한 시스템 등을 정비해 임대료 상승 부담이 없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노동정책에서도 노동시장의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90%가 넘는 비조직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동위원회법, 산업안전보건법(산업안전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등을 정비해 노동이 존중받고 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재벌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전가하는 불공정하고 부당한 하도급거래와 관행을 과감하게 혁신해 새로운 민생중심의 성장경제를 창출하겠습니다. 이번 정기국회 동안 각 상임위별로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전쟁’을 치르겠습니다. 민생중심의 예산을 최우선에 두는 ‘예산투쟁’을 벌이겠습니다.

상생하는 통합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정치와 당을 근본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갈등에 지친 국민들에게 상생과 통합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 의견도 존중해야 합니다. 저는 다양한 소수 의견을 대변해 더 큰 갈등을 막아내는 완충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당내 다양한 견해의 균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그 과정에서 갈등의 주역이라는 오해도 받았습니다. 제가 감당할 몫이지만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위험사회> 저자인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정해진 규칙이나 수행하는 ‘작은 정치’의 시절이 있었고, 이제는 규칙을 탄력적으로 변화시키는 ‘커다란 정치’시대가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며, ‘큰 정치의 시대’를 위해 새로운 100일에는 용기를 가지고 더 분발하겠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는 19대 국회 마지막입니다. 19대 국회의 밀린 숙제를 다 마친다는 심정으로 민생정치의 최전선에 서겠습니다. 여당이 없으면 우리 야당이 메르스 대책을 선제적으로 이끈 것처럼 국민과 함께 과감하고 혁신적인 입법과 정책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겠습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생이 성장하는 경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의회주의 정치’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 여러분께 ‘실력 있는 정당’임을 보여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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