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또 터진 '순방 징크스', 박 대통령이 최대 피해자?

겁나서 청와대를 비우겠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시작으로 해외 순방때 마다 크고 작은 징크스를 겪어왔다./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 해외 순방 '12번의 징크스'

'해외 순방 징크스'는 올해 또 터졌다. '돌출 악재'로 박근혜 대통령의 순방 성과가 가려지는 징크스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로 떠날 때마다 굵직한 정치적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5일 박 대통령은 악재를 만났다. 이날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김모(55) 씨에게 공격 당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은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건으로, 청와대는 물론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박 대통령은 중동 현지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외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지만 해외순방 때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터지자 정부 당국은 곤혹스러워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순방외교 성과가 희석되고 불필요한 사회적 노이즈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더팩트>는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 벌어진 이른바 해외 순방 징크스를 되짚었다.

◆ 첫 테이프는 '윤창중 사건'

징크스의 첫 테이프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끊었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인 2013년 5월 미국 방문 때 수행원으로 함께한 윤 전 대변인이 주미 한국대사관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졌다. 초유의 대형 사고였다. 윤 전 대변인은 바로 경질됐다.

'윤창중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2차 해외 순방인 6월 중국 방문 직전엔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정치권은 대화록 진위 여부, 기록물 공개의 위법성, 폐기 논란 등을 놓고 대립했다.

3차 해외 순방인 9월 러시아·베트남 방문 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졌다. 채 전 총장은 취임 5개월 만에 옷을 벗어야 했다. 같은 시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한 달 뒤 4차 해외 순방인 10월, APEC, ASEAN 정상회의 및 인도네시아 방문한 박 대통령은 기초노령연금 공약파기 논란으로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5차 해외 순방을 떠난 11월엔 프랑스, 영국, 벨기에, 유럽연합 등 서유랍 순방 중 현지 교민들과 유학생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는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부정선거 규탄집회를 열었다.

◆ 줄줄이 사퇴 '인사 참사'

순방 때마다 악재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할 때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대신해 지명된 안대희(왼쪽)·문창극 전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서울신문 제공·더팩트DB

취임 1년 후에도 징크스는 계속됐다. 지난해 1월 인도·스위스 방문(6차) 때는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는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3월엔 네덜란드·독일(7차)을 방문했고,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증거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이 자살을 시도한 이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두 달 뒤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을 순방 중이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한 지 얼마되지 않아 원전 관련 행사 참석 차 출국했다가 야당의 비판이 제기됐다. 8차 순방이었다.

9차 해외 순방 때는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6월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때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를 대신해 지명된 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했다. 안 전 후보자는 전관예우 의혹에 휘말려 자진 사퇴했고, 문 전 후보자는 친일, 반민족 교회 연설에 발목이 잡혔다.

심지어 이때 전군 비상 대비태세가 내려진 상황에서 신현돈 1군 사령관이 위수지역을 벗어나 음주 추태를 벌이기도 했다.

◆ 해외 가면 '사고 또 사고', 청와대도 답답하다

12번째 징크스 취임 3년차, 박 대통령에게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란 12번 째 징크스가 찾아왔다.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김모 씨에게 공격 당해 크게 다쳤다./연합뉴스 TV 방송 화면 갈무리

9월, 10번째 해외 순방이었던 캐나다 미국 방문 때는 송광용 교육문화수석이 출국날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주무 수석이 갑자기 물러나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설이 난무했지만, 청와대의 설명은 '학교로 돌아간다고 했다'는 짧은 한마디였다.

한 달 뒤 유럽으로 10차 해외 순방을 떠났을 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웠다.

취임 3년차, 박 대통령에게 '주한 미국대사 피습'이란 12번째 징크스가 찾아왔다. 박 대통령 순방 징크스의 최대 피해자는 누구일까.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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