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 이상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
'대가성 뇌물'은 사라질까.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법 제정안 발표(2012년 8월 16일) 이후 2년 7개월여(929일) 만이다. 법이 공포되면 공직 사회 관행은 수술대에 오른다.
국회는 이날 오후 4시께 본회의를 열어 '김영란법'을 표결에 부쳤고,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226표, 반대 4표 , 기권 17표 등으로 가결됐다.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1년 6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부정부패 척결' 대 '과잉입법' 논란으로 막판까지 난항을 겪은 김영란법의 주요 내용과 여야 합의에 따라 달라진 면을 들여다봤다.
◆ 사립학교, 언론사 포함…가족 범위 '배우자' 한정
여야는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원안대로 수용키로 했다. '공직자'의 범위에 모든 언론사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도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언론사의 경우,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대상이다. 언론중재법 2조 12호에 따른 언론사인 방송·신문·잡지·인터넷사업자에 근무하는 대표자와 임직원이다. 따라서 잡지사의 운송직도, 인터넷사의 경비직도 이 법의 대상이다. 이유는 정무위가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정하고, 공공기관에 언론사를 포함시켜서다.
사립학교인 경우, 이사장과 이사 등을 포함한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본회의 통과 전날 여야 합의안엔 이사장과 이사 등이 제외됐지만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포함됐다.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로 한정했다. 민법 779조의 '가족'을 대상으로 했던 정무위 원안보다 축소된 것이다. 민법상 가족은 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다.
사회 상계에 준하는 교제, 경조사 등 관혼상제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을 따로 정하기로 했다.
◆ 100만 원 이상 금품수수 무조건 형사 처벌
여야는 김영란법 정무위 원안 중 금품수수와 관련한 직무관련성 조항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무위 원안은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1회 무조건 100만 원을 넘는 금액을 받거나 연간 300만 원 초과 금액을 받을 경우 형사 처벌키로 했다.
100만 원 이하 금품수수는 직무와 관련이 있을 때만 최대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했다.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을 경우 해당 공직자는 이를 즉시 돌려주고,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직무관련성, 기부·후원 등 명목에 관계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다시 돌려주거나 받기 전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 처벌을 받지 않는다.
금품은 금전·유가증권·물품·숙박권·회원권·입장권·할인권·초대권·관람권·부동산 등의 재산적 이익,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채무 면제·취업 제공·이권 부여 등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해당된다.
또한 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되거나 지위·직책에서 유래되는 영향력으로 요청받은 교육, 홍보, 토론회, 세미나, 공청회에서 한 강의, 강연, 기고 등의 대가로 대통령령으로 정한 금액을 초과한 사례금을 받아서도 안 된다.
◆ 부정청탁 금지 유형, 예외 사유는?
김영란법이 금지한 부정청탁 유형도 정무위 원안에서 변화가 없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유형을 인허가 비리, 인사개입, 각종 행정행위 조작 등 15개로 정했고, 7개의 예외 사유를 뒀다.
부정청탁 유형은 법에 위반해 인허가 및 승인 절차를 처리토록 하거나 징계 등 행정처분을 감경·면제토록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입찰·경매 등 직무상 비밀 누설, 학교 입학·성적 업무 조작 등도 이에 해당된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국회의원 등)에게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 공공기관 직무를 법정기한 내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 질의 또는 상담 형식으로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과 시민단체 등이 공익 목적으로 의견을 제안 및 건의하는 등 7개 예외사유에 포함되면 부정청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한편, 여야는 부정청탁 전제에서 "법령·기준을 위반해"라는 문구 중 부정청탁 개념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기준'이라는 단어만 뺐다. 하지만 여전히 적용 대상이 모호해 '형벌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ari@tf.co.kr]