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스티브유법' 담당 부처는 도대체 어딘가요?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가수 유승준 씨의 병역거부와 관련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회에서는 지난 22일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른바 스티브유법(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이목이 쏠린다./이새롬 기자

너도나도 "우리 일이 아니에요."

말로만 듣던 정부 부처간 '업무 미루기'를 실제로 겪게 됐다. 이쪽 부서에서 저쪽 부서로, 저쪽 부서에서는 또 상대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게임'을 보는 듯했다.

지난 22일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스티브유법(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취재하기 위해 병무청과 법무부 관련 부서에 모두 열 두 차례의 전화를 돌렸다. 마감 시간이 다가와 전전긍긍하는 기자에게 관계자들은 자꾸 "저희 소관이 아니라서. 전화 돌려드릴게요"를 반복했다.

이날 취재한 '스티브유법'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한 사람에게 입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병무청과 법무부의 사이를 오가는 법안이다.

하지만 관리하는 범위를 뜻하는 '소관(所管)'에 벗어난다는 대답은 의문투성이다. '병역 기피'가 병무청과 관련이 없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병역 기피를 관리하는 부처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병무청은 '출입국관리소'가 해당 법안의 관련 기관이라고 했다. '출입국관리소'는 법무부 소관이기에 관련 홍보 담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역시나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국적과→외국인정책과→대변인실 등을 돌고 돌아 결국엔 "메일로 공문을 요청하라"는 답을 들어야 했다.

세월호·메르스 사태의 단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한 사람에게 입국금지 조치하는 법안을 취재하기 위해 병무청과 법무부에 전화했지만, 소관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다. 며칠을 기다린 끝에 병무청에서 돌아온 대답은 구체적인 사항은 답변드릴 수 없다였다./병무청·법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그렇다고 메일을 보낸 뒤 바로 답변을 받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각 부처에 물어봐야 한다는 이유로 차일피일했다. 답변을 요구하면 일단 연락이 없고, 하루가 지나 상황을 물으면 "결제를 맡아야 한다", 하루 뒤 오전과 오후를 막론하고 또다시 연락을 해야 하는 식이다. 게다가 겨우 도착한 메일엔 "구체적인 사항은 답변드릴 수 없다"고 한다.

이날 겪은 일은 비단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선배 기자들은 "원래 공무원들은 그래. 사안이 민감할수록. 잘못하면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니까"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 까닭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날 운동회를 열었다. 이후에는 또 병원에서의 2차 감염이 주요한 전파 원인이라는 점을 파악하고도 응급실에 대한 폐쇄 결정을 유보하고 병원에 책임을 돌렸다. 세월호 사건이 있고 나서 꼬박 1년이 지났지만 바뀐 것은 거의 없고 그저 데자뷔로 남았을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보신주의와 부처 간 핑퐁 치기로 일관하는 공무원과 부처에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몇 시간에 걸쳐 직접 사회까지 보면서 규제 개혁에 대한 진단과 처방, 고심의 깊이를 보여줬다. 대통령의 각오와 의지 만큼만 공무원들이 따라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대통령이 국민의 불신을 사는 근저에는 보신주의 철갑을 두른 공무원들이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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