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민병두 의원, “성완종 파문, 이 총리는 ‘쪽문’…‘대문’ 열어야”

성완종 사건의 본질은 살아있는 권력 민병두 의원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쪽지로 번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이완구 총리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아닌 그 외 인물들과 살아있는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 여의도=이새롬 기자

"지금은 검찰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특검은 그 이후"

지난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쪽지 한 장의 파괴력이 이 정도 일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는 정치권을 강타했고, 취임 63일 만인 20일 밤 현직 국무총리마저 직을 내려놓게 했다.

이완구 총리의 사의 표명을 놓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쟁은 그만’이라며 이 총리 사의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시작’이라며 정권 실세를 정조준하며 고삐의 끈을 더욱 당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성 전 회장 사건은 이 총리의 사퇴로 마무리될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이른바 ‘친박 게이트’로 보고 있다. 당내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민병두(동대문구을) 의원은 “이 총리의 사퇴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더팩트>는 21일 오후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민 의원을 만나 사건 본질과 특검 가능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총리라는 직책이 '중심'처럼 보이게 할 뿐

이 총리는 중심이 아냐! 민 의원은 이 총리 사임에 대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 총리가 성 전 회장 사건의 중심처럼 보이지만 절대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 이새롬 기자

민 의원을 만난 이 날은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정국이 혼란스런 날이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야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총리의 사퇴를 지속해서 요구해온 민 의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이어 민 의원은 “총리로서 도덕적 권위를 사실상 상실한 ‘식물총리’였다. 총리직을 유지하며 수사에 응한다는 것도 개인의 명예뿐 아니라 (부패 국가) 국가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직 총리가 수사를 받는다고 했을 때 공정성을 믿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 총리 사퇴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총리의 사퇴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일단락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총리’라는 직책이 가지는 무게를 볼 때 사실상 몸통을 잘랐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이 알려지자 새정치연합은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시작이라고 본 이유는 뭘까.

민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본질은 개인의 정치자금 사건이 아니다. 그리고 이 총리는 이번 사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그런데 총리라는 직책으로 인해 마치 중심처럼 보이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 총리 사퇴로 상당한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함으로써 도덕적 측면이 아닌 ‘개혁’의 주체로 보이게 됐다. 박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새누리당도 스스로 (성완종 리스트)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할 만큼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선거를 고려한 선거의 도구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완구·홍준표 ‘개인비리’…본질은 3+3 ‘살아있는 권력’

중심은 따로 있다! 민 의원 이번 사건의 중심은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성 전 회장과 어떻게 연결돼 있었나가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 이새롬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과 함께 발견된 메모지에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들의 이름이 적혔다. 또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직전 경향일보와의 통화에서 메모에 적힌 이들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을 ‘친박 게이트’로 보았고 이후 친박 게이트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실상 사건의 중심에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이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민 의원은 “이 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당선을 위한 개인의 비리”라고 선을 그으며 “이번 사건의 중심은 김기춘·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과 성 전 회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었나가 핵심이다. 이 총리 사의 표명으로 쪽문이 열렸지만, 대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점에 누가 있는지가 본질이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이병기 비서실장에 대해 보고라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출국금지와 함께 사퇴시켜야 한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조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직을 유지한다면 사실상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주면서 수사하는 꼴이다”고 덧붙였다.

◆특검? 지금은 때가 아니다…슈퍼 특검으로 가야

특검은 갈 수밖에 없을 것 성 전 회장 사건은 검찰의 수사와 함께 특검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민 의원은 당장 특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검찰은 특검을 한다고 하는 순간 수사에서 손을 놓을 것이다.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새롬 기자

문제는 과연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해할 만한 수준의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졌지만, 여야는 수사 시작부터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권 실세들에 관한 수사이기 때문이다.

특검 카드는 야당이 먼저 꺼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여당과 특검을 합의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 의원은 “특검까지 갈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담을 느끼며 수사를 하는 검찰이다. 검찰이 본질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며 “현재는 정치색을 빼야 한다. 만약 당장 특검으로 가자고 하면 검찰은 수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특검은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은 여야가 특검에 합의할 경우 검찰의 수사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현재 상설특검법의 인력 규모 문제와 준비 기간 증거인멸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도 야당이 당장 특검을 요구하지 않는 이유다.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했다고 한순간부터 검찰은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특별수사팀은 검사가 15명이 투입됐다. 하지만 상설특검법은 검사가 5명밖에 되지 않는다. 수사 인력 자체가 1/3로 줄어들게 된다. 수사를 축소하는 꼴이다. 슈퍼 특검을 해야 한다”고 민 의원은 주장했다.

이어 “상설특검법을 만들 때만 해도 이렇게 초유의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여당에서는 법을 고쳐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모법은 그대로 두고 범위를 넓히면 된다.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현재 특검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 수를 늘리는 슈퍼 특검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팩트 ㅣ 여의도=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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