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성매매특별법 '위헌=기본권 침해' vs '합헌=기본권 제한'

성매매특별법, 헌재의 손에 9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대심판정에서 성매매특별법 위헌심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날 찬반 양측은 성매매 남성과 여성 모두 처벌하도록 규정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격돌했다./헌법재판소=김슬기 기자

성매매특별법 21조 위헌 여부 놓고 찬반 첨예한 공방

"성매매특별법 21조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들의 헌법이 보호하는 생존권과 성적 자기결정권, 직업결정권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다."

"성을 상품화해 성매매 산업이 범람할수록 사회에 유해하고 질서유지는 기본권 제한이 목적이므로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하다."

2004년 7월부터 시행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의 처벌조항(제21조 1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놓고 양측이 세차게 부딪쳤다.

성매매 특별법 21조 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성 매도인과 성 매수인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더팩트>는 9일 헌법재판소에서 성매매 특별법 위헌법률심판 첫 공개변론에서 위헌과 합헌을 주장하는 양측의 근거를 정리했다.

◆ 성매매 특별법, "실효성 없어" vs "성 산업 확대 부작용 우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볼까 성매매 관련자 처벌을 규정한 성매매 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가운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공개변론을 기다리고 있다./헌법재판소=김슬기 기자

9일 오후 헌법재판소(헌재) 전원재판부는 대심판정에서 성매매 특별법 위헌심판 사건의 첫 공개변론을 열고 성매매 여성 김 씨 측 대리인과 정부(법무부·여성가족부) 측 대리인, 참고인들의 견해를 청취했다.

이번 위헌심판은 지난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성매매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김 씨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김 씨는 "생계를 위한 성매매는 어쩔 수 없기에 국가가 형벌로 다루는 것은 과하고 이를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북부지법은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날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을 향한 관심은 지난 2월 26일 '간통죄 위헌심판' 못지 않았다. 특별법 시행 11년을 맞았으나 여전히 실효성을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위헌심판 청구인 김 씨의 대리인인 정관영 변호사는 "성매매를 모두 합법화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정 변호사는 "2007년 성매매 실태조사 통계를 보면 집창촌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지만, 음성적 성매매는 증가했다"며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더라도 성매매 근절의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이른바 '풍선효과'만 부추겼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법무부 측은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유해하고 공익을 해칠 수 있다고 맞섰다.

정부법무공단의 서규영 변호사는 "성매매처벌법이 자발적 성매매든 강요든 간에 성 산업 확대에 따라 부작용 등이 커질 것이고 노동력의 흐름을 왜곡시켜 산업화를 기형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2006년 헌재 결정을 보면 성매매 알선 조항을 합헌 결정했다. 성매매는 강요된 성매매를 띄고 있으며, 성산업이 창궐하도록 기여하는 중간고리는 처벌해야 한다. 2014년 유럽의회는 강제 성매매에 기여하는 성매수자들은 처벌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생계형, 집창촌에서만 허용" vs "인신매매·성매매 시장 확대 부작용"

먹고살기 힘들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성 노동자 대표가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헌법재판소=김슬기 기자

양측 참고인들의 주장도 팽팽히 맞섰다.

김 씨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를 방지하고 강제적인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성 매수자만 처벌해도 충분하다"며 "성 판매자 여성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과거 서울종암경찰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미아리 포청천'으로 불리며 관내 집창촌을 집중 단속했던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가 참고인으로 나와 이목을 집중 시켰다. 집창촌 단속으로 유명세를 탔던 김 전 서장이 성매매 특별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생계형 성매매 여성은 특정 지역에서만 성매매를 허용하고 비생계형 성매매는 처벌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생계형과 비생계형 성매매의 구별 방법에 대해서 그는 "특정 구역에서 성매매를 허용하면 절박한 생계형 성매매 여성은 집창촌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며 "음성적으로 하는 사치성 또는 비생계형은 자신의 노출을 꺼려 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합헌 주장 참고인으로 출석한 오경식 강릉 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성매매의 유해성을 전제로 올바른 사회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의 입법정책이 수반돼야 한다"며 "만약 성매매 특별법이 가지고 있는 미흡한 부작용의 문제를 위헌으로 할 경우에는 성매매 합법성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을 국가가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성가족부 측 참고인 최현희 변호사는 "성매매가 법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공공에 유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독일, 네덜란드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한 뒤 인신매매 및 성매매 시장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위헌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이 시작하기 전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등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해달라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들은 "착취나 강요 없는 성매매는 피해자가 없다"며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사람이나 구매한 사람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 여성이 설자리가 없다"며 "성매수자 역시 언제 적발될 지 몰라 음지로 숨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팩트ㅣ헌법재판소=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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