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은 국회다. 때문에 우리는 국회를 입법기관, 국회의원을 '로메이커(Law Maker·입법권자)'라 부른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체감거리는 멀기만 하다. 법안을 발의했으나 낮잠을 자는가 하면 있으나마나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더팩트>는 법안 취지를 조명하고, 시행 현장을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스티브 유(영문명), 한국 이름 유승준(40)은 영영 한국에 돌아올 수 없나. 13년 전 '병역기피 의혹'으로 출입국 금지를 당한 그의 한국행을 원천봉쇄할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이른바 '스티브 유(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이다.
2002년 당시 유승준은 댄스 가수로 명성을 떨쳤으나 군 입대 석달을 앞두고 미국에서 시민권을 얻었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그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 4호(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따라 입국 금지를 당했다.
미국에 거주하며 침묵해온 그는 지난달 27일 돌연 홍콩 현지에서 '아프리카TV'로 '13년 만의 최초고백 LIVE' 인터뷰를 했다. 그는 "될 수만 있다면 군대에 가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떳떳하게 한국 땅을 밟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유승준의 깜짝 인터뷰에 여론은 들끓었다. 병역 의무 이행 기간인 만 37세를 지났다는 점을 들어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장기간의 입국 거부 조치가 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스티브 유법'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병역 기피' 목적 해외 도피, 금지 근거 마련
'스티유 법'의 골자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사람'인 경우에 한해 입국금지 조치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병역을 기피한 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할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유승준의 입국 금지 사유인 출입국관리법 11조 1항 4호는 '국적 상실'이 아닌 '대한민국의 이익과 안전'을 근거로 한다.
법무부는 23일 <더팩트>에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및 대한민국 국적상실·이탈은 출입국관리법령 및 국적법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며 "특정 외국인의 입국 금지 등에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답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있는 김 모(23) 씨는 "'스티브 유법'이 진작에 있어야 했다"면서 "나라에서 권리는 받아 누리려고 하면서 정작 의무는 피하려는 사람들을 뭣 하러 봐주나. 병역 기피의 대표적인 사례다. 본보기 삼아 법으로 제재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학군단(ROTC)에 속해 있는 최 모(28) 씨 또한 "군대 가고 싶은 사람 누가 있나"라면서 "시민권 문제를 들이대며 합법적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따지면 너도나도 시민권 따러 가지 않겠느냐. 군에 있는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하며 '스티브 유법'의 취지에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법안을 발의한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스티브 유씨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용서를 구하는 방송 이후 유 씨에게 내려진 입국금지 조치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면서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행사하겠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저는 유 씨의 입국을 허가하면 전례가 되기 때문에 온정주의에 기대어서 처리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기준 모호해…다른 병역기피자들도 많다고요"
반면 일부 사람들은 유승준 한 명 때문에 법을 바꾸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나라에 수많은 병역기피자가 있는데 유승준 한 명만 표적으로 삼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모든 병역기피자에 대한 기준을 정확히 하고, 해당하는 모든 이들을 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전역한 지 4년이 된 한 모(26) 씨는 "유승준 한 명 때문에 나라의 법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우리나라에 병역기피자들 엄청나게 많다. 이번 이슈에만 입각한 단순한 법안은 통과되더라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다른 면에서 보면 유승준 마녀사냥일 수도 있다. 기준을 명확히 해 병역기피자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있던 예비군 3년 차 이 모(29) 씨도 이에 동의하며 "출입국 문제를 법까지 제정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면서 "병역기피자의 기준이 모호하다. 이외 재외국민이 모두 들고 일어설 것이다. 이건 도덕성의 문제다. 그가 당시 했던 행동들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으냐. 설사 입국한다 해도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유승준의 팬 카페도 떠들썩했다. 지난 18일 '유승준법을 만든다네요'라는 제목으로 한 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죄지은 것 하나 없이 고국에 13년이나 못들어오고 있는 것도 억울한 데 뭐하는 건가요. 정치 법조계 연예계 법 어기고 기피한 사람들 많은데 왜 한 사람만 이렇게 괴롭히는지(@하***)"라며 '병역 기피'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박하는 댓글을 남겼다.
백 의원은 "이 법의 조항은 강제 조항이 아니고 모든 재외국민에게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가 유 씨처럼 국민과 정부를 기만하면서까지 병역을 기피한 명백한 사례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헌법을 기만한 유 씨 같은 사람에 대해 권리침해 운운하는 것은 병역을 충실히 이행한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심각한 불이익은 물론 씻을 수 없는 박탈감을 주는 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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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