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은 국회다. 때문에 우리는 국회를 입법기관, 국회의원을 '로메이커(Law Maker·입법권자)'라 부른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체감거리는 멀기만 하다. 법안을 발의했으나 낮잠을 자는가 하면 있으나마나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더팩트>는 법안 취지를 조명하고, 시행 현장을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해피먼데이'법? 당연히 대찬성이지. 그런데 대체휴일제와 똑같은 거 아니야?(J 씨)"
"공무원이나 해당하지 일반 사기업은 다 오너 마음이야. 백화점은 근로자의 날에도 일해. 빨간 날은 연장 근무라 더 힘들다고. 공무원만 좋은 일 시키는 건 반댈세.(S 씨)"
"현충일이 월요일로 옮겨진다니 정말 좋다. 연휴를 만들어 푹 쉬자는 취지는 좋지만, 기념일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K 씨)"
이른바 '해피먼데이법(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달 26일 발의됐다.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한글날·어린이날·현충일을 요일 지정휴일제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쉽게 말하면 휴일을 '토·일·월'로 정해 사흘간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법이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달 31일 스물여섯 직장인 6명(백화점·화장품업·대기업·약사·무역·전문직)을 대상으로 '해피먼데이' 법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법안에 대한 반응은 찬반이 엇갈렸다. 기존 대체휴일제와 헷갈려 하거나 법안에 대해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홍 의원에게 이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 공무원만 쉰다? 모두가 쉰다!
일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6일 현충일을 월요일로 바꾼다고 가정했다. 이들 모두 "두말하면 잔소리지"라며 찬성하면서도 내심 '찜찜한' 속내를 드러냈다. 시행된다고 해도 "우리 회사도 정말 쉴 수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찜찜한' 마음은 법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해피먼데이'는 S 씨가 걱정한 것처럼 공무원에만 해당하는 법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해피먼데이법' 가운데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국민의 휴일'이라는 범주다. 해당 발의안은 종전에 '관공서'에서 '국민'으로 공휴일의 범위를 확장한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동안 기업과 근로자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법정공휴일)'과 '근로기준법(노동절, 주 1회 휴식)'에 따라 통상적으로 쉬었다. 관공서가 아닌 경우 기업은 노사 간 협정하에 자율적으로 휴일을 정했다.
홍 의원은 "이번 발의안은 '국민의 휴일'안에 '법정공휴일'로 불리던 관공서의 휴일을 넣어 모두가 법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에서 명시한 '국민의 휴일'은 일요일, 국경일 가운데 3·1절, 광복절, 개천절, 1월 1일, 설날(전날·당일·다음날), 석가탄신일, 추석(전날·당일·다음날), 기독탄신일로 하고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은 요일 지정휴일제로 하도록 했다.
또한, 선거일은 휴일로 하며 설날 전날·당일·다음날 또는 추석 전날·당일·다음날에 따른 공휴일이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공휴일 다음의 첫 번째 비공휴일을 공휴일로 정했다(대체휴일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현재 노사 단협이 있는 회사는 관공서 휴일에 관해 규정이 있어 쉬지 못하고 일할 경우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협이 따로 없는 경우에는 다른 방안이 없었다"라면서 "'국민의 휴일에 관한 법률안'으로 지정된다면 단협과 상관없이 적용되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재계 반발? 기념일 퇴색?
휴일이 늘면 가장 눈살을 찌푸릴 사람은 임금을 주는 경영진 아닐까.
부담을 느낄 재계 입장에 대해서 홍 의원은 "대체휴일제가 아니기 때문에 노는 날(휴일)이 늘어나는 건 아니다"라면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을 재배치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휴일에도 어쩔 수 없이 일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인센티브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진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경험상 주 중에 휴일이 있으면 업무 집중도가 분산돼 일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제대로 계획을 세워 토·일·월 연속으로 쉬고 돌아와 집중적으로 일하면 전보다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이제 한국 경제는 무조건 일을 많이 해 양적으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 놀기도 잘 놀고 일도 제대로 잘해야 한다"고 효율성 부분을 강조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장시간 노동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노동시간 단축 측면에서 볼 때도 괜찮고 '일-생활, 일-가정' 양립에도 도움을 줄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일각에선 '기념일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글날·어린이날·현충일'을 요일 지정휴일제로 정하면 기념일 날짜가 바뀌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현충일의 경우는 원래는 음력으로 따져야 하는데 6일로 지정한 것이다. 이처럼 날짜 자체의 상징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요일로 정한다고 해서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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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