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정치여정 이제 접습니다"
우려했던 제 식구 감싸기식 '방탄국회'는 없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께 본회의를 열어 '박기춘 의원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재석 의원 236명 중 찬성 137명, 반대 89명, 기권 5명, 무효 5명 등으로 가결됐다.
이날 박 의원은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을 위해 발언대에 올라섰다. 박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발언하게 될 마지막 순간인 것 같다.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이유를 불문하고 선배 의원들, 남양주 시민여러분 국민여러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남양주에서 어린 시절 그곳에서 뛰어놀고, 이젠 3선 국회의원까지 됐다. 아무런 배경과 없이 오직 땀과 눈물로 앞만 보고 달려갔다. 30년 정치여정 이제 접습니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 30년간 몸담아 온 국회가 최근 저의 불찰로 인해서 국민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마음 아프다"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과 관련해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이날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면서 2011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로부터 10회에 걸쳐 현금 2억 7000만 원, 명품시계 2개 기념품 등 총 3억 5800만 원 상당의 불법적 금품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김 장관은 "수사를 진행하자 현금과 시계 등을 옮겨두게 함으로써 증거은닉을 하려 했다. 현재 중앙검찰청에서 수사 중에 있다. 물건이 옮겨지는 과정이 녹화된 CCTV 영상과 명품시계 등 증거들이 있어 충분히 입증된다.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박기춘 체포동의안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 전에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원칙'에 따라 표결에 참여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본회의장에는 눈물로 사죄하는 박 의원에 대한 동정의 물결이 일었고, 이는 곧 표심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표결 결과 찬성 58%로 가결됐지만, 반대·기권·무효도 42%로 적지 않았다. 울먹이는 박 의원의 발언을 들으며 일부 의원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박 의원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수 닦아주며 위로했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박 의원은 본회의장을 돌며 의원과 악수를 나눈 뒤 퇴장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표결이 끝난 뒤 서면브리핑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눈높이에 서서 뜻을 같이 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국회개혁을 위해 쇄신의 노력을 이어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배종혁 부장검사)는 지난 7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박 의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 모(44·구속기소) 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억 5000만 원 상당의 현금과 고가 명품시계, 가방 등 불법적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mj7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