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선, 1년 8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외동딸 전효선(53) 서경대학교 교수가 1년 8개월여의 휴직을 끝내고 다시 강단에 섰다. 전 교수는 지난 1일 복직 절차를 마치고 새 학기부터 강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전 전 대통령의 3남 1녀 중 둘째인 그는 재국(57) 재용(51) 재만(45)과 달리 유일하게 얼굴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서경로에 자리한 서경대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전 교수를 확인했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환수 작업이 속도를 내던 2013년 7월 돌연 휴직원을 제출하고 대외 활동을 중단한 지 1년 8개월여 만이다. 그는 복직과 함께 교양과정부 '커뮤니케이션영어'와 '토익 1·2' 강좌를 맡고 있다.
전효선 교수의 복직은 공교롭게도 미국 법무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각)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국 내 재산 122만 달러(약 13억 4000만 원)를 몰수했다고 밝힌 시점에 이뤄져 관심을 끌고 있다.
전 교수는 1997년 대법원이 전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내란·뇌물죄 등의 혐의로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 선고했으나 회수율이 지지부진한 데다 추징 시효 만료마저 임박해 여론이 들끓는 시점에서 휴직했다. 휴직 후에는 편법 임용의혹이 불거졌으나 명확히 해명된 게 없는 상태에서 복직이 이뤄져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경대 측은 "전 교수는 3월 1일자로 복직했으며, 휴직원을 내기 전과 같은 강의를 맡았다"고 밝혔다. 서경대 이사회는 지난달 26일 이사 8인(임원 정수)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2015년도 제3차 이사회'를 열고, 전 교수의 복직(3월 1일)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전 교수는 2014년 8월 31일까지 1차 휴직을 신청하고, 이후 2014년 8월 또 휴직원을 제출해 2015년 2월 28일까지 휴직처리됐다. 그리고 지난 이사회에서 복직 승인이 났다. 전 교수의 복직은 절차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 '장군님' 전 교수, "열정적 수업"
2015년 새 학기에 처음 전 교수의 강좌를 듣는 20여명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 전 교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버지 전 전 대통령의 얼굴과 많이 닮았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장군님(전두환 전 대통령을 빗대)'으로 불린다고 한다.
강의는 여느 50대 여성 교수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청량한 목소리와 건강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생들의 질문에도 성의껏 대답했다. 쉬는 시간에도 강의실 밖으로 나가지 않을 정도로 수업에 열정적이었다.
학생들도 강의에 집중했다. 이날 '커뮤니케이션 영어' 강의는 1시간 씩 두 시간 동안 이뤄졌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전 교수님 수업은 좋은 학점을 받기가 힘든 편이지만, 열정적인 교수님"이라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2006년 3월부터 2013년 1학기까지 교양과정부 '커뮤니케이션영어'와 '토익 1·2'를 강의했으며, 복직 후에도 같은 강의를 맡고 있다.
◆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와 복직은 별개?
전 교수의 복직과 관련해 학생들은 대체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A 학생은 "전 교수님이 휴직할 때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그것은 교수님 개인 집안 사정 때문이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냐. 오랜 기간 수업을 했기 때문에 휴·복직 문제는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편법 임용 의혹'은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확실히 할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013년 휴직 후 곧바로 '편법 임용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2006년부터 교양과정부 전임강사로 일하다 2012년 조교수로 승진했다. 통신사인 '뉴스1'은 교수 임용(2006년) 당시 학교 측이 내건 학위(영어학 석사) 조건과 그의 학위(법학)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과, 서경대 7대 총장(2004년~2008년)이 아버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후배라는 것을 근거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서경대 측은 전 교수의 학위는 영문학 석사학위지만 해당 학위를 발행한 기관과 발행연도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고, 임용 당시 해외학위에 대한 확인절차를 어떻게 거쳤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에 의한 확인절차를 거쳤다"라고 보도됐다.
이날 수업이 끝난 후 전 교수는 취재진과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어떻게 지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휴직 이유'와 '복직 소감'과 '편법 임용 의혹'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에 대한 심경' 등을 더 물어볼 사이도 없이 서둘러 교수실로 향했다.
그는 이날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휴직'과 '복직'의 미스터리
전 교수가 강단을 떠나 1년 8개월 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전두환 일가의 추징금 환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년여 전, 전 교수가 휴직원을 냈을 때 그의 행보는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9년간 강단에 섰던 그가 갑작스레 휴직원을 내고 외부와 연락을 끊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이 사실을 같은 해 8월 20일 단독 보도( [단독] '전두환 딸' 전효선 서경대 교수 강의 폐지…휴직원 제출)했다. 이 시기는 바로 전두환 추징금 시효가 거의 끝나가는 데도 회수가 절반에도 못 미쳐 국민적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던 때였다.
국회는 2013년 6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을 통과시켜 전두환 일가의 체납 추징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했다. 당시 추징 시효는 그해 10월 11일이었고, 미납액이 전체 추징금의 76%에 해당하는 1672억 원에 달했다. 개정안은 뇌물 범죄로 인한 불법 재산임을 알면서 제3자가 이를 취득한 경우 불법 재산에 대해 추징 판결을 집행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의 아들들을 비롯해 처남인 이창석 씨까지 조사를 받았다. 전방위적 압박이 가해지자 2013년 9월 전씨 일가는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자진 납부하겠다며 기자회견 열었다. 문제는 당시 내놓은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유찰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10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이 미납된 상태란 점이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4일(현지 시각) 전씨 일가의 미국 내 재산을 환수해 국내에 송금하겠다고 밝힌 추징금 내역은 캘리포니아주 소재 전 전 대통령 차남 전재용 씨의 주택 매각대금과 아내 박상아 씨의 부동산 투자금에 대한 몰수 금액 13억 4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추징법'에 따른 한미 양국의 합작 추징인데, 아직까지 전효선 교수 재산에 관한 부분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휴직과 복직 결정에 어떤 사연들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 전 교수는 어떤 선택을 할까
전 교수가 휴직원을 제출한 지 한 달 뒤(9월 10일) "전 재산은 29만 원 뿐"이라며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안 내고 버티던 전 전 대통령 일가는 검찰과 국민들의 끈질긴 요구에 '백기투항'하고, 미납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전 재산 29만 원을 얘기할 때 국민들은 실소했다. 현재까지 전씨 일가 재산에 대한 환수 현황은 전체 추징금 2205억 원 가운데 올 1월 기준 검찰이 환수한 1087억 원과 최근 미국에서 몰수한 재산 및 다른 금융자산을 합쳐 302억 원, 모두 1389억 원 정도다. 아직도 절반을 겨우 넘긴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 전 대통령 자녀들은 2013년 9월 당시 자진납부를 약속하면서 부족한 추징 금액은 서로 나눠 내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들이 내놓은 부동산 매각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씨 일가의 추징금은 '전두환 추징법' 제정으로 범위가 확장됐는데도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징수를 하려는 쪽과 회피하려는 쪽이 여전히 숨바꼭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선생'이란 단어를 함부로 쓰지 못했다. 학문과 인품으로 당대에 두루 인정받고 제자로부터 진정으로 존경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용어였기 때문이다. 요즈음에는 참된 제자도 거의 없지만 참된 스승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다시 강단에 선 전효선 교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더팩트 ㅣ 서경대=이효균·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